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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해야 우승' 박보겸의 메이저 퀸 비결…"스윙·클럽·코스 공략 다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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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미희 기자I 2026.09.14 00:4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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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메이저 KB금융 골든라이프 챔피언십 제패
6월 첫 '톱10' 기록할 정도로 시즌 초반 부진
'변화' 선택…드로 고집 대신 여러 구질 연습
"5번 아이언 빼고 5번 하이브리드 사용"
까다로운 코스 특성상 타수 잃지 않는 공략 펼쳐
"4년 연속 시즌 1승했으니 올해 다승할 것"

[이천=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박보겸이 과감한 변화를 앞세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즌 3번째 메이저 대회 KB금융 골든라이프 챔피언십(총상금 15억 원)을 제패했다.

박보겸.(사진=KLPGA 제공)
박보겸.(사진=KLPGA 제공)
박보겸은 13일 경기 이천시의 블랙스톤 이천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2개를 묶어 1언더파 71타를 치고, 최종 합계 5언더파 283타로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공동 2위 방신실, 박예지, 유서연(4언더파 284타)을 1타 차로 따돌렸다.

지난해 3월 블루캐니언 레이디스 챔피언십 이후 1년 6개월 만에 거둔 통산 4번째 우승이다. 특히 앞선 3승을 모두 일반 대회에서 거뒀던 박보겸에게는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다.

우승 상금 2억 7000만 원을 받은 박보겸은 시즌 상금을 4억 9705만 원으로 늘리며 상금랭킹 33위에서 10위까지 끌어올렸다. 대상 포인트에서도 100점을 보태 22위에서 8위(248점)로 도약했다.

정규투어에서 자리를 잡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2021년 KLPGA 투어에 데뷔한 박보겸은 2022년까지 시드전을 오가며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2023년부터 흐름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해 5월 교촌 1991 레이디스 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홀인원을 앞세워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하며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박보겸이 자신의 선수 생활에서 가장 큰 전환점으로 첫 우승을 꼽는 이유다.

첫 우승 이후에도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좀처럼 2번째 우승이 나오지 않으며 부진이 길어졌지만 박보겸은 좌절하는 대신 하루에 공을 700개씩 치며 샷을 갈고닦았다. 2024년 9월 KG 레이디스 오픈에서 연장전 끝에 준우승하며 우승 문턱까지 다가섰고, 한 달 뒤 상상인·한경 와우넷 오픈에서 마침내 통산 2승째를 거뒀다.

지난해에는 3월 시즌 개막전 블루캐니언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올라 3년 연속 우승을 이어갔다. 올해 메이저 트로피까지 들어 올리며 2023년부터 4년 연속 매년 한 차례 이상 우승하는 꾸준함을 과시했다.

하지만 올 시즌 출발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4월 국내 개막전부터 아이언 샷이 급격히 흔들리면서 연속 컷 탈락했고, 6월 맥콜·모나 용평 오픈에서 올 시즌 첫 ‘톱10’을 기록했을 정도로 시즌 초반 부진이 극심했다. 6월 중반까지만 해도 박보겸의 상금 랭킹은 60위에 그쳐 있었다.

박보겸은 이때 ‘변화’를 선택했다. 지난해 드로 구질로 바꿨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움직임이 과해졌고, 클럽 페이스를 원하는 대로 컨트롤하기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나의 구질을 고집하는 대신 여러 구질을 구사하는 연습에 집중하면서 스윙을 다시 다듬었다.

박보겸.(사진=KLPGA 제공)
박보겸.(사진=KLPGA 제공)
박보겸은 “아이언을 잘 치는 선수들을 보면 클럽 페이스나 헤드가 다니는 길을 잘 컨트롤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그 부분이 잘 되지 않았다”며 “구질을 하나로 정해놓기보다 다양한 구질을 연습했던 것이 도움이 됐다. 스윙적으로나 골프적으로 많이 발전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박보겸의 골프 철학이기도 하다. 그는 “변하지 않으면 결과도 따라오지 않는다”며 “트렌드에 맞춰 골프도 변해야 한다. 변화를 줘야 톱 플레이어가 될 수 있고 우승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과감하게 변화를 줬다”고 강조했다.

스윙만 바꾼 것이 아니었다. 길어진 코스에 대응하기 위해 클럽 구성에도 손을 댔다. 특히 올해 KLPGA 투어의 전장이 길어졌다고 느낀 박보겸은 긴 파3 등에서 더 높은 탄도로 공을 세우도록 5번 아이언 대신 5번 하이브리드를 선택했다.

박보겸은 “내가 아이언 거리가 짧지 않은데도 올해는 전장이 길다고 느낀다. 특히 메이저 대회에서 더 그렇다”며 “불평한다고 코스가 바뀌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내가 이 코스에 더 잘 스며들까’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롱 아이언은 탄도가 잘 뜨지 않기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는 5번 아이언을 빼고 5번 하이브리드를 넣었다”며 “5번 하이브리드가 5번 아이언보다 거리가 더 나가고 공을 쉽게 띄워 원하는 곳에 떨어뜨리는 장점이 있다. 코스 세팅에 따라 두 클럽을 바꿔가며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3번째 변화는 코스를 대하는 방법이었다. 무조건 버디를 노리기보다 ‘최고의 상황’과 ‘최악의 상황’을 구분해 타수를 잃지 않는 공략에 공을 들였다. 특히 블랙스톤 이천 골프클럽의 까다로운 그린을 고려해 그린을 놓쳤을 때 어느 쪽으로 공을 보내야 다음 샷이 수월한지까지 미리 계산했다.

박보겸은 “이번 대회는 그린이 많이 튀어 공을 세우기 어려웠고 핀 위치도 워낙 까다로웠다”며 “그린 주변 플레이를 많이 준비했다. 그린을 놓치더라도 어느 쪽으로 놓쳐야 하는지를 미리 생각했고, 어프로치와 퍼트 연습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박보겸.(사진=KLPGA 제공)
박보겸.(사진=KLPGA 제공)
철저한 준비는 최종 라운드에서 빛을 발했다. 출발부터 기분 좋은 행운이 따랐다. 1번홀(파5) 그린 밖 러프, 홀까지 14.5m를 남겨놓고 시도한 칩샷이 그대로 홀에 빨려 들어가면서 버디를 잡았다.

1번홀 버디는 박보겸이 준비해온 그린 주변 플레이가 만들어낸 결과이기도 했다. 그는 “4번째 샷에서는 버디를 노렸다기보다 쉬운 위치로 보내 파를 하려고 했는데 공이 좋은 곳으로 가면서 라인이 잘 보였고 그대로 들어갔다. 이번 주 내내 어프로치 감이 좋았기 때문에 보기를 할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위기도 찾아왔다. 5번홀(파5)에서 스리 퍼트로 보기를 범했고, 7번홀(파3)에서는 티샷으로 그린을 놓친 뒤 다시 1타를 잃었다. 하지만 8번홀(파4)에서 1m 버디를 잡아 곧바로 분위기를 추스르며 선두 유서연을 추격했다.

승부는 후반 9개 홀에서 갈렸다. 유서연이 후반 들어 잇달아 보기를 범하며 흔들린 반면 박보겸은 10번홀부터 18번홀까지 9개 홀을 모두 파로 막았다.

박보겸은 “전반은 전장이 짧고 파5홀에서도 기회가 많지만 후반은 전장이 길게 느껴졌고 파3홀도 길었다”며 “일부러 파를 하려고 한 것은 아니고 버디를 하고 싶었지만 결과적으로 파가 타수를 버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특히 롱 퍼트의 거리 감각이 빛났다. 자칫 스리 퍼트로 이어질 수 있었던 15m와 9m, 7m, 12m 거리의 퍼트를 잇달아 홀 가까이에 붙여 파를 지켜냈다. 타수를 줄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끝까지 잃지 않는 골프가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박보겸을 지도하는 김해림 삼천리 골프단 코치는 퍼트 향상의 비결로 기술적인 스트로크 교정보다 ‘자신 있게 끝까지 밀어주는 루틴’을 꼽았다.

김 코치는 이데일리에 “어드레스에 들어간 뒤 주저하지 않고 스트로크를 끝까지 가져가는 루틴을 반복적으로 연습했다”며 “특히 임팩트 이후에도 피니시를 끝까지 유지하면서 자신 있게 공을 보내는 동작을 몸에 익히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 퍼트할 때 불필요한 망설임을 줄이고 일정한 루틴을 지키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박보겸.(사진=KLPGA 제공)
박보겸.(사진=KLPGA 제공)
마지막까지 평정심을 유지한 것처럼 보였지만 박보겸에게도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눈앞에 둔 순간의 중압감은 컸다. 특히 18번홀에서 홀까지 48m를 남긴 3번째 샷을 앞두고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긴장감이 밀려왔다.

박보겸은 “마지막 홀 3번째 샷이 48m 정도 남았는데 그때부터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심박수로 심장이 뛰었다”며 “지금까지 그 정도 거리의 샷은 수도 없이 쳐봤을 텐데도 많이 떨렸다. 버디 퍼트를 할 때는 정말 심장이 귀에서 뛰는 줄 알았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했던 우승 가운데 가장 긴장됐고 박진감이 넘쳤다. 가장 재미있기도 했다”며 “메이저에서 우승하면 눈물이 날 줄 알았는데 우승 직후에는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이후 엄마, 아빠를 보고 나서야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첫 메이저 트로피를 품은 박보겸은 4년 연속 ‘시즌 1승’을 이어온 만큼 이제는 한 시즌에 2차례 이상 정상에 서는 것을 다음 목표로 세웠다.

남은 메이저 대회에 대한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이 가장 욕심난다. 트로피에 맥주를 담아 마시는 세리머니를 꼭 해보고 싶다”고 웃었다. 다음달 전남 해남군에서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출전을 위한 상금랭킹 15위 이내 진입에도 욕심을 드러냈다.

박보겸.(사진=KLPGA 제공)
박보겸.(사진=KLPG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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