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일각에서는 갑작스럽게 신용융자가 청산되는 상황이 오면 지수가 폭락하며 투자자들의 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코스닥 신용거래융자, 올해만 2.4조원 증가
17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66포인트(0.63%) 오른 909.50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인 14일 903.84로 마감하며 지난해 5월 4일(종가 기준, 900.06) 이후 약 11개월 만에 900선을 탈환한 지수는 2거래일 연속 900선을 지켰다.
코스닥은 올 들어 33.89%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15.18%) 보다 두 배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코스닥의 수급을 뜯어보면 이번 상승이 불안함을 동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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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올해 개인의 코스닥 순매수액은 17일 기준 4조9598억원이다. 외국인과 기관은 연초 이후 3445억원, 3조2954억원 팔아치우며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단순계산을 하면 코스닥을 끌어올린 역할은 ‘개인’이 해 온 가운데 이 중 49.72%가 빚이란 얘기다.
지난 2020년 전체 코스닥 시장의 개인투자자가 코스피를 16조3158억원을 순매수했는데, 당시 신용융자거래는 4조4637억원 증가했다. 2021년 역시 개인투자자가 10조9041억원을 사들였는데, 당시 1조3911억원의 신용융자거래가 늘어난 바 있다. 빚을 내 코스닥을 사들인 개인투자자의 몫은 27.36%, 12.76%에 불과했다. 최근 신용융자의 규모가 과도하게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신용융자가 늘어난 배경에 은행 예금금리가 5%대에서 3%대로 낮아지며 주식 시장 자금 유입이 나타나는 점도 분명히 있긴 할 것”이라면서도 “올해 코스닥 시장의 강세는 단기적 레버리지 베팅이 큰 영향을 미쳤고 만일 갑작스럽게 신용융자가 청산되는 상황이 오면 후폭풍이 꽤 클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에코프로株와 엘앤에프가 코스닥 상승 34%…극단적 쏠림
코스닥의 또 다른 불안은 ‘쏠림’이다. 올 들어 코스닥의 시가총액 1위인 에코프로비엠(247540)과 2위인 에코프로(086520), 그리고 4위인 엘앤에프(066970)는 각각 219.22%, 499.03%, 82.13%씩 올랐다.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은 올해 들어 311조8977억원에서 431조3959억원으로 119조6082억원 증가했는데, 이들 세 종목이 시가총액 증가분의 34.1%를 차지한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2차전지주는 투자가 강화하면서 주가도 강세를 보이고 있으나 주가 과열 해소는 불가피하다고 본다”며 “올해 이후 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역대 국내 투자 사이클이 장기간 유지된 사례가 없었다”고 말했다.
과열이 지나치다는 우려 속에 하나증권은 최근 에코프로의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매도’로 하향한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삼성증권 역시 에코프로에 대한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췄다. 시장에서는 2차전지 종목 일부가 코스닥 지수를 끌어올린 만큼, 2차전지를 둘러싼 조정 이슈가 나타나면 코스닥 전반의 투자심리가 식고 지수 변동성도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코스닥 공매도의 바로미터인 ‘대차거래 잔고’는 지난 10일 19조원을 넘어선 후 14일까지 19조6667억원을 가리키고 있다. 대차를 한다고 무조건 공매도를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에서는 무차입 공매도가 금지인 만큼, 공매도를 하려면 대차를 반드시 해야 한다. 대차잔고를 통해 공매도 수요 규모를 가늠하는 이유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소수 종목의 집중도가 높아졌다는 건 해당 종목들의 주가 변동에 따라 전체 지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한다”면서 “변동성이 큰 몇 개 종목의 지수 비중이 큰 폭으로 커진 만큼, 단기적으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