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부진이라는 먹구름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인텔, 애플, 이스트먼 코닥 등에 이어 이번에는 델컴퓨터가 4.4분기 실적부진을 경고하면서 첨단기술주의 하락을 또 불러왔다.
최근 실적부진 경고가 잇따르면서 앞으로 첨단기술주가 강세를 보일려면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탁월한 실적을 내야만 할 것같은 상황이다.
월가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점차 약해지고 있다. 주초까지만 해도 나스닥의 계속된 세자리수 폭락에도 불구, 과도한 하락이라며 조만간 반등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많이 들렸는데, 이제는 나스닥의 하락이 좀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훨씬 많아졌다.
나스닥이 약세장(베어마켓)으로 접어들었다고 보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 대부분 그동안 지나치게 고평가된데 대한 조정이 장기 사이클로 이뤄지고 있을 뿐이며 바닥을 확인하는 순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보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본격반등을 위해 확인해야 하는 바닥이 어느 수준인지, 언제쯤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해 자신있게 말하는 사람이 드문 편이다.
웨스트팔리아의 리서치책임자 피터 카디요는 "시장이 매우 과민한 상태에서 3.4분기 실적발
표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는데, 델의 실적부진 경고가 이같은 시장심리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3.4분기 실적 예고기간중에 신경제 주식들의 계속된 추락(실적 부진 예고)으로 부담을 느끼면서 3.4분기 실제 실적발표를 지켜보고 있는 불안불안한 상황에 델컴퓨터가 찬물을 끼얹어버렸다는 것이다.
부젼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존 자로는 나스닥이 지난 4월의 바닥까지 내려간후에야 반등하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최근 몇 달간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투자자들의 시선이 옮겨가면서 시장에 커다란 동요가 일어났고, 시장의 바닥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본격적인 반등이 어려울 것같은데, 나스닥의 경우 바닥이 지난 4월의 최저치수준인 것같다는 얘기다.
자로는 브로드컴, 선마이크로, EMC 등과 같은 종류의 주식들도 가치를 재평가받는, 보다 넓은 범위의 세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 주식들은 여전히 주가가 높은 편이고 다른 주식들에 비해 높은 가치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프라임 차터의 수석투자전략가 스코트 블라이어는 "현재 시장은 1.4분기의 과도한 상승을 조정하고 있는 상황이며 첨단기술주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고금리및 고유가로 야기된 보다 완만한 경제성장에 증시가 적응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다.
데인 로셔 웨슬스의 수석투자전략가 로버트 딕키도 "종전에 너무 과열됐던 테크주식들이 매일매일 도미노현상처럼 하락했지만 아직도 시장은 전반적인 조정국면에 놓여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경기가 불황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현재의 조정국면이 장기적인 약세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딕키는 주장했다. 조정국면이 머지않아 마
무리될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최근 약세에도 불구, 월가 투자자들이 증시를 떠나지는 않고 있는 상황이다. 거래량
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아이디어글로벌닷컴의 투자전략가 테렌스 가브리엘은 "단기적으로는 너무 과도한 매도세가 나타났지만 아직 시장이 완전히 무너진 것은 아니다"며 "투자자들이 어떤 일이 벌어지든 시장에 머물 것이라고 말하면서 안전한 업종을 찾아 다니는 순환매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마다펀드의 댄 반디는 최근 첨단기술주의 약세로 인해 투자자금이 금융주에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최근 은행, 증권사들의 잇따른 M&A가 금융주의 인기를 높여주고 있으며 보험주 역시 확실한 수익성을 보장하는 회사로 여겨지고 있어 요즘같이 불안정한 장세에서는 금융주가 안전한 투자처로 자리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내일 9월중 실업률 등 고용통계가 발표되지만 전문가들이나 시장 모두 실업률이 전달과 같은 4.1%로 나올 것이라고 보면서 특별히 놀랄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