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하루만에 조정..정부폐쇄-지표부진 탓

이정훈 기자I 2013.10.03 05:05:10

3대지수, 동반 소폭하락..S&P지수 1690선 지켜
소비재-산업재 관련주 부진..MS, 막판뒷심 반등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뉴욕증시가 하루만에 다시 소폭 반락했다. 연방정부 폐쇄가 이틀째를 맞으면서도 정치권이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고용지표까지 부진하게 나온 것이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2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일대비 58.56포인트, 0.39% 하락한 1만5133.14로 장을 마감했다. 나스닥지수도 2.96포인트, 0.08% 떨어진 3815.02를 기록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역시 전일보다 1.15포인트, 0.07% 낮은 1693.85를 기록했다.

미국에서 정부 폐쇄가 이틀째를 맞은 상황에서도 마땅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자 시장 부담이 커졌다. 다만 장 마감 이후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민주당과 공화당 최고 지도부들과 회동을 갖기로 한 것이 일부 기대감을 주기도 했다.

경제지표도 부진했다.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이 발표한 9월중 민간고용이 예상밖의 저조한 수치를 보인데다 앞선 8월 수치도 하향 조정되면서 고용 경기 둔화 우려를 낳았다. 다만 이로 인한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 축소 지연 기대는 우려 수위를 다소 낮추는 역할도 했다.

이런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이 단기 자금시장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며 3차 장기대출 등 가능한 정책수단을 총동원하겠다는 부양의지를 보인 것은 지수 낙폭을 제한시켰다. 또 레타 총리가 의회 신임투표에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막판 지지 선언으로 승리를 거두며 연정 붕괴에 대한 우려를 크게 낮춘 것이 위안이 됐다.

대부분 업종들이 하락한 가운데 특히 소비재와 산업재 관련주들이 특히 약세를 주도했다.

블랙베리는 사모투자펀드인 서버러스와 최소 한 곳 이상의 다른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소식에 장 초반 하락세를 접고 1% 가까이 올랐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3곳의 주요 주주들이 빌 게이츠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약세를 보였지만 막판 1% 이상 상승세로 돌아섰다.

또한 이날 증시에서 첫 거래를 시작한 새내기주인 엠파이어스테이어 리얼티트러스트는 주당 13달러인 공모가격에서 1% 가까이 상승하며 선전했다.

반면 세계 최대 종자업체인 몬산토는 부진한 4분기 실적과 내년 이익 전망치로 인해 1% 하락했다. 알코아도 도이체방크가 투자의견을 ‘매도’로 하향 조정하자 주가가 거의 2% 떨어지고 말았다.

◇ 오바마-의회 지도부, 전격회동..정부폐쇄 해법논의

연방정부 폐쇄가 벌써 이틀째를 맞고 있는 가운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공화당 지도부간 회동이 전격 성사됐다. 이 자리에서 정부 폐쇄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에이미 브런디지 백악관 언론담당 보좌관은 이날 백악관 트위터 계정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이 정부 페쇄와 연방정부 부채한도 상한 증액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의회 지도부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했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는 민주당의 해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와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 공화당측에서는 존 베이너 하원 의장과 미치 맥코넬 상원 원내대표 등 양 당 핵심 수뇌부 4명이 모두 함께 할 예정이다. 이처럼 대통령과 양당 지도부가 모두 모이는 것은 임시 예산안과 연방정부 부채한도 상한 증액을 둘러싼 협상이 교착상태를 보인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다만 공화당이 연일 내놓고 있는 수정안에 대해 모두 거부의사를 밝히며 양보할 뜻이 없음을 보이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의 입장을 볼 때 쉽사리 양측간 이견 조율이 이뤄지긴 어려워 보인다. 베이너 하원 의장은 이날 “만약 이번 회동이 양측간에 진지한 대화를 시작한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면 왜 우리가 모여야 하는지 분명치 않다”고 말했고, 맥코넬 대표측 대변인도 “대통령이 협상하지 않겠다고 밝힌 이후에 이처럼 회동을 잡은 것에 대해 다소 혼란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는 월가 대형 은행들의 최고경영자(CEO)들을 초청해 역시 이같은 재정관련 현안들을 논의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 겸 회장을 비롯해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CEO, 브라이언 모니니한 뱅크오브아메리카 CEO, 마이클 코뱃 씨티그룹 CEO, 로버트 벤모세 AIG그룹 CEO,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CEO, 존 스텀프 웰스파고 CEO 등 참석자들은 경제를 위해서라도 의회가 속히 정부 폐쇄를 끝내고 부채한도 상한을 증액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로젠그렌 총재 “QE축소, 수년간 아주 더디게 진행될듯”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를 지속적으로 지지해온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향후 양적완화 규모 축소가 몇 년간에 걸쳐 더디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로젠그렌 총재는 이날 버몬트주 버링턴에서의 강연에서 “미국 경제가 완전고용으로 향해가고 인플레이션도 2% 목표치에 근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연준은 앞으로 몇 년간에 걸쳐 아주 더디게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발언은 “올 하반기부터 양적완화 규모 축소에 나서 내년 중반쯤 이들 완전히 종료할 것”이라던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전망보다 종료 시기가 훨씬 더 늦춰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의결권을 가진 보팅멤버로 활동하며 연준 부양정책을 지지해온 로젠그렌 총재는 “지난달 연준이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를 강력하게 지지했다”며 “당시 미국 재정상황에 문제가 없고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고용지표가 더 강했더라면 9월에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로젠그렌 총재는 “현재 대부분 FOMC 위원들은 경제가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그 개선세는 내년까지 넘어가야 현실화될 것”이라며 “경제 개선이 분명해질 때까지 연준은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 레타 총리, 신임투표 승리..伊 연정붕괴 고비 넘겼다

이탈리아의 엔리코 레타 총리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막판 지지로 상원 신임투표에서 승리했다. 이로써 이탈리아 연립정부 붕괴 위기가 큰 고비를 넘긴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상원은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레타 총리가 이끄는 연정에 대한 신임투표를 진행해 전체 305표 가운데 찬성 235표, 반대 70표로 레타 총리에 대한 재신임을 확인했다. 이번 상원 표결은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인 자유국민당(PDL)이 베를루스코니의 의원직 제명을 앞두고 연정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겠다고 발표한데 따른 것으로, 일단 레타 총리가 이번 신임투표를 통과한 만큼 연정 붕괴 위기는 한 고비 넘긴 것으로 보인다.

이날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세금 인하와 함께 경제와 사법 개혁을 약속한 레타 총리의 연설을 듣고 그를 지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지난주말 PDL 소속 장관들의 사퇴 등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로 인한 정국 혼란은 사그러들 것으로 기대된다.

이같은 소식에 이탈리아 증시에서 FTSE MIB지수가 0.53% 상승하고 있고 10년만기 국채 금리도 전일대비 9bp(0.09%포인트) 하락한 4.37%를 기록하고 있다.

◇ ECB, 단기금리 상승우려..“장기대출 등 모든 수단 검토”

유럽중앙은행(ECB)이 5개월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경제지표가 회복되면서 일단 관망모드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ECB는 연방정부 폐쇄 등 미국발 악재를 경계하며 장기간 부양기조를 유지하기로 했고, 역내 단기 자금시장의 불안한 상황을 우려하며 3차 장기대출(LTRO)를 비롯한 가능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ECB는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0.5%로 동결했다고 발표했다. 또 하루짜리 대출금리인 최저 대출금리도 0.5%로, 하루짜리 초단기 예금금리도 0%로 각각 유지했다. 이같은 결정은 시장 전망과도 일치하는 것으로, 앞서 블룸버그가 52명의 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모두가 금리 동결을 점친 바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도 기자회견에서 “유로존에서의 물가 상승압력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며 경제주제들의 경기신뢰지수는 점진적인 경제 개선을 확인시켜주고 있다”며 “”유로존 경제는 더딘 속도의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금융시장 개선이 실물경제로 서서히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ECB 통화정책 스탠스는 통화부양 기조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쪽으로 맞춰져 있다”며 “필요로 하는 한 오랫동안 부양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ECB는 기준금리를 상당기간 현재 수준 또는 그보다 낮게 유지할 것”이라고도 재차 약속했다.

특히 “최근 단기 자금시장이나 금융시장 여건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며 “ECB는 단기 자금시장 상황 변화에 관심을 특별히 집중하고 있으며 시장 안정을 위해 ECB는 다양한 정책수단을 활용할 것이며 그 어떤 것도 도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시장에서 연말 도입을 예상하고 있는 3차 장기대출에 대해서도 “장기대출도 채택 가능한 수단에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의 정부 폐쇄와 정부 부채한도 상한 증액 협상을 둘러싼 교착상태가 장기화된다면 유로존 경제에도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 美민간고용, 예상밖 저조..8월 수치도 하향조정

지난달 미국의 민간고용이 예상밖의 부진을 보였다. 시장 기대를 밑도는 고용 증가로, 오는 4일 발표될 고용지표 개선에 대한 기대도 낮아지게 됐다.

이날 민간 고용조사업체인 오토매틱 데이터 프로세싱(ADP)은 올 9월 미국 민간 순고용이 16만6000명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앞선 8월 수치인 15만9000명은 넘었지만, 시장 예상치인 18만명에는 못미친 수준이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에서 고용이 1만9000명 증가했고 건설업에서는 1만6000명이 늘어났다. 반면 공장부문에서는 1000명 증가에 그쳤다. 또한 8월 민간 순고용 수치도 종전 17만6000명에서 하향 조정됐다.

이처럼 지난달 민간고용 지표가 호조를 보이면서 4일 발표될 노동부 고용보고서에 대한 기대도 다소 낮아질 전망이다. 월가에서는 지난 8월에 16만9000명 증가하는데 그쳤던 비농업 취업자수가 18만4000명 늘어나고 실업률은 7.3%로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연방정부 폐쇄가 지속될 경우 고용지표는 발표되지 않는다.

마크 잔디 무디스어낼리틱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고용시장은 최근 몇 개월간 다소 둔화되는 양상”이라며 “재정 긴축이 고용 창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고 금리 상승도 일정 부분 충격을 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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