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주관사 아래 진행하는 두 기업의 상장을 두고 ‘플러스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청약이나 공모 등의 상장 과정에서 ‘좋은 점은 수용하고 아닌 것은 빼 버리자’는 첨예한 이해관계가 깔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흥미로운 점은 동종 업계인 오아시스가 상장 주관사로 낙점한 두 증권사를 똑같이 선정했다는 점이다. 같은 분야에 있는 기업들의 상장 주관 업무를 겸하지 않는다는 ‘이해관계 상충 방지’ 때문에 유력 후보로 꼽히지 않던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전개가 이뤄진 것이다. 더욱이 발행사가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내고 PT(프레젠테이션)을 거치는 일반적인 IPO 주관사 선정 절차마저 건너뛰면서 화제가 됐다.
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컬리는 상장 방식이나 상장 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국내 내로라하는 초대형 증권사에 상장 업무를 맡기고 싶은 의지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SSG닷컴이 미래에셋대우를 상장주관사로 선정하느냐를 끝까지 관망했던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시장 예상대로 SSG닷컴이 미래에셋증권과 의기투합하자 다른 대안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에 상장 주관사 업무에 대한 가능 여부와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심 SSG닷컴을 노렸던 두 증권사 입장에서도 마켓컬리의 제안을 숙고한 끝에 해당 결정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다만 동종업계인 오아시스가 신경이 쓰이는 상황인 점도 부정할 수 없다. 결과론적으로 두 회사의 상장 주관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봤을 때 주관사 쪽에서 오아시스에 납득할 플러스 요인을 제시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마켓컬리의 상장사 선정 전날인 지난달 28일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오아시스 마켓에 각각 50억원씩 100억원을 투자한 점도 이런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마켓컬리는 내년 상반기 안에 상장을 끝마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시기상으로 봤을 때 뒤늦게 합류한 마켓컬리가 상반기에 먼저 상장하는 게 유력한 상황이다. 오아시스가 내심 염두에 둔 포인트가 여기에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마켓컬리의 상반기 상장 과정을 타산지석 삼겠다는 게 핵심이다. 기자간담회부터 기관·일반 청약 등 촘촘하게 이어지는 과정을 모니터링 하고 피드백을 통해 성공적인 상장을 이끌어내겠다는 모종의 계산이 있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오아시스 입장에서도 마켓컬리의 과정을 통해 보다 안정적인 상장을 이끌어내겠다는 결론을 냈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