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인도법인(Hyundai Motor India)이 22일(현지시간) 인도 뭄바이 증시에 공식 상장한다. 현대차의 자회사인 인도법인은 15~17일 주식 배정 청약에서 흥행에 성공했다. 싱가포르정부·블랙록, 피델리티 등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경쟁률은 2.37대 1로 집계됐다. 인도법인의 지분 100%를 소유한 현대차는 이 가운데 17.5%를 팔아 33억달러(약 4조 5200억원)를 조달했다. 인도 증시 사상 최대 규모다. 현대차는 이 돈을 세계 3위로 떠오른 인도 자동차 시장을 공략하는 데 투입할 계획이다.
이번 상장은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대기업의 해외 자회사가 현지 증시에 직상장해 자금을 직접 조달한 사례로는 처음이다. 인도에서 현대차는 첸나이에 2곳, 기아는 아난타푸르에 1곳의 생산공장을 운영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인도에서 약 86만 대를 팔았다. 내년에 푸네 공장이 완공되면 모두 합쳐 연간 150만 대를 생산하게 된다. 해외 자회사의 직상장은 글로벌 전략을 펴는 다른 대기업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IPO(기업공개)는 인도 시장 공략이라는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인구대국(14억명)으로 등극한 인도는 높은 성장률(2023년 8.2%)과 소득 증가 덕에 자동차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그런데 이 시장을 인도·일본 합작사인 마루티스즈키가 선점했다. 점유율을 보면 마루티스즈키가 42%로 1위이며, 현대차·기아는 합쳐서 21%로 절반 수준이다. 이 격차를 줄이려면 자금을 집중 투입하는 게 상책이다. 이번에 조달한 4조원은 그 실탄이다.
이달 중순 취임 4년을 맞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전기차, 자율주행차, 로보틱스, 도심항공교통(UAM) 등 새로운 영역에 쉼없이 도전하고 있다. 자회사의 인도 증시 상장도 전례 없는 시도다. 그러나 경쟁사인 마루티스즈키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현대차 인도법인보다 15년 앞선 1981년에 설립됐고 2003년 인도 증시에 상장됐다. 전통적으로 인도와 일본은 매우 친밀한 관계다. 이번 상장으로 현대차는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1위 자리에 오를 때까지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