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Commodity Issue]원유시장 벤치마크 바뀔까

신상건 기자I 2011.06.16 08:27:00

WTI-브렌트유 간 스프레드 사상최대 폭등
"브렌트유 충분하다 vs 이르다" 의견 팽팽

마켓in | 이 기사는 06월 15일 14시 30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신상건 기자] 국제 원유 시장 벤치마크인 서부텍사스중질유(WTI)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막대한 거래량에 힘입어 일인자 자리를 굳건히 지켰지만 영향력이 점차 약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브렌트유의 벤치마크 역할론이 대두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 "WTI에 대한 시장 평가 달라져"

14일(현지시간) 뉴욕 상업거래소(NYMEX)와 런던 석유거래소(ICE)에 따르면 WTI와 브렌트유간 가격 스프레드는 20.79달러였다.

전일 스프레드는 21.97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초 스프레드가 3달러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7배가량 벌어진 셈이다.

수급적인 요인이 작용한 측면이 있지만 벤치마크인 WTI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도 의미한다. 특히 실물업체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항공사들이 헤지수단을 WTI에서 브렌트로 갈아타면서 이를 입증하고 있다.

미 항공업체 델타 에어라인은 글로벌 가솔린 가격과 제트연료 가격을 잘 반영한다는 이유로 헤지 수단을 WTI에서 브렌트유로 바꿨다. 또 버진아메리카나 제트라인 등 다른 항공사들도 변경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한 실물 트레이더는 15일 "시장에서 WTI의 가격과 펀더멘털을 따로 보기 시작했다"면서 "이는 벤치마크로서 역할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캐나다로 한정돼 있는 사용처와 쿠싱 재고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 단순한 펀더멘털에 대한 매력이 차츰 떨어지고 있다"면서 "투기 세력들도 포지션을 청산하고 브렌트유로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 펀드자금 WTI→브렌트유 이동

펀드자금 등의 투자 선호도를 엿볼 수 있는 미결제약정(Open Interest) 계약 현황을 살펴봐도 WTI에 비해 브렌트유의 투자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ICE에 따르면 지난주 브렌트유 선물의 미결제약정은 79만6443계약으로 전주대비 27만5504계약(28%)이 늘었다. 반면 NYMEX에서 집계한 WTI 미결제약정은 131만3513계약을 기록해 전주에 비해 45만229계약(35%)이 줄었다.

황병진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이 외에도 중동 사태로 인한 공급 차질 우려에 브렌트유가 백워데이션을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WTI는 콘탱고 상황으로 미국 경제지표가 크게 개선되거나 사태가 끝나지 않는 이상 스프레드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 실물쪽 브렌트유, 금융쪽 WTI 선호

이처럼 브렌트유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지만 벤치마크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충분하다와 이르다`로 엇갈리고 있다.

충분하다는 쪽은 법인들이 주로 거래하는 장외시장에서 가스오일(Gas Oil) 등 가격을 결정하거나 관련 상품을 만들 때 브렌트유를 벤치마킹하는 등 이미 역할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르다는 쪽은 전 세계 금융시장 중심인 미국에서 WTI의 위상이 굳건해 원유시장의 벤치마크로 브렌트유가 사용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반박했다.

이석진 동양종금증권 팀장은 "실물쪽에서는 브렌트유, 금융쪽에서는 WTI를 더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가 WTI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겠다고 한 이후에도 WTI의 위상이 크게 손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브렌트유는 아직 이르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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