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추억과 문화를 파는 독일차

원정희 기자I 2012.03.06 08:15:01
[이데일리 원정희 기자] 아우디 고객들은 집 앞에서 편하게 인도받아도 될 새 차를 뮌헨에서 40여분 떨어진 곳까지 직접 가서 인도받곤 한다. 아우디 박물관과 고객센터가 있는 `아우디 포럼`과 생산공장, 갤러리를 한바퀴 둘러보고 에스프레소 바에서 커피 한 잔 마신 뒤 새 차를 찾아 간다.

이들의 신차 인수 순례를 보고 있자면 "커피가 아니라 문화를 판다"고 했던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아우디 역시 고객의 수고스러움을 설렘과 행복으로 바꿔 놓은 것 같다. 단순히 자동차를 파는 게 아니라 아우디의 문화와 아우디에 얽힌 추억을 팔기에 가능한 일이다.

독일 잉골슈타트 지역엔 아우디 본사와 생산공장, 그리고 `아우디 포럼`이 나란히 자리해 있다. 이 곳은 아우디가 고객과 소통하는 공간이자 문화공간이다. 아우디 박물관 4개층 가운데 한 층에선 항상 전시회와 캠페인, 문화 공연이 펼쳐진다. 1층에선 매월 재즈 콘서트와 낭독회, 강의가 열린다. `우리 자동차가 최고야` 하는 일방향식 박물관이 아닌 누구나 즐길 수 있고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를 통해 아우디는 고객의 오감을 파고든다. 자동차를 단순 조립제품이 아닌 소통의 도구로, 하나의 문화로 접근하고 있다. 고객들은 박물관을 거닐며 자연스레 유년시절 부모와의 추억에 젖고, 꿈많고 상상하기 좋아했던 그 때로 돌아간다. 아우디를 탄다는 자부심은 비싼 차여서가 아니라 나와 함께 나이먹고 나와 함께 성장했다는 문화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서다.
 
GM의 헤리티지센터, 포드의 핸리포드 박물관, 도요타의 산업기술박물관 등 이제는 관광명소가 된 곳들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어떠한가.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국이자 현대·기아차라는 세계 5위 자동차 회사를 갖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80%에 육박해 세계적인 자동차회사도 이루지 못한 기록을 세웠다. 현대차 고객들은 과연 그랜저와 쏘나타를 타면서 현대차의 문화를 느끼거나 과거를 추억하고 있을까. 이는 박물관 하나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다. 고객에게 자동차란 무엇인가 하는 접근방식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독일의 100년 자동차 역사와 우리의 50년 역사의 차이는 엄연하다. 하지만 현대·기아차(000270)가 글로벌 5위 자동차 회사로 발돋움한 이 때에, 그리고 현대차 스스로 `질적 성장`을 강조하는 이 때야 말로 고객에게 무엇을 팔 것인가에 대한 인식의 전환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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