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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다케다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분기보고서를 통해 엑스키비티의 임상 3상 실패를 인정하고 연구를 조기 중단했다고 밝혔다. 엑스키비티 단일요법이 기존 화학요법 대비 유의미한 효능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엑스키비티는 비소세포폐암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엑손(exon)20 삽입(insertion) 돌연변이 치료제로 2021년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가속승인을 받았다. 이번에 엑스키비티 임상 3상이 실패하면서 보로노이의 EGFR Exon20 INS 타깃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ORIC-114’의 임상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ORIC-114는 2020년 10월 보로노이가 오릭 파마슈티컬스(ORIC Pharmaceuticals, Inc)에 총 6억2100만달러(약 820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한 비소세포폐암 신약후보물질이다.
다케다의 엑스키비티 임상 실패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난달 27일 7.93달러였던 오릭 파마의 주가는 같은달 28일 8.25달러, 29일 8.36달러로 올랐다. 보로노이의 주가는 지난달 27일 5만4700원에서 지난 7일 7만1900원까지 상승했다. 8거래일 만에 1만7200원(31.4%)이나 주가가 상승한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보로노이 주가가 오른 데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기관투자자들이 다케다의 엑스키비티 임상 3상 실패 소식을 접하고 보로노이 투자를 늘린 것도 영향이 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8거래일간 기관투자자의 순매매량은 4만713주로 플러스를 기록했다.
◇ORIC-114의 경쟁약 대비 강점은?
경구용으로 개발 중인 ORIC-114은 오프 타깃(Off-target)으로 잘 알려진 BTK, BLK 등과 결합하지 않는 강점이 있다. 경쟁약에선 공통적으로 문제되는 BTK, BLK 저해에 따른 부작용 발생 위험이 낮은 셈이다. ORIC-114의 경우 타깃 선택성이 높아 안전하고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ORIC-114의 뇌 투과율이 77%로 높다는 점도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기술이전 파트너사인 오릭 파마는 2021년 4월 전미암학회(AACR)에서 ORIC-114의 생체내(in vivo) 시험 결과를 공개했다. 해당 시험에 따르면 뇌전이 폐암 모델에서 경쟁약 대비 높은 뇌혈관 투과로 인해 우수한 약효를 나타냈다.
EGFR 변이의 비소세포성 폐암 환자 중 40%~70%는 뇌 전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로 전이될 경우 5년 생존율이 10%로 떨어지기 때문에 폐와 뇌에 동시 작용하는 약물이 필요한 상황이다. 회사 측은 ORIC-114가 높은 뇌 투과율을 바탕으로 기존 치료제 ‘타그리소’ 복용 중 뇌전이 암으로 진행된 경우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ORIC-114의 임상 1상 데이터는 오는 10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최되는 유럽종양학회(ESMO 2023)에서 공개될 전망이다. 지난달 오릭 파마는 8500만달러(약 11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에 대해 발표했다. 이 같은 대규모 자금 조달을 이끌어낸 데에는 임상 데이터에 대한 자신감이 뒷받침됐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추정이다.
하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오릭은 하반기 ESMO에서 ORIC-114의 임상 1a/1b상 결과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결과 발표에서 뇌전이 환자 대상 하위 분석 결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해당 임상 결과 공개로 보로노이의 표적 선택성과 뇌 투과도가 높은 약물 설계 기술을 임상 단계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