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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in][은행 지주사의 탄생 신화]①누구를 위해…

오상용 기자I 2011.02.10 09:25:00
마켓in | 이 기사는 02월 09일 11시 36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오상용 기자] “아니, 뭐 하러 저렇게 많은 자리를 만들었답니까. 괜히 분란만 일으키게.” 지난해말 신한은행과 거래하는 기업체 관계자를 만났다. 밥그릇, 그 중에서도 탐나는 큰 밥그릇이 많다 보면 밥상이 엎어진다는 그의 이야기는 재미났다. 선장 노릇을 하고파 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배(신한금융지주)가 산으로 갔다는 이야기다. 중견업체 중역인 그는 사장님 말씀만 귀담아 들으면 만사형통이니, 대형 금융회사에서 벌어지는 권력다툼이 우습다고 했다.

대한민국 금융바닥에서 힘 좀 쓴다 하는 은행들은 지난 10년 새 대부분 지주회사로 탈바꿈했다. 지주회사 이전에도 은행들은 자회사로 증권 보험 카드 캐피탈사를 거느리며 다양한 금융권역에 진출해 있었다. 굳이 지주회사라는 형태를 갖춰야만 했던 이유가 있었을까. 꼭 지주회사라는 외피를 입어야만 선진금융을 논할 수 있었던 걸까. 혹시 남겨두고 떠나기엔 못내 아쉬웠던 큰 밥그릇 때문만은 아니었을까.

조직의 생리는 존속에 있다. 더 오래, 더 잘 존속하기 위한 갈망은 조직의 확장 욕구로 이어진다. 기업들에겐 그 갈망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표출돼 왔는데 은행도 마찬가지다. 덩치를 키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몸부림은 내용적으로 자산경쟁, 인수합병(M&A), 새로운 영역진출로 나타났는데 우리나라에선 2000년대 들어 이를 담는 그릇이 거의 지주회사 형태로 일원화 했다.

금융지주회사는 IMF 외환위기의 부산물이다. IMF 직후 한국 금융권의 화두는 대형화와 선진화였다. 내실있는 은행, 세계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은행을 만들기 위해 어떤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지 정부는 연구에 골몰했다. 마침 그 무렵, 감독당국에 의해 퇴출된 은행과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들의 한바탕 1차 짝짓기가 끝났다.

그리고 돌아보니 한 무더기로 합치기엔 부담스러운 은행들이 존재했다. 부실해진 지방은행들이다. 그래도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들을 어디 한군데 표나게 묶어놓고 싶다는 정부의 바람은 지주회사라는 지붕아래 이들 은행을 넣자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금융권 대형화와 선진화 방향에도 부합하는 듯 했다. 그래서 2000년 10월 금융지주회사법이 만들어지고 이듬해 4월 최초의 금융지주회사인 우리금융이 탄생한다.

이렇게 도입된 지주회사는 내용상 새로울 것은 없었지만 형식상 낯설어 보였다. 우리보다 금융산업이 앞서있는 미국이 금융겸업화 및 규모의 경제 실현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하니 솔깃하기도 했다.

하나의 체제가 갖춰지니 시장과 학계의 우상화 작업도 이어졌다. 별도의 법인격을 가진 독립된 자회사가 각각의 금융권역 업무를 맡아서 수행하는 게 유럽식 사내 겸업주의(하나의 은행 안에 다양한 금융권역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 보다는 위험의 전이를 더 효율적으로 차단할 수 있고 책임경영을 도모할 수 있다는 의견들이 주를 이뤘다. 덩치를 키우고 경쟁력 있는 상품개발이 용이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한 자회사에 위기가 닥쳐도 지주회사가 완충역할을 해 위험을 국지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 더해졌다. 과연 현실세계에서 나타난 실상은 어떠했을까.

[은행지주사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②꿈, 환상 그리고 착각]으로 이어집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제2호 마켓in`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제2호 마켓in은 2011년 2월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381, bond@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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