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기획]"걱정되지만..중국 빼고 사업 되나요?"

김정남 기자I 2011.12.15 07:29:26

삼성 中 반도체공장, 기술유출 우려에도 강행
과거 하이디스 중국 넘어가자 LCD 시장 망가져
최대시장 中 외면할 수 없어..중국 진출 불가피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지난 6일 삼성전자(005930)가 중국에 낸드플래시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하자, 산업계 전반이 술렁였다. 현지 공장에서 근무할 중국 근로자들을 통해 반도체 핵심기술이 새나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지난 2009년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034220)가 중국에 LCD(액정표시장치) 공장을 건립하겠다고 밝혔을 당시와 비슷한 걱정이었다.

특히 최근 경찰 수사결과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AMOLED(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 핵심기술이 중국 LCD업체 BOE에 유출된 것으로 밝혀진지 불과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어서, 우려는 더했다.

국내에 기반을 둔 AMOLED 기술도 유출되는 판국에 중국 현지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빼갈 수 있을 것이란 위기가 팽배해 있는 것이다.

정부도 탐탁지 않은 표정이다. 삼성전자가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해서는 총 10명으로 구성된 정부·민간 공동의 전기전자분야 산업기술보호 전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위원회 한 관계자는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면서도 "해외, 특히 중국 진출시 보통 한세대 늦은 기술을 기반으로 한 공장 설립을 유도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중국 알레르기`는 예의 기술유출 트라우마 때문이다. 지난 2003년 1월 중국 BOE에 인수됐던 하이디스가 그 예다. 하이디스는 인수 이후 기술 인력만 BOE에 빼앗긴 채 투자에서는 철저히 배제됐다. 그 결과 핵심기술이 대거 유출됐고, 이후 중국 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LCD 사업에 뛰어들며 LCD 시장의 심각한 공급과잉을 초래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BOE하이디스 때문에 우리나라의 첨단 LCD 기술이 모조리 중국으로 넘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면서 "반도체나 AMOLED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 같은 위험을 무릅쓰고 중국으로 가는 것일까.

중국 반도체 공장을 발표할 당시 삼성전자의 설명은 간단했다. "스마트폰, 태블릿 등이 확산되면서 낸드플래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세계 최대 시장으로 급부상하면서 이에 적극 대응하려는, 일종의 `승부수`라는 얘기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서 전 세계 스마트폰의 37%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오는 2015년에는 절반에 육박할 전망이다. 그만큼 반도체, LCD 등 부품 수요는 넘쳐난다.

특히 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완제품업체들은 현지에서 부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줄곧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인텔, 하이닉스반도체(000660) 등은 중국 현지에서 반도체를 만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인구 15억명이 넘는 데다 점차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되고 있는 중국은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시장"이라면서 "기술유출 우려는 잘 알지만, 초기에 공략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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