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취재]잠룡 정몽준이 연평도에 들른 까닭은

나원식 기자I 2012.06.08 06:00:00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6월 08일자 6면에 게재됐습니다.

[연평도 = 이데일리 나원식 기자] “의원님. 이렇게 해서, 요렇게 빼내야 한다니까요. 호호.”   “꽃게 다듬는 게 쉽지 않네요. 하하. 처음이니까 잘 봐주세요.” 
 
예비 대권 주자인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5월에만 1만3000km를 넘어서는 강행군을 펼쳤다. 어느곳에서 경운기를 타는가 싶으면, 또다른 곳에서 말똥을 치우고 있었다. 전국을 누비며 ‘삶의 현장’을 체험한 지역만 40곳을 넘는다.

정 전 대표는 6월 들어서도 보란 듯이 전국의 현장 체험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일 현충일을 맞아 인천 옹진군 연평도를 찾아 해병대 장병을 위문하고 어민과 함께 꽃게 다듬기 체험에 나서며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연평도 일정은 평화 추모공원에서 헌화한 뒤 인근 주민 대피호 조성 현장을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어 어민과 함께 꽃게를 어망에서 빼내는 작업도 했다. 고단한 일정을 소화한 다음이었지만, 7일 새벽 4시에 기상해 해병대 장병과 함께 구보에 나서며 체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정 전 대표는 “연평도에 와보니 안보 현실을 실감하게 됐다”며 “연평도 주민은 민간인 옷을 입었지만 군인과 같은 중요한 일을 하는 분들”이라고 소감을 피력했다. 그는 1개월 동안의 민생 현장 탐방에 대해 “많은 분들의 괴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정 전 대표는 어쩌면 일터인 국회에 있을 때보다 평온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첫 대면에서 어색해하던 주민도 그의 평온한 표정에 금세 친근감을 나타냈다.

어민들은 “TV에서 볼때 날카롭고 차가운 이미지였는데, 실제 보니 동네 아저씨 같다”고 입을 모았다. 정 전 대표는 한껏 미소를 지으며 “제가 원래 그렇게 보여요”라고 되받았다.

정 전 대표는 7선 의원으로 19대 국회에서 최다선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삶의 현장을 찾아다니며 유권자 목소리를 직접 들은 것은 지난 2002년 대선 유세 당시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지역구 주민을 만나는데 힘을 쏟았기 때문이다.

정몽준 대선 캠프인 ‘해밀’의 박호진 공보실장은 “현장을 다니며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는 느낌을 자주 언급한다”며 “현장 목소리가 워낙 생생하기 때문에 대통령선거 준비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평도에서 오가는 주민마다 붙잡고 ‘요즘 형편이 어떻느냐’고 물었다. 현장 목소리에 귀기울인 후 지역 주민 간담회에 나가면 ‘대화’가 통한다는 사실을 익숙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 전 대표는 실제 이날 주민간담회에서 “연평도에 들어오는 비용이 비싸 관광객이 없다고 주민 한분이 하소연하더라”라며 “요금을 현실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운을 뗐다. 그러자 주민은 맞장구치며 이런저런 요구사항을 쏟아냈다.

그는 주민과 대화할 때와 달리 지역 행정 실무자와 현안을 논의할 때면 심각해졌다. 특히 해당 사업을 담당하는 중앙부처는 어디인지, 사업을 추진하려면 어떤 경로를 거쳐야 하는지를 꼼꼼하게 챙기는 모습이 수없이 목격됐다.

정국 현안에 대한 언급이 있을 때면 한층 진지한 표정이 우러나왔다. 그는 최근 논란을 빚은 ‘핵무장론’에 대해 “북한이 핵으로 무장한 상태에서 안보를 지키려면 군사적 균형 밖에 없다”며 “핵무기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핵 보유 능력을 갖추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주장하는 경선준비위원회 구성 논의에 대해 새누리당이 추진하지 않기로 방향을 잡았다는 점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정 전 대표는 “5년 전 대선 경선에서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경선준비위를 만들자고 요청했다”며 “그런데 이번에는 왜 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염려된다”고 꼬집었다.

정 전 대표는 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 의원,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과 함께 이른바 새누리당의 ‘비박 주자’로 불린다. 우선 여야를 통틀어 굳건하게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박 전 위원장을 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지지율이 2%대에서 정체돼 상승하지 않는 것도 시급히 해결할 과제로 꼽힌다.

그는 “단순한 인기와 (선거에서) 국가 운영응 맡길 사람을 결정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며 “향후 5년은 중요한 때이니 만큼 국민은 현명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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