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연간 150억파운드(약 25조원) 규모의 법인세 감면을 골자로 한 경기부양 패키지를 내놓았다. 정보기술(IT) 장비와 생산설비에 투자한 금액의 25%를 법인세에서 공제하고 숙박·소매·레저업종 기업 등에 한시적으로 적용하던 법인세 75% 인하 조치도 5년간 연장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경기회복을 위한 일종의 승부수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법인세 감면 조치다.
영국은 2년 전 코로나 대응 예산을 위해 19%였던 법인세 명목 최고세율을 올해부터 25%로 인상했는데 결국 화근이 됐다. 미국발 고금리 등 글로벌 경제환경의 악화와 맞물리면서 경기침체의 도화선으로 작용,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0%대로 추락할 전망이다. 리시 수낵 총리로선 투자 활성화를 위해 특단의 감세조치가 불가피했던 셈이다. G7 국가 중 유일하게 역성장이 예상되는 독일이 지난 8월 성장기업법을 도입, 내년부터 4년간 320억 유로(약 45조원)규모의 법인세 경감 방안을 마련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세계 각국은 투자 유치를 위해 보조금 지급 또는 법인세 인하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국가부도 위기에 처했던 그리스나 일찍이 친기업정책을 선도했던 아일랜드도 파격적 감세조치를 통해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구글, 아마존,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몰려들고 세수 확대와 고용 창출로 선순환이 이어진 덕이다. 일본도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에 대응해 내년부터 전기차 등 핵심산업 부문 기업의 법인세를 줄여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국의 법인세 조세 경쟁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38개국 중 34위로 최하위권이다, 명목 최고세율은 24%로 평균을 2.5%포인트 상회한다. 그럼에도 민주당 일각에선 최고세율기준 구간을 ‘연 3000억원 초과’에서 ‘연 200억원 초과’로 적용 대상 기업을 13.5배(152→ 2052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법인세를 부과하는 상황에서 대기업을 겨냥한 일종의 ‘표적 증세’다. 감세를 통한 해외 기업 유치도 모자랄 판에 국내 기업도 발붙이기 어렵게 하는 이런 시대 역행적 증세 방안이야말로 징세편의주의에 따른 포퓰리즘으로 국가 경제를 자해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