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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투자은행(IB) 업계 및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과기공은 태영건설이 시공을 맡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사업장에 대해 보유한 대출 채권 매각을 추진 중이다. 채권 매입 의사를 피력한 A·B사 등 몇몇 금융사들과 개별 접촉해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과기공 측 대출 채권 매각은 시일 내 마무리될 예정이다.
당초 업계에선 과기공이 투자금 회수를 위해 채권 회수 통보에 나선 것을 두고 정식 경·공매로 넘길 것이라는 추측이 분분했다. 하지만 좀 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회수 방향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반포 사업장은 신용보강을 제공한 태영건설이 재무부담을 견디지 못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기한이익상실(EOD) 사유 발생으로 대주단간 논의를 지속해왔다.
과기공 관계자는 “과기공은 공적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이라 회원 자금에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선 더 이상 시간을 끌기 어렵다 판단했다”고 전했다.
반포동 사업장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59-3·4·5번지 일대 2582.3㎡ 부지에 지하 4층~지상 20층 규모 주거복합시설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시행사는 반포센트럴PFV, 태영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총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2360억원 중 과기공이 브이아이자산운용 펀드를 통해 선순위로 1520억을 약정했다. 현재까지 투입된 과기공 측 대출원본은 936억원대다. 위탁사인 한국투자리얼에셋을 통해 중순위에도 350억원의 익스포저를 보유하고 있다. 잔여 중후순위 자금 500억원대는 KB증권이 조달을 담당하다 차환에 실패해 인수확약 규정으로 250억원의 대출채권을 매입해 보유한 상태다.
◇ 무너진 ‘강남 불패’…분양 실패한 강남구 물량 공매 속출
선순위 채권자인 과기공 측이 사업장 관련 투자를 정리하려는 이유는 최종 준공 시에도 개발 이익을 장담할 수 없는 시장 판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포 사업장은 후분양 전제로 사업이 성사됐기에 일체의 분양 계약 물량이 없다. 여기에 터파기 공사만 진행된 상태로, 공정률이 23% 안팎에 그친다.
가장 큰 문제는 강남권 부지라는 이유로 무조건적인 투자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호황기는 지난 지 오래라는 점이다. 실제 ‘강남 불패’를 자랑하던 서울 핵심 지역인 강남구에서도 분양률이 바닥을 쳐 공매로 나오는 물량이 생기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노른자 땅’으로 광고해왔던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도시형생활주택인 ‘대치 푸르지오 발라드’ 78가구는 미분양에 시달리다 일부 분양 물량 마저 계약이 취소되면서 통째로 공매 대상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 경우 대부분의 투자자가 자금을 건지기 어려워진다.
태영건설 사업장 인근에서 분양을 진행 중인 또 다른 반포 A사업장의 경우에도 분양률이 좀처럼 오르지 않아 관리사가 계약자 확보에 사력을 다 하고 있다. 분양률이 오르지 않을 경우 손실이 불가피한 대주단은 분양 추이에 촉각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향후 부동산 경기가 크게 회복되지 않는 이상 과기공과 KB증권이 자금을 댄 반포 태영건설 사업장 역시 시장 수급 수준에 맞춰 할인 분양을 해도 투입 자금 회수가 불투명하다. 분양률이 낮아 다른 강남권 사업장처럼 공매가 진행되는 경우 투자자들은 결국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특히 공적 자금을 운용하는 법정공제회인 과기공은 회수를 장담할 수 없는 사업장에 추가 자금을 투입했다 손실 규모가 늘어날 경우 향후 배임 소지를 두고 감사원의 추궁이 불가피하다.
◇ “모든 사업장 살릴 순 없어…특정 대주단 비난으론 해결 안 돼”
시장에서는 이제 부동산 사업장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금융 전문가들은 시장 환경과 사업장의 실질적인 여건을 고려한 합리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평가다. 구조조정이 필요한 사업장이 늘어나는 만큼, 사업 관리자들의 전문적인 재구조화 노력이 절실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현재도 EOD 상태에 빠져 경·공매 위기에 놓인 사업장이 적지 않지만, 특정 대주단의 일방적 양보에만 기대는 단순한 논의로 답보 상태에 빠진 곳이 적지 않다는 평가다. 반포 사업장 선순위 대주인 과기공처럼 일방적인 우선순위 양보를 강요받는 사례가 늘면 시장 갈등만 깊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중후순위 채권자인 KB증권 측은 추가자금을 투입하는 대신 변제순위를 최우선 순위로 잡을 것을 요구한 상태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개별 사업장에 투입되는 자금은 직접적인 워크아웃 자금이 아니기에 최우선 변제순위를 가질 근거가 없다.
한 기관투자자 부동산 실무 팀장은 “이제 구조조정 대상이 슬슬 나올텐데, 자금 투입 결정을 단순 비교해서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경향이 엿보인다. A사업장 살려놨다고 B사업장에 추가자금 투입 안 하는걸 비난하는 식”이라며 “모든 사업장을 살릴 수는 없다. 추가 자금 투입 판단은 분양률과 사업 시장 환경, 향후 기대이익을 냉정하게 고려해서 진행해야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부동산 투자 업력이 긴 한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중후순위 채권자는 향후 리스크 발생 시 추가 자금 투입을 책임지는 것을 전제로 선순위보다 고금리 이자를 수취하는 것”이라며 “과기공보다 높은 이자를 받던 KB증권 등이 이제와서 당초 계약과 다르게 최우선 변제순위를 양보하라고 하는데 받아들일 수가 있겠나. 변제순위 양보해주고 향후 할인분양해서 손해까지 보면 과기공은 배임 이슈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도 EOD가 발생해 투자자 간 갈등을 빚는 사업장이 적지 않다. 그런데 특정 대주에게 일방적으로 양보를 강요하는 방식으로 대화가 될 리 없다”며 “국내에 부동산 재구조화에 전문성과 경험이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이 문제다. 선순위로 들어가되 변제 순위를 낮추는 제안을 하거나, 출자전환 등을 포함해 합리적인 재구조화 제안을 하는 등 협상 여지를 늘려가야 하는데 비합리적 논의로 갈등만 깊어진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KB증권 관계자는 “답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