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도 각각 전세 사기 걱정 없는 사회, 버팀목(전세) 대출 기간 연장 등 전·월세 안정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차기 정부에서도 전·월세 안정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핵심 정책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전·월세 안정을 위해 세제 혜택 등 당근책을 통해 ‘등록 임대사업자 제도’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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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가 최근 건설업계·학계·공무원 출신 등 각 분야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차기 정부, 부동산 정책 이래야 한다’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문가 20명 중 15명은 전세 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2022년 하반기 대규모 전세 사기가 터진 이후 아파트 거래의 40%, 오피스텔 거래의 60%가 월세일 정도로 그 비중이 커지고 있지만 전세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전문가 2명은 월세화 현상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짚었고, 1명은 월세화가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주택 시장에서 전세 제도가 고착화한 만큼 전세 사기를 막는 등 임차인을 보호하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데도 공감대가 형성됐다. 전문가 20명 중 16명이 계약갱신청구권(임차 기간 2+2년), 전·월세상한제(전세보증금 최대 5% 이내 인상) 등 현행의 임대차2법을 부분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현행 유지는 2명, 전면 폐지 의견도 2명으로 집계됐다.
임대차2법은 2020년 도입 초기에는 반발이 컸으나 시행된 지 5년이 넘어가는 만큼 갑작스러운 폐지가 오히려 전·월세 시장에 혼란만 초래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임대차2법은 시행 5년차로 시장에 안착이 마무리됐기 때문에 전면 폐지는 부작용이 더 크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임대차2법이 가져온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특히 현재 2+2년, 최대 4년의 임차 기간을 보장한 계약갱신청구권을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임대차2법은 의도는 좋았으나 실거래 시장에서 전세시장 왜곡, 신규 임차인 부담 증가, 매물 잠김, 가격 이중구조 등 부작용도 적지 않게 발생했다”며 “제도의 방향성과 취지를 유지하되 계약갱신 요건의 유연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향후 수도권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이후 임차료가 크게 뛰는 부작용이 불가피하다”며 “해당 제도를 유연하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형범 대한주택건설협회 정책관리본부장도 “계약갱신청구권은 임차료 상승, 주택 공급을 위한 노후주택 매입 제약 등의 문제를 발생시킨다”고 짚었다.
반면 계약챙신청구권을 ‘3+3년’으로 좀 더 강화된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문도 명지대 대학원 실물투자분석과 겸임교수는 “한국의 초·중·고등학교 교육의 학년제를 감안할 때 3+3년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임대차2법이 필요하다”면서도 “임대인의 재산권 보장을 위한 세제감면 또는 임차료 증액 유연화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임대사업자 활성화 통한 전·월세 안정 필요
차기 정부에서 전·월세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한 가장 큰 해법으로 ‘임대사업자 활성화’가 꼽혔다. 전문가 20명 중 11명은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을 묻는 질문에 ‘세제혜택 등을 통한 등록 임대사업자 제도 활성화’를 꼽았다.
1가구 이상의 민간임대주택을 보유한 경우 국세청 등에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취득세, 재산세 감면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임대사업자는 보증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하기 때문에 세입자가 임대사업자가 임대하는 주택에 들어갈 경우 전세보증금을 떼일 위험이 적다.
그러나 임대사업자의 임대의무 기간은 2020년까지만 해도 4년, 8년이었으나 그 이후엔 10년 장기 임대만 신규 등록이 허용되고 있다. 그나마 6월 4일부터 6년 단기민간임대주택에 대해선 임대사업자 등록이 가능하도록 됐지만 이 역시 빌라, 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 임대만 허용된다. 임대료 증액도 연 5% 이내에서만 가능하다.
임대사업자에게 주어지는 세제혜택은 취득세, 재산세 최대 100% 감면 외에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등이 있는데 2020년 이후 감면 요건 등이 까다로워졌다. 이에 따라 전국 등록 임대사업자는 2020년까지만 해도 38만 8896명에 달했으나 2023년 26만 7501명으로 급감했다.
공공이든, 민간이든 임대주택 공급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밖에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금의 일정 부분을 신탁 또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에 예치하고 이자만 주는 에스크로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