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IP 특허전문’ 변리사가 본 알테오젠 vs 할로자임 특허전 결말은

김새미 기자I 2024.12.18 09:20:05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알테오젠(196170)이 히알루로니다제 기반 피하주사(SC) 제형 변경 기술을 세계 최초로 발명한 미국 할로자임 테라퓨틱스와 특허를 두고 부딪히게 됐다. 미국 머크(MSD)가 알테오젠 대신 할로자임과 대리전에 나서는 양상이지만 시장에서는 할로자임이 알테오젠에 특허 침해 소송을 거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류민오 특허법인 세움 변리사 (사진=특허법인 세움)
이데일리는 지난 9일 바이오업계 지식재산권(IP) 전문가인 류민오 특허법인 세움 변리사와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소재 사무실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류 변리사는 고려대 유전공학과 학사, 고려대 생명공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2002년 변리사 자격을 취득한 뒤 2016년 미국 일리노이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인물이다. 현재 최첨단 바이오 기술을 기반으로 한 바이오·헬스케어 분야 투자사를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특허 포트폴리오 구축, 출원, 무효·침해 감정, FTO(Freedom to Operate) 분석, 특허 소송 및 IP 실사 등 특허 전반에 걸친 자문 전략을 제공하고 있다.

◇알테오젠의 든든한 지원군 MSD vs 지원군 나설 가능성 적은 할로자임

MSD는 지난달 12일(현지 시각) 미국 특허청(USPTO)에 할로자임을 상대로 SC 제형 전환 기술인 ‘엠다제’(MDASE)에 대한 등록 후 특허무효 심판(PGR)을 청구했다. 류 변리사는 “정확하게 말하면 미국 특허청의 특허심판원(PTAB)에 할로자임의 특허에 대해 PGR를 신청한 것”이라며 “PGR은 우리나라의 특허 무효심판 청구에 해당하는 제도가 맞지만 우리나라 무효심판과는 다르게 제3자 누구나 제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알테오젠이 아닌 MSD가 PGR을 청구한 이유에 대해 MSD 역시 할로자임으로부터 특허 침해 소송에 피소당할 수 있는 이해 당사자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류 변리사는 “MSD도 알테오젠으로부터 독점적 기술 이전을 받아 해당 기술을 실시할 것이기 때문에 알테오젠 기술이 할로자임 특허를 침해한다면 MSD도 특허 침해자가 된다”며 “(MSD가 PGR을 청구한 것은) 자신들의 법적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어 “미국 특허에 대한 심판이고, 특허 분쟁에 대한 경험이나 충분한 전문 인력들이 있는 MSD가 진행하는 것이 여러 모로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이번 PGR의 쟁점은 변이체에 대한 기재 요건을 어떻게 판단할지에 대한 것이라는 게 류 변리사의 설명이다. 할로자임은 인간 히알루니다제인 ‘rHuPH20’을 활용한 SC 약물 전달 기술 ‘인핸즈’가 있지만 해당 특허는 2027년에 만료된다. 이 때문에 할로자임은 변이체인 엠다제에 대한 특허를 낸 상태다. 문제는 해당 특허의 권리 범위가 상당히 넓다는 점이다.

류 변리사는 “PGR 신청서를 보면, 명세서 기재불비와 진보성 결여를 무효 이유로 제시했다”며 “구체적인 이슈는 다르지만 암젠과 사노피 사건에서도 그랬듯 최근 미국에선 명세서 기재 요건을 엄격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미국 대법원은 암젠과 사노피가 CSK 항체를 두고 다투자 “암젠이 모든 PCSK9를 타깃으로 하는 모든 항체를 알 수 없다”면서 특허 일부를 무효 판시한 바 있다. 실제 발명한 것에 비해 과도한 청구 범위를 가진다고 본 셈이다.

그는 “이번 사건의 할로자임 특허도 아미노산 변이를 갖는 개질(改質)된 PH20 폴리펩타이드에 관한 것”이라며 “폴리펩타이드 변이체에 대해 미국 특허 심판원과 법원에서 그 기재 요건을 어떻게 판단할지가 큰 쟁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그는 할로자임의 파트너사들이 PGR에 지원군으로 나설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봤다. 류 변리사는 “할로자임과 그 파트너사들과의 관계와 그 특허를 무효화하려는 머크와 알테오젠의 관계는 이해관계가 좀 다른 것 같다”며 “할로자임 파트너사들이 이 특허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이번 사건에 그다지 이해관계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PGR 결과 전망은?

그렇다면 이번 PGR의 결론에 따라 알테오젠과 할로자임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일단 PGR이 걸려있는 동안 할로자임이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은 굉장히 낮아졌다. 특허침해소송을 걸더라도 PGR에서 결론이 날 때까지 소송이 중지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PGR에서 할로자임의 엠다제 특허가 무효로 판시받을 경우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할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 반대로 할로자임이 PGR에서 이길 경우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키트루다SC’의 출시가 지연될 수 있다.

다만 특허침해소송에 돌입하더라도 고의 침해가 인정될 가능성이 낮다는 게 류 변리사의 추정이다. 그는 “알테오젠이 할로자임의 특허를 회피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기술 개발을 했다는 점이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사정이 고의 침해의 가능성을 낮출 것”이라며 “미국에서 고의 침해가 인정되면 손해배상금이 상당히 증가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당장 엠다제 특허를 건 PGR의 결론이 어떨지가 관건이다. 류 변리사는 엠다제 특허 등록이 무효로 판정날 가능성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그는 “특허의 무효 여부는 많은 관련 자료를 검토하여 판단하는 것이라 이러한 검토 없이 무효 가능성 여부를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손사레를 쳤다. 그러면서도 “할로자임 특허가 2011년, 2012년 미국 가출원을 기초로 한 출원의 분할 출원이고, 올해 등록된 상황을 볼 때 MSD·알테오젠 기술을 저격할 목적으로 청구범위를 구성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특허는 처음에 의도한 내용이 아니어서 특허성이 약한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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