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자영기자] 판교신도시 입주를 앞두고 분당 전셋값이 급락하고 있다. 내년까지 판교 입주 물량이 1만5000가구가 넘는데다 수요자들이 노후화된 분당아파트보다는 판교아파트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과 판교 중개업계에 따르면 분당 이매동의 전세가격이 한 달만에 많게는 4000만~5000만원 가량 하락했다. 분당구 이매동 선경아파트 105㎡ 전세는 1억8000만원에도 구할 수 있다. 1~2개월새 4000만원 정도 빠진 것. 인근 중개업소에는 같은 아파트형 전세매물만 10여건이 등록돼 있다.
특히 최근들어 132㎡(40평)이상 아파트의 전세가격은 99㎡(30평) 아파트와 비슷한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이매동 건영아파트 162㎡는 최근 2억원짜리 전세매물도 등장했다. 반포 새아파트 입주가 다가오면서 잔금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집주인이 전셋값이 더 떨어지기 전에 세입자를 구하기 위해 한달 새 5000만원을 내렸다는 것이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매동 P공인 관계자는 "이매동 99㎡(30평)대 아파트 집주인들이 해를 넘기면 판교의 새 아파트 때문에 전세가격이 지금보다 더 떨어진다고 판단해 서둘러 세입자를 구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매동 외의 다른 지역에서는 아직까지 전세가격 하락세가 뚜렷하지는 않다. 비록 전셋값이 떨어지고는 있지만 판교 입주 여파 때문은 아니라는 것이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말이다.
분당구 수내동 파크타운삼익 126㎡ 전세가격은 2억6000만원선이다. 한달 전보다 2000만원가량 하락한 수준. 서현동 시범 삼성·한신아파트 163㎡도 전세가격이 지난달 초보다 3000만원 떨어진 3억1000만원에 나와있다.
분당지역의 전셋값이 떨어지면서 입주가 시작되지 않은 판교신도시 역시 전셋값을 내리기 시작했다. 지난 9월 판교 이지더원 105㎡는 2억8000만~3억원선에 전세 물건들이 나왔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의 장기침체로 전세거래가 어렵자 3000만~5000만원 가량 전셋값을 떨어뜨린 전세매물이 등장하고 있다.
판교신도시 M부동산 대표는 "판교 한성 필하우스 109㎡는 전세가를 2억~2억5000만원으로 낮춘 매물들이 많다"며 "하지만 문의조차 없어 거래가 되려면 2억원 내외로 가격을 내려야 세입자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경 스피드뱅크 리서치팀장은 "현재도 분당지역은 대표적인 부동산 약세시장"이라며 "내년 판교 입주쇼크로 잠실과 반포처럼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반 하락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