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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없는 살인, 육절기 톱날에 묻은 DNA로 범죄 증명

성세희 기자I 2016.02.29 05:00:00

유권자 매수 지폐에 묻은 피부조직 검출해 범죄 밝혀내기도

[이데일리 성세희 기자] 검찰은 과학 수사를 통해 사라진 증거를 찾는다. 지폐에 묻은 유전자를 감식해 유권자를 매수하려던 정황을 밝혀낸다. 미제로 남을 뻔한 ‘육절기 살인사건’은 톱날에 묻은 흔적을 DNA포렌식 기술을 이용해 해결했다.

농협이나 축협 등 조합장 선거는 금권선거로 치닫기 일쑤다. 지역 조합장에 선출되면 주어지는 보수와 권한은 큰 반면 유권자수는 적은 탓이다. 축협 조합원인 권모(74)씨는 지난해 첫 전국동시조합장 선거를 앞둔 2월6일 저녁 7시쯤 경북 안동시 자신의 집에 또다른 축협 조합원 정모씨를 불렀다. 안동봉화축협 조합장 선거에 입후보한 전모씨 지원을 부탁하기 위해서다.

그는 정씨에게 “전씨가 (조합장이) 되어야 하니 도와달라”며 오만원권 지폐 네 장을 내밀었다.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조합장 선거가 치러지기 전 180일 간 금품을 주거나 받으면 선거법 위반이다. 권씨는 정씨에게 돈을 준 적이 없다며 혐의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5만원권 4장은 권씨를 기억하고 있었다. 검찰은 유전자 감식을 통해 오만원권 지폐 표면에 권씨의 피부조직이 묻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증거로 들이밀었다.

권씨는 뒤늦게 인정했다. 대구지법 안동지원 형사2단독 강동원 판사는 조합장 선거를 도와달라며 정씨에게 금품을 준 혐의(공공단체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로 권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한때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육절기’ 살인사건도 검찰의 과학수사가 빛을 발한 사례 중 하나다.

한 집에서 15년 가까이 세들어 산 김모(60)씨는 집주인 박모(여·66)씨에게 호감을 품었다. 박씨 남편이 숨지자 김씨는 박씨에게 여러 차례 구애했다. 그러나 박씨는 김씨의 구애를 거절한 데 이어 지난해 1월에는 김씨에게 집을 비워달라고 요구했다. 김씨는 그해 1월 말 정육점에서 고기를 써는 데 사용하는 육절기를 구입했다. 김씨는 PC에 인체해부학 동영상과 인체해부도를 저장하고 여러 차례 열람했다. 박씨는 그해 2월4일 저녁 7시쯤 귀가한 뒤 사라졌다.

박씨 아들은 김씨와 함께 박씨를 찾아다니다가 경찰에 실종 신고를 냈다. 박씨는 집에 들어간 뒤 나온 흔적이 없었다. 박씨 집에서 나온 사람은 김씨 뿐이었다. 주변 폐쇄회로텔레비젼(CCTV)는 김씨가 다음날 아침 네 차례에 걸쳐 트럭에 박스를 싣고 나간 장면을 포착했다.

김씨는 박씨가 사라진 이후 육절기를 지인 창고에 맡겼다. 검찰은 앙심을 품은 김씨가 그날 박씨를 살해하고 육절기로 시신을 훼손해 유기했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박씨를 죽이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검찰은 김씨가 지인 집에 맡긴 육절기를 정밀 분석했다. 육절기에서는 사라진 박씨의 흔적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육절기 톱날에서 박씨 DNA가 검출됐다. 육절기 본체에서는 혈흔과 박씨 DNA와 같은 근육, 뼈 조직을 발견했다. .

수원지법 형사합의15부(재판장 양철한)는 지난 4일 김씨에게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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