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감기약을 복용하면서 지냈지만 콧물 등의 증상은 호전되었으나 내원하기 하루전부터 급격히 호흡곤란이 발생해 타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외부병원 응급실에서 시행한 검사상 심근 효소 수치가 크게 상승했으며 심전도상 심근경색이 의심이 되어 응급으로 관상동맥조영술을 시행했고 크게 이상 소견은 없었으나 심장 초음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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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이후 소변량은 유지가 되었으나 심장은 전혀 움직일 생각이 없다. 내원하기 일년전 시행했던 흉부 x-ray 에서는 환자의 심장이 크지 않았고 그때도 여전히 마라톤을 하는데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기저 질환으로 심부전이 있었을 거라 판단되지 않았고 내원 일주일전부터 발생한 감기와 호흡곤란등을 고려할 때 급성 심근염에 의한 심부전으로 판단됐다. 환자의 심근은 부어 있었고 주변으로 심낭염이 동반돼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환자의 심장이 전혀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수축기와 이완기를 반영하는 맥압도 전혀 없었고 에크모가 없다면 환자는 사망할 수 밖에 없었다.
급성 심근염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심장 근육에 급성 혹은 만성으로 염증 세포가 침윤한 상태를 말하며 실제 어느 정도의 빈도로 발생하는지 정확한 통계 수치는 존재하지 않으나 전 세계적으로 10만명당 10명에서 105명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한국의 데이터는 현재 다기관 연구중에 있다. 심근염의 주된 원인은 바이러스 감염, 약물이나 주변 환경의 독소에 의한 심근염, 면역학적인 이상 혹은 방사선 치료 이후에 발생 할 수 있으며, 최근에 COVID-19 백신 중 mRNA 백신에 의한 보고들도 종종 있다.
검사상 위의 환자처럼 혈액 검사상 염증 수치의 상승과 심근 효소수치의 상승이 있기 때문에 관상동맥조영술을 시행해 관상동맥 병에 대해서 배제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급성기에 감소된 심장 기능을 지지해 주어야 하는데 이는 약물 치료가 있고 위의 환자처럼 혈압이 유지되지 않고 심기능 저하에 의해 소변량이 감소하고 대사성 산증이 발생하는 경우 에크모를 삽입해 심장을 쉬게 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심근염 자체에 대한 현재까지 성공적인 치료법은 없으며 대부분은 심부전에 대한 대증 치료 이다. 이러한 급성 심근염은 원인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많은 경우 완전히 회복될 수 있다. 그러나 급격히 나빠지는 임상 양상을 갖는 전격성 심근염중에서는 회복되지 않고 심부전 및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특히 에크모를 삽입한 경우 손쓸 수 있는 틈도 없이 환자가 나빠지기도 하고 혹은 에크모로 환자의 심장을 쉬게 하여도 결국 에크모의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이나 혹은 심장이 돌아오지 않아 이식으로 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완전 회복하더라도 드물게 재발 하는 경우도 있고 부정맥이 발생해 이로 인한 급사가 회복 이후에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김모 환자는 심한 심부전과 혈압 감소로 인해 신기능과 간기능이 모두 악화됐고 에크모 삽입 이후에도 상태가 그리 좋지 못했다. 밤새 우리 팀은 환자를 정성스레 보아 신기능이나 간기능은 호전됐지만 심장은 도대체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환자의 혈액형은 0형이었고 혹시 돌아오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심장 이식도 준비는 해 두었다. 두 딸과 배우자는 환자에 대해 매우 극진했고 평소 딸 바보로 자녀들의 사랑이 극진했던 환자인지라 가족들의 실망감과 슬픔은 커져만 갔다. 에크모 삽입 8일째, 환자의 심장은 전혀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움직임도 없었다. 에크모 삽입 기간이 늘어날수록 그에 따른 합병증이 심해지기 때문에 이제는 심장이식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보아야 하지만 코로나 이후 뇌사자가 줄었고 심장 이식이 전반적으로 줄어든 상황이라 환자에게 뇌사자가 나올지도 불분명했다. 환자와 착한 딸들로 여러가지로 마음이 쓰이쓰 있었을 때 마침 뇌사자가 발생했고 본원이 1순위로 이식이 가능한 상태였다.
보호자분들에게 설명을 하고 다학제 협진을 진행했다. 에크모 삽입한지 8일째 이고 며칠 더 기다려서 환자의 심장이 돌아올 것을 고려해 볼 수 있지만 그 사이 에크모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고 환자의 심장이 기능을 한다는 보장이 없으며 그 경우 최근 뇌사자의 감소로 환자가 이식을 받지 못한채 사망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의사들의 논의와 합의를 거쳐 심장 이식을 진행하기로 했다. 우리 이식팀이 준비를 하고 있는 중 뇌사자의 뇌파가 아직 다소 남아 있어 하루가 지난 시점에서 재 평가 하기로 하고 적출도 또한 하루 더 미루어 지게 되었다.
이것 또한 환자가 살아날 운명이었던 것인지 기적적으로 전혀 움직이지 않던 환자의 심장이 그날 밤부터 조금씩 뛰기 시작했다. 다음날 새벽부터는 이전에 비해 다소 심장의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해 장기 기증원에 본원에서는 금번 뇌사자는 이식을 받지 않기로 하고 그 다음 병원으로 이식의 순서가 정해지도록 하고 환자는 에크모를 줄이면서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다행히 수일간 더 치료한 이후에 환자는 에크모를 제거하고 병실로 올라갔으며 심기능은 완전 회복되었다. 그날 이식으로 갔다면 평생 면역 억제제를 복용해야 했을텐데 환자분이 살 운명이었는지 에크모도 잘 떼고 심기능도 완전 회복돼 너무 다행이었다.
병실로 올라온 환자는 그간 중환자실에서 정말 하늘나라에 다녀온 것들을 이야기 해주시는데 그게 섬망이었는지 진짜 겪으신 것인지는 모르지만 신기하게도 필자의 중환들중 생사의 고비를 넘긴 분들을 다 비슷한 것들을 보고 오시는 것 같다.
다행히 환자는 잘 퇴원했고 외래에 따님과 배우자와 함께 손잡고 방문했는데 심장 기능은 완전 회복돼 상당히 예후가 좋을 것으로 생각됐다. 의사로서 최선을 다하고 죽을 힘을 다해도 어쩔 수 없이 돌아가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 때마다 하늘이 정한 운명이라는게 있는 것 같아 한분 한분 기도를 하면서 진료할 수 밖에 없다. 이분처럼 최선을 다했고 심장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식을 결정했지만 또다시 운명적으로 이식이 이루어지지 않고 심장 기능이 호전되는 환자를 보며 다시 한번 의학적으로도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늘 기도하는 마음으로 겸손하게 환자를 봐야 한다는 걸 다시금 상기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