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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텅빈 야적장.."연비사태 끄떡없어요"

김자영 기자I 2013.01.23 06:00:00

현대차 앨러배마공장, 국내 공장보다 생산성 월등
기아차 조지아 공장, RPCS 부품 조달 시스템 도입 ''눈길''

[앨러배마·조지아(미국)=김자영 기자] 애틀란타 국제 공항을 출발해 85번 국도를 따라 2시간여를 달리니 파란색의 ‘HYUNDAI’ 일곱글자가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왔다. ‘현대 불러바드(대로)’를 따라 들어가니 10년전 문을 연 현대차(005380) 앨러배마 공장이 눈 앞에 펼쳐졌다. 한 눈에 들어온 공장은 공장이라고 부르기 어색할 정도로 가지런히 정돈된 느낌을 줬다.

차체 공장을 둘러보기 위해 가로지른 야적장은 미국에서의 현대차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하루에 1550대를 생산하는 이 곳은 총 4만여대를 세워둘 수 있는 야적장을 갖고 있다. 김영일 홍보부장은 “최근 몇년간은 하루라도 이 곳의 절반을 채운 적이 없다”며 “작년 연비 과장 사태 이후에도 마찬가지”라며 미국에서의 현대차의 인기를 설명했다.

◇ 현대차 앨러배마 공장, 생산성 국내보다 월등히 높아

주야 3교대로 돌아가는 공장에서는 2시30분이 되자 2조가 한창 근무를 시작하고 있었다. 앨러배마 공장의 HPV(Hour Per Vehicle·차 한대를 만드는 데에 드는 순수노동시간)는 15.4다. 지난 2008년 19.9HPV였던 것을 3년새 4시간이나 줄였다. 국내 공장이 30HPV인 것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나 높은 수준이다. 공장가동을 위한 적정인원을 표시하는 비율인 편성효율 역시 92~93%다. 국내 공장의 50%와는 대조적이다. 그만큼 생산성이 높다는 얘기다.

천귀일 앨러배마공장 법인장(부사장)은 “미국에 와서 두어달 지냈지만 미국인들의 근무태도에 상당히 놀랐다”며 “공장에서 일을 하지만 출근할 때 보면 평소보다 더 단정히 옷을 입고 온다. 그만큼 일에 대해 태도가 진지하다”고 전했다. 전날 술을 많이 마시고 출근하는 모습은 상상할 수도 없다고 했다.

차체 공장에 들어가자 5400톤 규모의 육중한 프레스 기계 2대가 시야를 압도했다. 찍어낸 차체는 공장 양옆으로 길게 쌓아올려진다. 적재함을 나와 차체 조립 공장으로 들어가자 분홍색 로봇들이 눈깜짝할 사이에 차를 조립했다. 자동차 라인 하나에 보통 400개의 로보트가 투입되는데 차체 작업에만 절반이 들어갈 정도다. 김영일 부장은 “차체 조립 작업의 경우 높은 완성도를 위해 자동화율이 높다”며 “그 사이사이에서 사람들이 볼팅(부품조립) 작업과 불량을 점검하고 잡아내는 역할을 꼼꼼히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 앨러배마 공장에서 직원들이 차체의 볼팅작업을 점검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특히 부품조립과정에서 컨베이어 벨트는 작업자들의 신체에 무리가 가지않도록 차량의 높낮이를 각각의 작업자에 맞게 자동으로 조절된다. 작지만 근로자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를 엿볼 수 있었다.

앨러배마 공장은 라인사이가 기존 공장들보다 좁다. 김 부장은 “라인 사이를 1㎝씩 줄여 30억원의 경비를 절감할 수 있었다”며 “공장 설계 당시부터 다양한 부분에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애를 썼다”고 설명했다.

조립된 차량은 요철 바닥을 통과한다. 차량에 적당한 충격을 줘 부품이 흔들리면서 미세하게 오차가 생긴 자리를 바로잡도록 하기 것이다. 이후 센 수압을 가해 물이 새는 곳이 없는지 확인해 OK사인을 받게 되면 드디어 차량이 야적장으로 보내진다.

◇ 부품 공급 전산화 시스템 ‘RPCS’ 통해 효율성 높여

이튿날 현대차 앨러배마 공장에서 1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기아차(000270) 조지아주 공장 역시 현대차 공장처럼 최신식 공장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하지만 현대차 공장보다 한참 뒤인 지난 2009년 문을 연 기아차 공장은 현대차 공장보다 로봇을 통한 자동화율은 조금 낮췄다. 로봇을 통해 빠르고 간편하게 완벽한 공정을 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기계라는 속성때문에 오류 발생이 잦다는 단점도 있기 때문이다. 서태영 법률 및 홍보팀 과장은 “예를 들면 판넬을 이동시키는 부분은 자동화를 하지 않았다”며 “오류가 많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어 조금 손이 더 가더라도 직접 사람이 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운전석 모듈 조립 역시 이같은 이유로 자동화를 선택하지 않았다.

특히 기아차 조지아 공장은 현대차 공장과 달리 물류 전산화가 돋보였다. 현대글로비스가 부품을 공장에 넣을 때부터 이미 전산화가 돼 있어 혼류생산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은 본인 자리에 들어오는 부품을 해당 차체에 별다른 확인없이 끼워넣기만 하면 된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RPCS(Renovative Production Control System)이다. RPCS는 차량의 주문부터 출고까지의 전과정을 공항관제시스템의 원리를 도입해 만든 생산관리방식이다.

오성한 생산관리부장은 “기아차 공장에서 협력업체에 생산에 필요한 부품정보를 실시간으로 납입지시를 하면 그 부품들이 각 공정에 투입되고, 공장에서는 전산화된 부품을 쉽게 선택해 조립할 수 있다”며 “처음 생산 계획부터 협력사에 대한 부품 지급까지 실시간으로 끊기지 않고 운영되도록한 전산 시스템”이라고 개념에 대해 설명했다. 이같은 새로운 개념의 시스템은 좋은 경영사례로 본사에도 보고됐다.

기아차 조지아 공장에서 한 직원이 기아차의 엠블럼을 달고 있다. 기아차 제공
한편 작년 연비 오류 사태 이후 분위기가 침체되진 않았을까 하는 우려와 달리 인근 딜러점에서도 공장에서 느낀 활기가 그대로 느껴졌다. K5의 최상급 모델을 살펴보기 위해 딜러를 찾은 내방객들로 북적였다. 직원들 역시 상담을 하느라 이야기를 건네기가 미안스러웠다.

조지아주 라그랜지시에서 기아차 딜러를 운영하는 제시 리히티는 “이전 도요타때와 달리 현대·기아차에서 발빠르게 사과하고 대응책을 내놓으면서 오히려 신뢰도가 이전보다 올라갔다”며 “환불울 요청한 고객은 10% 정도에 그쳤다”고 했다.

전병호 기아차 조지아주 공장 경영지원실 이사는 “연비 사태 후 보상금을 받기 위해 고객들이 딜러에 연비를 등록하는 관계로 내방객이 많아졌다”며 “오히려 새로운 차량들을 기존 고객에게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어 위기를 기회로 삼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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