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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리스크 관리가 기업 운명 갈랐다

김현아 기자I 2014.12.31 00:00:52
[이데일리 김현아 김관용 기자] 2014년은 어느 해보다 기업을 뒤흔든 위기가 많았다. 하지만 위기에 어떻게 대응했느냐에 따라 기업의 명운이 엇갈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속한 리스크 관리에 따라 기업의 평판 자체가 달라졌다는 얘기다.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해운 업계의 부패가 표면화된 건 차치하더라도, 마우나리조트 강당 붕괴사고 같은 안전불감증이 낳은 참사가 빈번했다. 해킹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이나 통신망 장애, 사이버 검열 논란 같은 정보기술(IT) 서비스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사건도 있었으며, 연말에는 갑을 논란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는 ‘땅콩 회항’ 사건까지 터져 재계 전체를 긴장시켰다.

△2014년 위기에 직면한 기업들
이들 사건에 대한 여론의 관심은 적어졌지만,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절차가 진행중인 경우가 많으며, 사고 후 제도를 보완하는 위한 다양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거나 논의되고 있다.

◇대표가 나서 발 빠르게 사과한 기업들, 도덕적 비난 면 해

코오롱 이웅렬 회장이 경주 마우나리조트 현장 지휘소를 찾은 건 2월 18일 오전 6시. 사고 발생 9시간 만이었다. 이 회장은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부상자와 가족에게도 엎드려 사죄한다. 부상자들이 하루빨리 쾌유할 수 있도록 코오롱 그룹은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2월 18일 새벽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현장 사고 대책본부를 찾은 이웅렬 코오롱 그룹 회장이 사과문을 낭독하고 있다. (제공=울산 뉴스1)
황창규 KT 회장도 경찰의 사건 발표 다음 날인 3월 7일 오후 사과했다. 그는 “2012년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건 이후 또 다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데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드리면서 다시 한번 머리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2012년 사건 발생 당시 이석채 회장이 아닌 표현명 사장이 사과했던것과 온도 차가 난다.

황창규 KT 회장이 7일 오후 서울 세종로 KT광화문사옥에서 KT 개인정보유출사건과 관련, 머리숙여 사죄하고 있다. (제공=뉴시스)
하성민 SK텔레콤 사장도 사건 발생 다음 날인 21일 오후 5시간 40분 동안 발생한 이동통신 장애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했다. 하 사장은 “약관에 연연하지 않고 보상 방안을 강구했지만, 고객분들이 느끼신 불편을 생각하면 충분한 위로가 되지 못할 것”이라면서 “2700만 고객을 모시는 일이 얼마나 엄중한 일인지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마우나리조트 사건이나 KT 고객 정보 해킹사건, SK텔레콤 통신장애 사건 등은 모두 사건의 원인과 책임에 대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적어도 해당 기업의 수장이 직접나선 덕분에 ‘파렴치한 기업’으로 내몰리진 않았다. KBS 기자 출신으로 ‘제국의 몰락: 오너가 끊어야 산다’를 집필한 김구철 위기관리전문가는 “이슈는 절대로 그냥 잠들지 않는다. 사고 대응에는 속도와 주체, 구체적인 대안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이 21일 오후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T타워에서 지난 20일 발생한 서비스 장애 피상 보상 대책을 발표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종봉 네트워크부문장, 박인식 사업총괄, 하성민 사장, 윤원영 마케팅부문장. 사진=방인권 기자
◇우왕좌왕한 메시지…화를 키우다

다음카카오의 일명 ‘사이버 검열’ 논란에 대한 대응 과정은 대표적인 리스크 관리 실패 사례로 꼽힌다. 지난 9월 검찰이 ‘사이버 명예훼손 전자수사팀’ 신설을 발표하자 카톡 가입자들은 불안해 했지만, 다음카카오는 10월 1일 합병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는 “보고 받은 내용이 없다. 수사기밀에 속하기 때문에 언급할 수 없다”고만 했다.

하지만 카톡 사용자들은 분노했고, 대화 내용을 저장하지 않는 독일의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으로 300만 명 이상 빠져나갔다. 일주일이 지난후에야 다음카카오는 사법당국으로부터 요청받은 건수를 공개하면서 “안이한 인식과 미숙한 대처로 사용자에게 불안과 혼란을 끼쳤다”고 사과했다. 국회 증언 불응 논란에 빠진 이석우 대표가 “정부 수사기관의 감청 영장에 응하지 않겠다”고 말하면서 보수단체 일각에선 정부 전복 세력이라는 극단적인 비난까지 쏟아졌다.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가 10월 13일 기자회견에서 사이버 검열 논란으로 사용자들에게 불안과 혼란을 끼쳤다며 공식 사과하고 있다. (제공=연합뉴스)
삼성SDS(018260)의 과천 데이터센터 화재 사건도 위기관리 실패 사례다. 화재 당일 삼성카드(029780)의 일부 서비스만 제한됐을 뿐 큰 화재사고가 아니라고 했지만, 3층에서 시작된 불은 10층과 11층을 모두 태웠다. 삼성SDS 측은 백업장비를 가동하고 수원센터로 장비를 이동시켜 재가동했지만 삼성그룹 채용 홈페이지가 마비돼 삼성직무적성검사(SSAT)합격자 발표가 미뤄졌고, 삼성생명의 모바일 창구와 전자청약 서비스 등도 일부 제한되면서, 국내 1위 IT서비스 업체의 신뢰성에 금이 갔다. 삼성SDS 과천 데이터센터는 2015년 4월 정상화를 목표로 재건 중이다.

온라인 평판관리 업체 맥신코리아 한승범 대표는 “대한항공 사태의 본질과 전개 과정은 여러모로 작년 남양유업 욕설 파문과 닮아 있다”면서 “대한항공의 공식 사과문은 그야말로 ‘맹물’이었고, 사건의 장본인인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의 사퇴과정도 명쾌하지 못했으며, 사건 조사과정에서 당사자를 회유하고 협박한 정황까지 드러나는 등 위기관리 실패의 전형”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4월 20일 경기도 과천에 위치한 삼성SDS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발생해 건물 상당부가 불에 타고 있다.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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