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필 칼럼니스트] 독사과! 애플 아이패드 3세대 버전의 출현으로 미국 4G LTE 통신 시장의 문이 활짝 열렸다. 이름조차 아름다운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반짝임에 정신줄 놓았던 사용자들은 그러나 데이터 소모에 따른 청구서를 받아들면서 경악하기 시작했다.
사실 4G LTE 기능의 태블릿으로 말하면 안드로이드 진영이 1년전 먼저 출시했다. 하지만 신제품 아이패드가 발매 3일만에 기록한 300만대 판매는 지난해 안드로이드 태블릿 전체 판매량 보다 더 많은 수치다. 안드로이드는 아직 제공되는 HD 앱도 없다. 불티나는 아이패드 인기 때문에 매도 먼저 맞는 형국이다. 헌데 뚜껑을 열어보니 애플이 비난받아야할 일이 아니라는게 드러나고 있다.
최신 아이패드 4G LTE 구매자가 버라이존의 50달러/5GB 플랜(30일 사용 약정)을 구매하고 여유롭게 풀 HD 동영상을 즐길 경우 기껏해야 3시간이면 구매한 데이터 플랜이 모두 소진됐음을 알게된다. HD 영상이 아닌 DVD급 화질로 본다해도 7시간이면 사용 한계 시간에 도달한다. 추가 시간 구매를 원한다면 1기가당 10달러. AT&T 역시 과금 체계는 마찬가지다.
안드로이드 태블릿 진영이 아이패드 독주를 가만히 지켜보진 않을 터. 올해안에 미국 LTE 서비스가 활성화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결국 태블릿 사용자의 데이터 통신 사용료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태세다.
지난해부터 미국 이동통신사들은 3G 보다 10배 빠른 4G LTE 서비스가 더 싸고 더 빠르다는 광고에 열을 올렸다. 전국 모든 지역에 서비스가 되는 것도 아니었지만 어쨌든 빠르기 때문에 불필요한 데이터 소모 시간이 적어 더 효율적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그렇다고 해서 가격 정책이 변한 것은 절대 아니다. 4G LTE 서비스의 종량제 계산법은 이미 과점 형태(Ologopoly)로 커져버린 이통사의 양대 산맥 버라이존과 AT&T의 입맛대로 요리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모바일 생태계의 강자가 애플 iOS냐 구글 안드로이드냐 하는 논쟁은 아이들의 놀음으로 치부되는 판이다. 아직까지 봐줄만해도 머지 않은 미래에 이통사만의 독식 잔치로 변할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버라이존과 AT&T의 뒤에 스프린트와 T-Mobile이 버티고 있지만 힘이 약한 두 회사가 건전한 경쟁을 유도해 가격을 내릴 것이라는 소망은 무리다. AT&T의 T-Mobile 인수 시도가 무위로 끝났음에도 수년내로 버라이존과 AT&T가 두 회사를 각각 합병할 것이란 소리가 여전히 설득력을 지닌다.
이런 가운데 소비자연대와 일부 실리콘밸리 테크 언론에서 조용한 바람이 일고 있다. 정부가 개입해서 이통사의 데이터 통신 적정 가격의 가이드 라인을 만들어야한다는 게 하나다. 두번째로 이통사의 전횡을 막기 위해 소비자단체의 적극 활동을 주문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애플 또는 구글과 같은 막강한 회사가 전국의 WiFI 핫스팟을 만들어 새로운 망 사업자로 진출해야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기술력의 발달으로 미국 전국의 핫스팟 설치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애플이나 구글이 손을 대지 않으면 뛰어들 대기업도 여전히 많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소비자연대가 목소리를 높여 골리앗과 같은 대기업 이통사와 한판 전쟁을 준비해야만 한다. 그래야 제대로된 서비스에 적정한 과금 체계가 만들어진다. 소비자가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 혁명적인 신제품 태블릿이 출현하더라도 결국 이통사 돈버는 일만 도와주는 꼴이 돼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