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유전정보 시장 '급팽창'..한국, 기술·규제 극복해야

이승현 기자I 2015.04.29 00:55:27

미·중, 글로벌 시장 주도..한국, 뒤늦게 투자나서
"개인의 자유로운 유전분석 허용해 시장 키워야" vs. "신중해야"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2012년 데이비드 캐머론 영국 수상은 국민 10만명의 유전체(게놈) 정보를 해독 및 분석하는 ‘10만 게놈프로젝트’ 계획을 직접 발표했다. 영국 정부는 이를 전담할 국유회사 ‘제노믹스 잉글랜드’(Genomics England)를 설립했고 올 초부터 참가할 환자를 모집하고 있다. 프로젝트에는 총 3억파운드(약 4889억원)가 투입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게놈분석을 통한 개인형 맞춤의학에 총 2억1000만달러(약 2255억)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국민 1000만명의 게놈 샘플을 연구용으로 수집할 계획이다.

미국의 경우 이미 2008년을 전후로 ‘23앤드미’(23andMe)와 ‘디코드미’(deCODEme), ‘내비지닉스’(Navigenics) 등 민간 유전체분석 서비스 회사들이 나오면서 이 시장이 활성화됐다. 특히 23앤드미는 구글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의 아내인 앤 워치츠키가 창업한 기업으로, 99달러(약 10만원)라는 최저가 비용으로 게놈분석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

이 기업은 그러나 부정확한 유전정보 제공을 이유로 2013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제재를 받아 영업을 중단했다 연초 일부 서비스를 다시 허용받았다.

중국 과학기관에서 출발한 ‘베이징유전체연구소’(BGI)는 전세계 유전체 데이터 시장의 20~25% 이상을 차지하는 선두 기업이다. 연매출 2억달러가 넘는 이 회사에는 정보분석 인력만 1000명 이상이 있다.

KT(030200)와 서울대학교는 지난해 5월 유전체 분야 산학 협력을 통한 공동 연구개발을 위해 협약을 체결하고 바이오인포매틱스 센터를 공동설립 했다. 바이오인포매틱스 센터는 서울대 생명공학공동연구원(원장 김선영)에 설립됐다. KT는 유전체 분석을 위한 첨단 ICT 역량을 제공하고, 서울대 생명공학공동연구원은 바이오인포매틱스 기술과 연구 공간과 전문 연구인력을 제공해 유전체 분석 핵심솔루션 개발 및 유전체 관련 사업발굴을 추진한다. 황창규(왼쪽) KT 회장과 오연천 당시 서울대 총장이 협약을 체결하고 협력을 다짐하고 있다. KT제공
시장조사회사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전세계 유전체 분석시장은 2013년 111억달러(약 11조8000억원)에서 2018년 198억달러(약 21조원)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한국 역시 범부처 합동으로 ‘포스트게놈 다부처 유전체사업 추진계획’을 확정, 2021년까지 총 5788억원을 투자해 활성화에 나선다.

한국의 경우 현재 시장규모가 매우 작은 데다 기술향상 과제가 많이 남아 있다.

마크로젠(038290)테라젠이텍스(066700), 디엔에이링크(127120) 등 민간 유전정보 회사들이 있지만 국내 시장규모는 아직 1000억원대에 불과하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기술수준은 세계 최고인 미국에 비해 57.7%에 머물며 기술격차는 4.2년으로 평가된다.

특히 유전체 분석의 핵심장비인 DNA 염기서열 분석기(시퀀서·Sequencer)의 경우 미 일루미나사(社) 등 외산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유전체 분석분야 연구계와 기업에선 내국인이 유전체분석 서비스를 받으려면 반드시 의료기관 허가를 얻어야 하는 현행 법이 큰 규제라고 지적한다.

해외와 달리 국내에선 개인이 유전체분석 서비스를 직접 신청할 수 없어 활성화를 가로막다는 것이다. 박종화 울산과학기술대 생명과학부 교수(제로믹스 대표이사)는 “일반인이 자유롭게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어야 이 시장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하지만 유전정보 서비스를 검증할 충분한 데이터가 쌓이지 않았다며 이 요구에 매우 신중한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미국에서도 23앤드미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영업을 중단시켰다. 다른 나라도 (완전 허용이 아닌) 제한적 실시를 한다”며 “미국에서 특별한 규제완화 움직임이 없는 한 우리도 신중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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