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수 전망 번번이 헛다리...부작용 알면서 왜 반복하나

논설 위원I 2023.09.11 05:00:00
예산 대비 세수 오차율이 올해로 3년 연속 두 자릿수에 이를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올해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국세 수입이 부진해 연간 60조원가량의 세수 펑크가 불가피해 보이기 때문이다. 예산상 세입 400조 5000억 원에 비하면 오차율이 15%나 된다. 지지난해와 지난해에는 올해와 반대로 세수가 예산을 초과했지만 오차율은 각각 18%와 13%를 기록했다. 세수 오차율이 3년 연속 두 자릿수 행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세수 전망은 정부가 예산연도 전해의 7~8월에 하기 때문에 시차가 있어 실제 세수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대규모 세수 오차가 3년이나 연속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대규모 초과 세수는 방만한 예산 지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대규모 세수 펑크는 예산 지출의 무리한 억제를 초래할 수 있다. 예산 자체는 물론이고 예산을 기반으로 추진되는 각종 국가사업에도 영향을 주어 낭비와 차질이 빚어진다. 세수 오차에 편승한 정부의 지출 조정은 재정의 경기조절 기능을 무력화하고 오히려 경기변동 진폭을 확대하기 십상이다.

대규모 세수 오차의 연례화는 정부의 세수 전망이 변화하는 경제 여건을 따라잡지 못한 데 기인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예를 들어 전체 세수 항목 가운데 예측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법인세와 자산세의 비중이 과거에 비해 크게 늘어났지만 정부의 세수 전망 모델에는 이런 점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경제성장률을 비롯한 거시변수와 세수 사이의 상관관계가 과거에 비해 많이 약해졌으나 거시변수 위주의 전망 모델에 정부가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가 주최한 세수 오차 관련 토론회에서는 다양한 개선 방안이 제시됐다. 세수 전망 모델을 공개해 민간 전문가들의 상시 검증을 받는 방안, 정부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 뒤에도 필요하면 세수 전망을 1회 이상 수정할 수 있게 하는 방안, 세수 오차 대응만을 위한 기금 형태의 재정안정화 계정을 신설하는 방안 등이 그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토론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두루 살펴보고 더 늦기 전에 세수 전망과 그 운용 방식 개선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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