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은 이례적으로 설명자료를 통해 정정을 요구하는 주요 내용 두 가지를 명시했다. 이 중 첫 번째는 뉴옵틱스가 제기한 상환금 청구 소송과 관련된 것으로, 결국 소송 관련 리스크를 해결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틸론은 곧바로 증권신고서를 정정해 제출하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대법원이 회사(틸론)가 고등법원에서 승소한 ‘뉴옵틱스가 제기한 상환금 청구의 소’에 대해 원심파기 환송 결정을 함에 따라 회사의 재무구조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뉴옵틱스는 틸론을 상대로 약 43억8000만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는데, 올 1분기 기준 틸론의 자기자본은 13억8000억원 수준이다.
금감원은 틸론 자기자본의 약 3배 규모 소송의 패소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이에 대한 영향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정정을 요구한 셈이다. 정정 요구 주요 내용은 △회사의 최대 손실 추정액 △현재 인식하고 있는 당해 소송 관련 충당부채 △현재 인식된 충당부채를 초과하는 손실 추정액에 대한 구체적 대응방안 등이다.
이밖에도 금감원은 회사와 대표이사 간 대여금 거래와 관련한 사항을 명확히 기재할 것을 요구했다. 해당 거래 중 이사회 결의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내역이 업무상 횡령에도 해당될 소지와 관련 법률 검토내용 등이다. 틸론은 전환사채(CB)를 인수한 농심캐피탈의 상환행사 요청에 해당 CB의 50%인 5억원을 대표이사가 불가피하게 인수하게 됐다고 기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농심캐피탈이 조기상환 청구 없이 보유하던 CB 5억원 어치를 보통주로 전환한 경위와 시기 등에 대한 내용이 부족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틸론은 뉴옵틱스 관련 소송의 경우에도 관련 비용을 대표이사 개인의 재산으로 충당하겠다고 한국거래소에 이미 확약했으나, 금감원은 이를 충분한 대응방안으로 보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이번 상장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6개월 수준인 상장 예비심사의 효력 유지 기한이 3주 정도밖에 남지 않은데다, 금감원이 당장 해결되기 쉽지 않은 리스크를 계속해서 문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틸론은 이날(18일)까지 정정한 증권신고서를 다시 제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제출 후 금감원이 다시 제동을 걸지 않더라도, 틸론은 다음 달 1일로 예상되는 효력발생일로부터 거의 1주일 안에 수요예측과 일반청약 납입을 마무리해야 한다.
◇ 사정에 따라 주주 차등 인정…“투자업계에 의미 有”
투자은행(IB) 업계는 틸론의 상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뉴옵틱스와의 소송에서 대법원의 원심 파기 환송 결정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대법원이 때에 따라서는 주주를 차등적으로 취급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다양한 개별 기업에 투자하는 PEF(사모펀드) 운용사나 VC(벤처캐피탈)은 투자금 회수를 위해 회사와의 약정을 안전장치 삼아 투자를 감행한다. 만약 대법원이 원심 판결을 받아들여 틸론의 손을 들어줬다면, 이 같은 약정들의 효력을 보장받지 못하는 만큼 업계 판도에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상황이었다.
뉴옵틱스는 지난 2016년 틸론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20만주를 인수하며 투자계약서에 틸론이 신주 발행 시 뉴옵틱스의 사전 서면동의를 받도록 정했다. 이를 위반 시 투자금(20억원)을 조기상환하고, 위약금도 부담하기로 했다. 틸론이 뉴옵틱스의 사전동의 없이 농심캐피탈과 지온인베스트먼트로부터 추가 투자를 받자, 뉴옵틱스는 투자원금과 위약벌을 더해 40억원을 돌려달라며 소를 제기한 바 있다.
1심에서 뉴옵틱스의 손을 들어준 재판부는 2심에서는 틸론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주주평등 원칙을 위반해 회사가 일부 주주에게만 우월한 권리나 이익을 부여하기로 하는 약정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면서도 “다만 회사가 일부 주주에게 우월한 권리나 이익을 부여해 다른 주주들과 다르게 대우하는 경우에도 법률이 허용하는 절차와 방식에 따르거나 그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허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IB 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투자업계에 나름의 의미가 있다”며 “통상 신주에 대한 투자계약 시 중요한 결정에 대해 사전에 서면동의를 받기 때문에 대법원이 원심처럼 해당 약정을 인정하지 않았다면, 투자 실무에 큰 변화가 생길 수 있었던 사안”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