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법 전문가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가상자산 과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현행 과세 제도에 허점이 많은 만큼 국제적 정합성, 조세 형평성 등을 고려하면 제도 전반을 뜯어고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22일 공개한 ‘가상자산 과세상 쟁점 및 개선방안 연구’ 용역 최종보고서(안성희·조형태·김익현)를 보면 ‘왜 가상자산 과세 제도의 재건축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140쪽 분량의 보고서를 읽고 나면 눈앞이 아찔해진다. 현행법을 이대로 시행할 경우 정부·여당이 뒷감당을 어떻게 할지 우려돼서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내년 1월1일부터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해 발생한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과세된다. 연간 가상자산 소득 가운데 기본공제액 25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기타소득세 20%와 지방소득세 2%를 합친 총 22%의 세율이 적용된다. 과세는 전체 투자자 1326만명(작년 12월 업비트 누적 회원 기준)이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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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해외 주요국의 가상자산 제도와 대조된다. 국회예정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영국 등 해외 선진국은 가상자산 손실에 대해 무기한 이월공제를 허용하고 있다. 일본은 올해 세법 개정에 따라 3년 손실 이월공제를 허용하기로 했다. 우리나라가 내년 1월에 시행하는 가상자산 과세 제도가 글로벌 스탠더드와 거리가 있는 셈이다.
250만원이라는 과세 최저한 역시 논란거리다. 왜 하필 250만원까지만 공제될까. 이 기준은 민주당의 기존 약속과도 배치된다. 민주당은 2024년 총선을 앞두고 가상자산 기본공제 한도를 5000만원으로 높이는 공약을 제시했다. 2024년 11월22일 당시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를 “국민과의 약속이라 함부로 뒤집기 어려운 당론”이라고 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이 약속은 없었던 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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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2024년 12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골자로 한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일반(소액) 투자자들의 양도 소득은 현재 비과세다. 그런데 가상자산 투자자는 연간 250만원 넘는 수익이 발생하면 과세 대상이 된다. 같은 소액 투자자라도 주식과 가상자산의 세금이 달라지는 만큼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하다.
정부가 해외주식(250만원 초과 수익에 22% 세금 부과)처럼 가상자산 과세를 하는 것도 논란이다. 왜냐하면 현행법상 가상자산은 주식과 같은 금융상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년에 시행되는 소득세법에 따르면 가상자산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된다. 가상자산 수익은 로또 당첨금이나 슬롯머신 당첨금과 같은 일시적 우발적 기타소득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정책의 논리적 모순, 부처 간 엇박자가 발생한다. 이재명정부는 국정과제 ‘디지털자산 생태계 구축(금융위원회)’을 통해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제정하는 디지털자산 규율체계 마련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추진 계획을 밝혔다. 금융위는 “(이를 통해) 디지털자산 산업 성장 및 투자자 편익 제고”를 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재경부·국세청이 추진 중인 가상자산 과세에선 가상자산 소득을 로또·사행 행위·슬롯머신 당첨금처럼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문제의 뿌리는 내년 1월 시행되는 가상자산 과세 제도(소득세법 개정안)가 6년 전에 만들어진 낡은 제도라는데 있다. 기재부가 과세 법안을 처음 발의했던 2020년 7월 당시 비트코인 가격은 1만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금은 비트코인이 작년 10월 12만달러를 넘어서는 등 시장 자체가 급성장하면서 가상자산 시장과 법제 역시 급변했다.
일본이 올해 세법을 개정해 가상자산을 금융상품으로 인정하기로 한 것도 이같은 시장 변화를 반영한 결과다. 해외 주요국이 가상자산의 시장 변화에 맞춰 과세 체계를 조정하는 동안 우리나라 국회는 2020년에 만들어진 과세 제도를 3차례 유예하며 제도개선을 뭉개고 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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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세를 또다시 유예한다고 문제가 자동적으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이미 세 차례 유예했지만 손실 이월공제, 250만원 공제 한도, 기타소득 분류 등 핵심 쟁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유예는 시간을 벌어줄 수 있을 뿐, 정부·국회가 가만히 있으면 제도의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정치적으로 부담된다며 여권에서 쉬쉬한다고 해결될 수도 없다. 내년에 과세를 시행하면 납세자는 2028년 5월에 가상자산 과세에 대한 첫 신고를 해야 한다. 신고를 준비하면서 국민들은 현행 가상자산 과세 제도의 문제를 피부로 체감하게 될 것이다. 이때는 2028년 4월 23대 총선과 맞물린 때다. 여당이 논의를 미룰수록 조세저항은 더 커지고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내달 3일 국회에서 여당 의원 주최로 가상자산 과세 첫 토론회(주최 국회 재경위 문진석 민주당 의원실)가 열린다. 이제라도 어떤 방식으로 납세자가 납득할 수 있는 과세 체계를 만들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 정부·국회에서 누가 총대를 메고 ‘가상자산 과세 재건축’에 나설지 지켜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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