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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고용 호조, 연착륙 가능성”
5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65% 상승한 3만3674.38에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85% 오른 4136.25를 기록했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2.25% 뛴 1만2235.41에 거래를 마쳤다. 이외에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 2000 지수는 2.39% 뛴 1759.88을 나타냈다.
개장 전 나온 고용보고서는 시장을 긴장시켰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역대급 긴축에 나서고 은행권 붕괴 위기까지 덮쳤음에도 일자리 증가 속도는 예상을 웃돌았기 때문이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비농업 신규 고용은 25만3000개 증가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18만개)를 큰 폭 상회했다. 직전 월인 올해 3월 당시 16만5000개보다 증가 폭이 늘었다. 실업률은 3.4%로 전월(3.5%)보다 낮아졌다. 시장 예상치(3.6%) 역시 밑돌았다. 3.4% 수준이면 지난 1969년 이후 54년 만에 가장 낮다고 CNBC는 전했다. 임금 상승 속도는 더 가팔라졌다. 지난달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 대비 0.5% 늘면서 예상치(0.3%)를 상회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4.4% 증가했다.
이는 연준의 역대급 긴축에도 노동시장은 둔화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일자리 과열, 특히 임금 급등 현상은 인플레이션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연준은 이번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5.00~5.25%까지 올린 이후 인상 중단 신호를 넌지시 줬는데, 노동시장 과열을 보면 섣불리 긴축을 멈추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은행 위기와 경기 침체를 생각하면 인상을 멈춰야 하지만, 인플레이션 고공행진을 생각하면 추가 긴축을 이어가야 하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
이에 뉴욕채권시장에서 국채금리는 일제히 급등했다.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3.947%까지 올랐다. 23bp(1bp=0.01%포인트) 가까이 뛴 수준이다.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3.465%까지 상승했다. 12bp 가까이 오른 수치다.
◇애플發 빅테크 강세, 증시 반등
그러나 3대 지수는 장 초반부터 ‘대장주’ 애플 호실적을 반영하며 강세에 기울었다. 애플은 전날 장 마감 직후 실적 발표를 통해 올해 1분기(회계연도 2분기) 주당순이익(EPS)이 1.52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1.43달러)를 웃돌았다. 매출액은 948억4000만달러로 시장 전망치(929억6000만달러)를 상회했다.
애플의 어닝 서프라이즈는 아이폰 판매 호조 덕이다. 아이폰 매출액은 513억3000만달러로 전망치(488억4000만달러)를 큰 폭 웃돌았다. 맥(Mac)과 아이패드는 다소 부진한 가운데 아이폰이 호실적을 이끈 것이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거뒀다”고 말했다. 쿡 CEO는 아울러 빅테크의 해고 칼바람을 두고서는 “대량 해고는 최후의 수단”이라며 “현재로서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전 세계 시가총액 1위인 애플의 주가는 4.69% 급등했다. 마이크로소프트(1.72%), 알파벳(구글 모회사·0.96%), 아마존(1.59%), 테슬라(5.50%) 등의 주가 역시 상승했고, 3대 지수 전체의 반등을 이끌었다. 이번 어닝 시즌에는 애플 외에 모든 빅테크들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보였다.
볼빈 웰스 매니지먼트의 지나 볼빈 대표는 “이전에는 뜨거운 고용보고서가 증시를 끌어내렸으나 지금은 시장이 지지를 받고 있다”며 “(고용 호조로 인해) 연착륙이 가능하고 침체가 임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식”이라고 했다. 오안다의 에도워드 모야 수석시장분석가는 “고용보고서는 노동시장이 회복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미네소타주에서 열린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경제가 계속 성장하면서 침체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은 천천히 내려올 것”이라고 했다. 그는 경기 침체론에 대해서는 “그 예측은 너무 과장돼 있다”고 했다.
◇지역은행 주가 상승, 시장 안도
위기설이 돌고 있는 중소 지역은행들의 주가가 일제히 폭등한 점도 시장에 안도감을 줬다. 이날 팩웨스트 뱅코프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81.70% 폭등한 5.7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50.62% 폭락한 이후 갑자기 다시 오른 것이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를 본사로 한 팩웨스트는 그동안 퍼스트 리퍼블릭에 이은 위기 은행으로 지목 받아 왔다.
팩웨스트는 자산 매각을 포함한 전략적 옵션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직접 밝혔고, 그 이후부터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 퍼스트 리퍼블릭의 붕괴 수순처럼 갈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외에 웨스턴 얼라이언스 뱅코프, 코메리카, 자이언스의 주가는 각각 49.23%, 16.76%, 19.22% 치솟았다. 반등의 결정적인 요인은 JP모건체이스가 웨스턴 얼라이언스, 코메리카, 자이언스를 두고 “주가가 과도하게 낮은 상태”라며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로 상향 조정했다는 점이다.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이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주가가 너무 빠졌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주가 조작 가능성까지 나온다. 은행 위기 공포에도 불구하고 현재 주가 폭락은 펀더멘털과는 괴리가 있다는 의미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당국이 은행 주가 변동성 뒤에 있는 시장 조작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며 “최근 주가 변동성은 많은 지역 은행들이 안정적인 예금과 충분한 자본 등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유럽 주요국 증시 역시 일제히 급등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전거래일과 비교해 1.44% 상승했고,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1.26% 올랐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지수는 0.98% 상승해다.
국제유가는 시장 전반의 위험 선호를 등에 업고 5거래일 만에 반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4.05% 오른 배럴당 71.3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가격은 5거래일 만에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