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상승기 맞아 주목…안정적 이자수익 장점
5일 자본시장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사모대출펀드(PDF·Private Debt Fund)의 운용자산규모는 지난 2010년 이후 지난해까지 연평균성장률 9.2%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PDF 운용자산은 1조390억달러에 달한다. 특히 코로나19 기저효과로 올해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64.6%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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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모대출 시장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글로벌 사모대출 시장에서 아시아 지역의 비중은 약 7%에 그쳤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최근 사모대출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통화정책이 본격적인 전환기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사모대출은 대출이라는 특성상 이자수익으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낼 수 있고, 대부분 변동금리를 적용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금리상승기에는 리스크 헤지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전통자산인 채권투자의 대안으로 사모대출이 꼽히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다음 달 자본시장법 개정도 국내 사모대출 시장의 확장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PEF 운용사도 대출형 펀드 조성과 운용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PEF 운용사들이 PDF를 조성하게 되면 부실채권, 메자닌 투자 등에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뿐 아니라 금융위원회는 올해 5월 기업구조혁신펀드 1조원 추가 조성 계획을 발표하면서 PDF 투자 활성화를 위해 투자대상을 확대했다. 지난 2차 펀드 조성 시 사후적 구조조정 기업으로 한정했던 PDF의 투자대상을 자본잠식이나 과다부채 기업 등 사전적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까지 확대한 것이다.
◇“금리상승기 투자 대안”…조직 정비 ‘활발’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016년 금융당국이 회사채 시장 접근성이 낮은 중위험 기업 등에 대한 다양한 자금조달 수단 제공을 위해 대출형 사모펀드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기피로 크게 활성화되지 않았다”며 “하지만 리스크에 대한 인지가 확대됐고 금리상승기에 대안 투자의 필요성이 크기 때문에 관련 시장은 점차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국내 주요 PEF 운용사들은 일찌감치 사모대출이라는 새로운 먹을거리를 선점하기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국내 PEF 운용사의 맏형격인 IMM프라이빗에쿼티(PE)는 자회사 형태로 사모대출 운용사인 IMM크레딧솔루션(ICS)을 설립했다. ICS는 IMM PE가 진행하던 마이너리티 투자 등에 집중적으로 나선다. ICS는 올해 1조원 규모의 SK루브리컨츠 소수지분 딜을 가져갔다.
중견 PEF 운용사인 VIG파트너스와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도 관련 조직을 정비했다. VIG는 사모대출 부분을 전담하는 VIG크레딧을 신설했고, 글랜우드PE 역시 최근 PCF를 담당하는 조직을 두기로 했다.
연기금의 움직임도 포착된다. 900조원에 달하는 자산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은 최근 기금운용본부 사모벤처투자실 내에 대체전략투자팀을 신설할 계획이다. 사모벤처투자실은 기존에는 아시아, 미주, 유럽 등 지역별로 팀을 구분해놓았는데 여기에 대체전략투자팀을 추가하는 것이다.
신설되는 대체전략투자팀은 운용사 지분투자, 세컨더리 투자와 함께 사모대출을 담당하게 된다. 향후 국민연금이 사모대출 시장에도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자금을 집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국민연금 외에는 행정공제회가 수년 전부터 일찌감치 해외 PDF 투자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번의 높은 수익률 대신에 꾸준히 적당한 수익률을 내는 것이 중요한 기관투자자 입장에선 매력이 있다”며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앞으로 국내에서도 사모대출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