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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일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EMA에 신청한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HD201의 승인 거절이 나왔다고 공시했다. 핵심 밸류에이션의 대형 악재가 터지면서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와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334970)는 하한가로 직행했다.
EMA는 공식 홈페이지에 “임상에 사용된 의약품(HD201)의 제조공정이 상업적 생산공정과 다르다고 판단했다”며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가 제시한 연구 결과는 상업적으로 생산된 의약품이 대조약과 바이오시밀러가 될 것이라는 충분한 증거를 제공하지 못했다. 판매 허가를 거부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의 해명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동등성입증에 실패했으나 EMA가 허가 거절을 뒤집고 승인을 내준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푸마 바이오테크놀로지 너링스, 다케다 닌라로, 프로베카 시알라나르를 과거 사례라고 제시했다. 두 번째는 EMA가 형평성에 맞는 심사를 하지 않았으며, 재심사를 통해 충분히 부당함을 입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는 회사 측의 해명에 의문을 제기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가 제시한 과거 사례들은 바이오의약품이 아니다. 특히 모두 동등성 또는 제조공정과는 전혀 다른 문제로 승인 거절을 받았다. 임상 시험 데이터가 충분히 설득력이 없었거나, 환자에게 이점을 가져오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EMA가 본인들이 제시한 기준을 안 받아들이고 협소한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토로하는 데 당연한 이야기다. 규제기관은 브로드한 기준이 아니라 타이트하게 비열등성과 안전성을 확인해야 한다”며 “바이오의약품은 제조 과정이 정말 중요하다. FDA, EMA가 바이오의약품 동등성 이슈에서 승인 거절이 곧바로 뒤집힌 사례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합성의약품과 달리 바이오의약품은 모든 제조 과정을 까다롭게 평가한다. 살아있는 세포와 유전자 등이 아주 작은 차이로 의약품의 품질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글로벌 의약품 허가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식품의약국(FDA)과 EMA에서 바이오의약품 허가를 받은 국내 회사가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두 곳밖에 없는 점만 봐도 높은 허들을 체감할 수 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임상 도중 공정 변경이 있었다. EMA는 변경된 임상시험용 배치와 상용화 배치의 품질이 동등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 23일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EMA 허가 거절 3일 만에 재심사를 요청했다고 공시했다. EMA 재심사 요청은 15일 이내에 누구나 신청 가능한 절차다. 하지만 제조 품질의 수정, 보완이 이뤄지지 않은 재심사 신청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한 바이오회사 대표는 “바이오시밀러 동등성 기준치를 충족하지 못했는데, 데이터를 새로 제출하지 않고 EMA 결정이 번복될 가능성은 없다”며 “그냥 다시 신청하고 떼쓴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데이터를 뽑아서 EMA의 동등성 기준에 들어온다는 것을 입증해야 된다”고 설명했다.
대형제약사 GC녹십자는 2018년 면역결핍증 치료제 IVIG-SN 공정 과정에서 배치(batch)간 동등성입증 실패로 FDA 허가 거절이 나온 바 있다. 당시 GC녹십자를 커버하던 증권사 바이오 애널리스트들은 FDA 승인이 1년 정도 지연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까지 IVIG-SN은 FDA 허가가 나오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