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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제약 지분 다시 매입, 한미약품 뭘 노렸나

안승찬 기자I 2008.03.07 07:15:00

"동아제약 주가 좋을것 같아서.." 한미약품 '단순투자' 강조
일각선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 본심 드러냈다' 시각도
M&A 보다 동아제약-한미약품 제휴 가능성 주목

[이데일리 안승찬기자] 한미약품이 경쟁사인 동아제약 지분을 또 다시 대량 취득했다. 일단 한미약품측은 "단순 지분 투자이고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미약품이 보유한 동아제약 지분율이 9%대에 달하는 등 적지 않은 규모라는 점에서 다양한 전략적 포석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블록딜로 장외서 20만주 매입..매각자는 오리무중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장외시장에서 동아제약 주식 20만주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미약품의 지분율은 7.14%에서 9.13%(91만7427주)로 높아지게 됐다.

한미약품(008930)이 이번에 지분 취득에 투입한 금액은 223억6000만원이다. 주당 매입가격은 11만1800원으로, 이날 동아제약의 마감가인 10만9500원과 비교하면 2.1%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한미약품이 어디에서 지분을 매입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동아제약 경영권 분쟁 당시 박문석 수석무역 대표와 연합했던 한국알콜(3.84%)이나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한양정밀(4.8%) 등의 장외매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한미약품측은 정확한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한미약품 내부 관계자는 "장외 시장에서 블록딜 방식으로 주식을 매입한 것은 사실"이라며 "여러가지 이유로 구체적인 매각자를 알려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동아제약 주가가 좋을 거 같아서.."

한미약품측은 이번 동아제약(000640) 지분 투자와 관련해 "단순투자 목적"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최근 10배 가량의 시세차익을 남기며 처분한 SBS 지분 매각금액 166억500만원에다 내부 보유자금 57만5500만원으로 더해 투자한 것이란 설명이다.

한미약품측은 "SBS 지분을 처분한 이후 동아제약의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판단에 따라 투자하게 된 것일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못박았다.

일단 시장에서도 한미약품측의 설명처럼 시세차익을 노린 지분 투자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분위기다. 한미약품이 그간 적극적인 지분투자를 해왔기 때문이다.

조윤정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동아제약은 한미약품과 함께 제약업종에서 최대 유망주라는 점에 충분히 투자할만한 대상"이라고 말했다.

또 한미약품의 경우 작년말 기준으로 140억원 가량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등 현금이 풍부하기 때문에 SBS 처분금액까지 감안하면 투자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다른 의도는 정말 없었을까

하지만 한미약품이 '시세차익만을 노렸다'라고 단정하기에는 여전히 의문점들이 남는다. 지분율로만 보면 이제 한미약품은 동아제약이 무시할 수 없는 규모이기 때문이다.

이번 추가 지분 취득으로 지분율이 9.13%로 높아진 데다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한양정밀(4.8%) 등의 지분을 포함할 경우 한미약품측의 동아제약 지분율은 최대 14%에 달한다.

현재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이 보유한 5.23%를 포함해 강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12.82%다. 동아제약 우호지분인 일본의 오츠카 지분 6.72%까지 합쳐도 5%포인트 차이다.

▲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
올해초 장안수 한미약품 사장이 "동아제약 지분을 매입할 계획은 없다"고 공개적인 발언한 이후 얼마되지 않은 시점에서 지분을 추가로 매입했다는 점도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이 결국 본심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동아제약측은 "특별한 경영권 위협을 느끼지 못한다"며 "그간 7%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을 때에도 별 문제가 없었고, 경영권 분쟁 때에도 한미약품은 중립을 유지한만큼 주요주주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 '두 巨星' 협력강화 가능성 주목

한미약품의 이번 동아제약 지분 추가 취득으로 국내 제약업계 1·2위인 동아제약과 한미약품간의 제휴나 협력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간 제약업계의 경우 서로 전략적 포지션이나 제품이 비슷비슷한 경우가 많아 M&A나 전략적 제휴가 거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동아제약과 한미약품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동아제약과 한미약품은 각각의 주력이 뚜렷이 구별되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의 경우 막강한 영업력을 바탕으로 국내 최대 제네릭(복제약) 업체로 성장한 반면, 동아제약은 신약부문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현재 한미약품은 신약개발쪽에 집중하는 분위기고, 동아제약은 영업과 제네릭을 보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만약 동아제약과 한미약품이 어떤 방식으로든 제휴와 협력을 강화할 경우 양사간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구도다.

조윤정 애널리스트는 "현실적으로 M&A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하지만 만약 한미약품과 동아제약이 사업적인 제휴나 협력에 나설 경우 두 회사간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 애널리스트는 "특히 전략적 제휴에 나설 경우 한미약품은 사업적인 시너지와 함께 투자이익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배제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며 "지금으로서는 여러가지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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