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개 의과대학의 내년도 입시 모집정원이 올해보다 1509명 늘어난 4567명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대학 운영 관련 법정기구인 대학교육협의회는 지난 24일 대학입학전형위원회 회의를 열고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각 대학이 이달 말까지 모집요강을 공고하면 의대 정원 증원이 최종 확정된다. 하지만 이 단계까지 와서도 의료계는 여전히 의대 정원 증원에 불복하며 어깃장을 놓고 있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와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25일 공동성명을 통해 “고등법원 항고심 3개와 대법원 재항고심이 남아있다”며 법원에 정부 정책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신속한 판결을 요청했다. 두 단체는 더 나아가 “5월 31일을 대학 모집요강 공고 마감 시한으로 여기는 것도 관행일 뿐 법령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지금이라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철회하고 원점에서 재논의를 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월 집단사직을 하며 의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은 복귀 움직임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의료계의 태도로 미뤄 볼 때 의·정 갈등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여 여러모로 우려된다. 무엇보다 전공의들의 복귀가 늦어질수록 의료 체계의 혼란이 가중되고 환자들의 피해가 커질 것이다. 이미 적자경영에 들어선 대학병원 등 대형 병원들의 경영난이 더욱 심각해져 필수의료 기반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 수업 거부에 들어간 의대생들이 유급 처리되면 내년 이후 신입생들과 함께 수업을 받게 돼 의대 교육이 부실화할 가능성도 크다. 상황이 이런데도 의료계가 정부와의 대화를 거부하면서 명분도 실효성도 없는 ‘원점 재논의’만을 주장해서는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이제는 의료계가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 발목 잡기를 중단해야 할 때다. 정부가 후년 이후 증원 규모와 일정에 관해 의료계와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정부와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 의대 교육 부실화 방지, 필수의료 강화,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등 정부와 의료계가 지혜를 모아야 하는 의료개혁 과제는 산적하다. 의료계는 불만이 있더라도 환자와 국민을 위해 정부와 머리를 맞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