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나는 심장 질환으로 일찍 죽나요?

이순용 기자I 2022.04.16 00:04:34

[심부전과 살아가기]
김경희 인천세종병원 심장이식센터장

[김경희 인천세종병원 심장이식센터장] 45세 김모 님은 혈압이 있었으나 잘 조절하지 않았으며 수달전부터 호흡곤란이 있었으나 지켜 보다가 누워서 주무시기 힘들 정도가 돼 외래를 찾아 입원했으며 좌심실 구혈률이 15% 까지 감소한 심부전으로 진단돼 치료했다.

고혈압에 의한 심부전이었고 환자가 술, 담배를 하지 않고 약을 꾸준히 잘 드신다면 문제 없이 호전될 것으로 판단된 환자였다. 환자는 생활 습관을 정말 잘 조절했고
김경희 인천세종병원 심장이식센터장
술, 담배를 끊었으며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약물 복용을 잘했다. 그리고 하던 사업도 무리없이 잘 진행하고 일상 생활을 하고 있었다. 6개월정도 지난 시점에서 환자의 심기능은 거의 정상화 되었으며 일반인과 동일한 수준으로 회복됐다.

환자에게 현재처럼 잘 지내면 심장으로는 문제 없이 평균 생존을 하며 잘 살 수 있다 설명 드리고 다만 좌심실 구혈률이 감소됐다가 호전된 환자의 경우 중간에 약물을 중단할 경우 다시 나빠질 수 있으므로 약을 꾸준히 드시도록 이야기 드렸다. 의사 환자 관계는 매우 좋았으며 약도 잘 드시고 건강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시게 됐다. 그러나 환자의 경우는 조금 과도해서 작은 변화에도 모두 심장으로 생각하고 가슴이 아프거나 머리가 아프면 모두 심장으로만 생각해 걱정이 많게됐다.

특히나 유투브나 블로그 등에서 “심부전 환자 생존율은 50%도 안돼… 암보다 더 무서운 심부전”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더욱 걱정이 앞선다. 한달에 3-4번은 외래에서 확인을 해야 하고 작은 변화에도 문제가 없는지 주치의에게 확인을 하고자 했다. 첫 6개월 사이에 심장기능이 다 회복되지 않았을때 심부전 환자는 감염이나 혈압 조절이 다시 되지 않을 경우 나빠질 수 있지만 심장 기능이 모두 회복된 이후에는 약물 복용을 잘 한다면 특히나 나이가 젊을 경우 큰 문제 없이 살아 가실 수 있다.

환자는 6개월이 지나서 심기능이 다 회복된 이후에 그런 걱정들이 더 심해졌던 상태라 우선 심장 초음파를 해서 문제가 없음을 설명했으며 괜찮다고 안심을 시켰다. 그렇지만 가슴이 답답할 때마다 심장 때문에 그럴 것이라는 생각에 이제는 잠도 오지 않아 우선 외래에서 환자의 이전 x-ray 와 최근의 x-ray 를 보여드리고 심장 크기가 눈에 띄게 줄었음을 비교해 드렸다.

그리고 핸드폰 사진기로 x-ray 를 찍어 가도록 하고 괜찮다고 걱정이 될 때 보시도록 하고 초조하고 불안할때는 우선 걱정보다는 운동과 취미생활을 하시도록 격려했다. 그리고 그런 격려와 안심에도 환자가 공황장애나 혹은 불안장애 초기로 판단되어 정신건강의학과에 협진을 하였다. 환자는 2주후 다시 외래를 방문하였을 때 정신건강의학과 약물을 복용한 이후 한결 가슴 답답함이 호전되었고 흉통과 호흡곤란은 모두 사라졌다고 하며 외래를 나섰다.

심장은 가슴뼈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으며 자신의 주먹만하다. X-ray 를 살펴 보면 심장의 윤곽이 보이는데 심장은 좌측에 치우쳐 있어 3분의 2 정도는 정중선의 좌측에 3분의 1 정도는 우측에 위치한다. 이는 심첨부가 좌측으로 향해 있고 좌심실이 두껍고 크기가 더 큼에 따라 왼쪽으로 치우쳐 보이는 것이다. 좌심실 구혈률 저하 심부전 환자의 경우 처음 진단시 x-ray 상으로 심장이 크고 폐 주변으로 울혈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x-ray 상으로 보는 심장은 심장의 그림자 이기 때문에 말 그대로 그림자처럼 실제로 심장이 큰 경우도 있고 혹은 작거나 크지 않지만 크게 보이는 경우도 있다. 실제는 심장이 크지 않으나 크게 보이는 경우는 심장 주변에 심낭에 물이 찬 경우, 체중 과다나 여성 호르몬 등의 문제로 인해 심장 주변에 지방이 유독 발달한 경우, 혹은 위치와 호흡에 따라 x-ray 가 다소 크게 보이는 경우 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심장 초음파를 통해 정말 심장 크기가 크고 기능이 떨어졌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또한 과거 x-ray 가 있다면 비교를 해 보는 것이 좋다.

외래에서 초기에 호흡곤란이나 흉통으로 내원한 환자에게 시행하는 기초 검사로는 가슴 x-ray 와 심전도가 있는데 심전도는 심장에서 만들어내는 전기 신호를 피부에 붙인 전극을 통해 그림으로 기록하는 검사인데 자리에 누워 10초정도의 심장의 전기 신호를 파악하여 결과를 분석한다. 비용도 저렴하지만 10초동안에 하는 검사로 다 확인은 어려우나 부정맥이나 혹은 좌심실 비대, 우심실 비대, 전도 장애등을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필자의 병원에서는 최근 인공지능을 통한 연구로 심부전을 진단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기술들을 개발하고 스마트 워치의 심전도를 이용한 심부전 연구도 진행해 점차 빠르고 간편하게 심장 관련한 문제들을 찾아 낼 수 있게됐다.

필자의 외래에는 여러가지 이유로 흉통과 호흡곤란이 발생한 환자들이 심장 문제가 아닐까 걱정해 방문한다. 초기 검사인 흉부 x-ray 와 심전도를 통해 환자의 심장의 그림을 그리고 병력 청취를 통해 여러가지 질환들을 감별한 후 피 검사와 심장 초음파 혹은 24시간 심전도등을 측정하고 추가적으로 필요시 CT 나 관상동맥 조영술 혹은 MRI 같은 검사를 진행한다. 혹은 급성기 환자들은 바로 입원을 시키거나 관상동맥 조영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흉통이나 호흡곤란을 주소로 내원한 환자들이 모두 심장 질환은 아니다. 흉통은 심장 앞을 싸고 있는 근육과 뼈들도 있어 근골격계 질환이나 혹은 근막주변에 미세 염증등으로 심한 흉통이 발생하기도 한다.

필자의 환자의 경우는 유방암에 뼈 전이로 가슴이 아팠는데 심장인 줄 알고 찾아 오는 경우도 있었다. 폐결핵이나 폐렴등으로 늑막염이 발생하는 경우도 흉통이 발생할 수 있다. 아울러 심장 이외에 천식등 폐 질환으로 인한 호흡곤란도 있기 때문에 여러가지 감별진단을 해야만 한다. 심장으로 필자에게 다니는 환자들의 경우도 다시 호흡곤란이 발생하여 검사를 하거나 청진을 하면 대부분은 심부전 악화이지만 기흉, 천식, 위의 환자처럼 공황장애등이 새롭게 발생하는 경우들이 있다.

기술도 발전했고 우리는 이제 꼭 의사가 아니더라도 병원에 가지 않더라도 무수히 많은 정보들을 접할수 있다. 정말 좋은 정보들도 많지만, 단편적인 정보. 사람들을 끌어 드리려는 제목들을 정하고 귀에 솔깃한 말에 현혹되는 경우들도 많아서 환자분들이 여기 저기에서 듣고 자신은 그런 병이다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위 환자의 경우도 호전된 좌심실 구혈률을 갖는 심부전 환자로 예후가 매우 좋지만 자기가 말기 심부전 환자처럼 생각해 심부전이라는 병명 하나로 지속적인 불안감과 초조함을 보였던 환자였다. 자신의 병에 대해 잘 아는 것은 분명 필요하다. 그리고 관리를 통해 건강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괜한 병을 만들거나 걱정만 하는 것은 오히려 건강을 악화시키고 힘들게 할 수 있다는 점을 한번씩 상기하고 가까이 있는 주치의와 상의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