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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1466억원어치가 팔렸다. 올해 상반기 미술품이 거래된 총액이 말이다. 미술시장 전체를 집계한 것도 아니다. 경매시장만 놓고 볼 때 그랬다는 얘기다. 2020년 상반기 490억원, 2019년 826억원과는 비교할 바가 못 되고, “최근 5년래 이런 호황은 없었다”고 흥분했던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8억원이 늘었다. 두 해 연속 ‘미술시장 흥행’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1일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내놓은 ‘2022 상반기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 결산’에서 나온 성적이다. 서울옥션·케이옥션을 비롯해 마이아트옥션·아트데이옥션·아이옥션·라이즈아트·에이옥션·칸옥션·토탈아트옥션·꼬모옥션 등 10개 경매사가 진행한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온·오프라인 거래액을 모두 더한 결과다.
다만 낙찰총액으로 잡아낸 총거래액의 변화에 비해 낙찰률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다. 올해 상반기 낙찰률은 65.3%로, 지난해 상반기 65.4%는 물론, 2020년 64.5%, 2019년 65.8%, 2018년 68.7%, 2017년 67.9% 등, 길게 돌아봐도 유의미한 차이랄 게 없다. 오히려 출품작 수는 지난해보다 줄기까지 했다. 올해 상반기 경매시장에 나온 출품작은 모두 1만 5766점으로, 지난해 1만 6822점보다 1056점이 줄었다. 참고로 2020년 상반기에는 1만 4224점이 나왔고, 2019년에는 1만 2458점, 2018년 1만 2820점이 나왔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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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품작이 지난해에 비해 줄어든 만큼 낙찰작에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는 지난해 상반기 낙찰작 1만 999점보다 703점이 작은 1만 296점만 새주인을 찾아갔다. 2020년 상반기에는 9173점, 2019년 8199점, 2018년 8815점이 낙찰됐다.
결국 출품작과 낙찰작이 동시에 떨어졌는데도 낙찰총액이 늘어난 것은 한 작품당 낙찰가격이 상승했다는 것을 뜻한다. 이를 두곤 ‘미술품 투자심리가 지속되는 중’이란 분석이 나왔다. 김영석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이사장은 “작품별 평균 낙찰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은 그만큼 미술품에 대한 투자심리가 여전하다는 것”이라며 “코로나19 이후 돈 되는 지출에 대한 기대심리의 사회적 현상도 한몫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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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 날고 쿠사마 뛰고…흔들리지 않는 미술시장
지난 2∼3년간 미술시장의 상승세를 견인한 작가군에 대한 기대치는 여전히 높다. 상반기 컬렉터의 관심사 1순위는 단연 이우환(86)이었다. 낙찰총액 200억원을 넘겼다. 188점을 출품해 142점을 낙찰시켜 75.53%의 낙찰률을 써내면서 3년째 한 번도 작가별 낙찰총액 1위 자리를 내주지 않는 ‘독주’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187억원어치(낙찰률 86%)가, 2020년에는 61억원어치(78.26%)가 팔려나갔다.
그 뒤는 쿠사마 야요이(93)가 추격 중이다. 낙찰총액 138억원. 90점을 출품해 74점이 낙찰되며 낙찰률 82.22%를 기록, ‘나오면 10중 8·9는 팔린다’를 확인시켰다. 지난해 쿠사마는 상반기에 121억원어치가 팔려 작가별 낙찰총액 3위를 차지했다. 낙찰총액으로 본 순위 3·4위는 박서보(85억원), 김환기(49억원)가 이름을 올렸는데, 상반기 성적에서 더욱 특별한 이는 5위에 등극한 일본작가 록카쿠 아야코(40)다. 록카쿠는 40점 출품에 26점이 팔려 낙찰률 자체는 65%에 머물렀지만 낙찰총액은 46억원 이상을 썼다.
올해 상반기 경매시장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작품은 쿠사마의 ‘무한그물에 의해 지워진 비너스상’(Statue of Venus Obliterated by Infinity Nets·1998). 이른바 ‘땡땡이 비너스상’이라 불리는 작품이다. 지난 2월 서울옥션에서 44억원을 부른 응찰자를 따라나섰다. 그 뒤는 미국작가 스탠리 휘트니의 ‘무제’(1999)가 이었다. 지난 3월 서울옥션에서 18억원에 팔렸다. 똑같이 18억원에 팔리며 ‘낙찰가 공동 2위’에 오른 작품은 지난 5월 서울옥션에서 거래된 쿠사마의 ‘여름 별’(Summer-Stars QPTW·2007)이다. 이어 4위 역시 17억원에 낙찰된 이우환의 ‘점으로부터’(From Point·1982)와 김환기의 ‘화실’(1957)이 공동으로 차지했다. 두 작품 모두 지난 3월 서울옥션에서 거래가 성사됐다.
‘상반기 낙찰 최고가 작품’을 20위권으로 확대해보면 ‘똘똘한 작품’에 쏠리는 미술시장의 시선이 그대로 드러난다. ‘점으로부터’를 시작으로 이우환의 작품이 7점이 들었고, ‘비너스상’을 선두로 쿠사마의 작품이 5점, ‘화실’ 등 김환기의 작품이 3점이다. 결국 이들 세 작가의 15점이 20위권 안에 포진해 점유율 75%를 써낸 거다. 이는 초고가 작품 한 점에 덥석 올인하기보다 ‘믿을 만한 작가의 작품’ 한 점씩에 더 투자하는 컬렉터의 양상을 내비치기도 한다. 최근 5·6월 미술품 메이저 경매에서 초고가 미술품이 줄줄이 출품취소 혹은 유찰되며 ‘시장이 흔들린다’는 말을 만들어냈던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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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당가격 김환기 4427만원, 이우환 2421만원
이번 결산에서 눈에 띄는 흥미로운 지표는 ‘KYS미술품가격지수’란 거다. 일반적인 호당가격에서 나아가, 작품을 세부적으로 뜯어봐 테마별 수치를 다시 산출할 수 있다는 건데. 동일한 작가라도 시장에서 선호하는 작품의 주제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거다. 가령 A란 작가를 놓고 본다면 구상이냐 비구상이냐에 따라, B란 작가를 놓고 본다면 점이냐 선이냐에 따라 가격이 다르게 형성되는 점을 반영했다고 할까.
방식은 이렇단다. 산정한 호당가격의 최고가 작가를 ‘지수 100’의 1순위로 정한다. 이 기준을 내놓고 2·3순위 작가와 비교한 수치를 개별 가격지수로 삼는 건데. 그렇게 아직까진 국내서 가장 비싼 작가인 김환기를 ‘지수 100’으로 만들었더니 호당가격이 약 4427만원으로 나왔던 것. 그 뒤는 이우환이 2421만원, 박서보가 1128만원으로 매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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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국내 경매사가 차지한 시장비중도에도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90%가 넘는 절대적인 점유율을 보였던 서울옥션과 케이옥션 두 경매사의 비중이 88%(서울옥션 52%, 케이옥션 36%)로 떨어진 건데. 그럼에도 낙찰총액에선 여전히 압도적이다. 서울옥션이 757억 8000만원, 케이옥션이 525억 70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서울옥션은 697억 700만원을, 케이옥션은 607억 6400만원을 써냈더랬다. 출품작 수는 케이옥션이 높지만 낙찰률은 서울옥션이 높은 특징도 이어갔다. 올해 상반기 서울옥션은 3037점을 내놓고 2325점을 팔아 낙찰률 76.56%(지난해 상반기 82.49%)를 기록한 반면, 케이옥션은 2121점을 내놓고 3462점을 팔아 낙찰률은 67.6%(지난해 상반기 51.28%)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