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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친소 사연>
3년 전, 소개팅으로 만난 남자친구와 사귀게 됐습니다. 공무원이었던 남친은 성실해 보였고 제게 잘해주었죠. 가까운 곳에 살던 저희는 자연스레 제집에서 동거를 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동거 생활은 서로가 얼마나 다른지 확인하는 날들이었죠. 남친은 저녁 시간, 주말까지 항상 자기 옆에 있을 걸 강요했습니다. 가끔 있는 회식이나 친구들 모임에도 가지 못하게 할 뿐 아니라, 어쩌다 제가 참석하면 전화하고 찾아오고 정말 힘들게 만들었죠.
동거 1년 만에 저는 헤어지자고 했습니다. 각자의 길을 가는 게 맞다고 봤죠. 처음엔 남친도 수긍하는 걸로 보였습니다. 헤어지고 두 달 후쯤 전화가 와서 받아줬는데, 그 이후부터 전화와 문자를 계속 보내왔습니다. 다시 만나고 싶다는 내용이었죠. 저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 연락을 하지 말라고 단호히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부터 더 집요하게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내고 있습니다. 가끔은 저를 지켜보고 있는 것처럼 ‘지금 집에 들어왔네’라는 이런 문자까지 보내는데, 소름 끼치고 무섭습니다.
발신자표시제한으로 하루에도 수십통 전화를 걸고, 제 이메일이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누군가 로그인하려다 실패하는 시도가 계속 이어지고요. 아무래도 전 남친의 행동 같습니다. 법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전화와 문자폭탄 스토킹으로 보이는데요.
△네. 반복적인 전화와 문자폭탄은 스토킹으로 볼 수 있습니다. 스토킹처벌법 제2조에 따르면 ‘스토킹 행위’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 동거인, 가족들에 대해 일정한 행위를 하여 상대방에게 불안감,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입니다. ‘스토킹 행위’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하는 것을 ‘스토킹 범죄’로 정하고 있습니다. 사연자의 남자친구가 전화하고 문자폭탄을 보낸 것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말이나 음향을 반복적으로 도달하게 한 행위로 스토킹처벌법에 따라 처벌되는 스토킹 범죄에 해당합니다.
-스토킹 범죄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대응이 중요하겠죠.
△스토킹 범죄에 노출되는 경우 신고해 추가적이고 반복적인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토킹 범죄를 신고하게 되면 범죄에 대해 처벌하는 것과 별개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피해자나 주거 등으로부터 100m 이내의 접근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등 긴급응급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거나, 검찰 및 법원에서 접근금지 외에도 유치창 또는 구치소에 유치할 수 있는 잠정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스토킹처벌법이 정하고 있습니다.
-상대의 전화를 받지 않아도 스토킹에 해당하나요.
△네. 상대방이 전화를 받지 않았더라도 스토킹 범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연인이었던 여성에게 ‘사업 자금을 빌려달라’는 요구를 했다가 전화번호를 차단당한 남성 관련한 선고를 했습니다. 이 남성은 과거 연인에게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로 수십차례 문자를 보내고 29차례 정도 부재중 전화를 했습니다.
관련해 대법원은 ‘전화를 걸어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벨소리가 울리게 하거나, 부재중 전화 문구 등이 표시되도록 해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는 실제 전화통화가 이뤄졌는지와 상관없이 스토킹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번 사연의 경우도 발신자제한표시 전화가 수차례 왔다면, 이를 받지 않았더라도 스토킹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신고 등 적극적으로 법적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어떤 행동들이 스토킹에 해당되나요.
△스토킹 처벌법에서는 다양한 스토킹 행위에 대해 나열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1)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2)주거, 직장 등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 또는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3)우편·전화·팩스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물건이나 글·말·부호·음향·그림·영상·화상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 4)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물건 등을 도달하게 하거나 주거 등 또는 그 부근에 물건 등을 두는 행위 5)주거 등 또는 그 부근에 있는 물건 등을 훼손하는 행위’가 있습니다.
-심각한 스토킹 범죄가 계속해서 일어나는데, 어떤 안전망이 필요할까요.
△최근 스토킹 범죄를 신고한 경우 다시 보복 범죄가 이뤄지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경찰의 긴급응급 조치를 어긴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법원의 잠정조치를 위반할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 등으로 처벌이 약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법원 판결문 열람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10월부터 적용된 스토킹처벌법으로 잠정조치가 내려진 46명 중 78%에 해당하는 36명의 스토킹 가해자들이 수사기관의 명령을 무시한 채 계속 스토킹을 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문제와 관련해 잠정조치 등을 위반하는 경우 보다 엄격히 처벌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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