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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4월 PPA 요금제 시행 전 의견 수렴해 개선방안 마련”

김형욱 기자I 2023.03.04 03:30:00

산업계 요금부담 호소에 시행 전 추가 개선안 마련키로
"고정비 회수는 필요" 기본료 상향 조정은 불가피할듯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한국전력공사(015760)가 올 4월 기업·개인 고객의 직접 전력구매계약(PPA)을 위한 전용 전기요금 제도를 시행키로 한 가운데 산업계에서 전기사용 비용 부담이 늘어나리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전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개선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한전은 지난 3일 PPA 전용 요금제 시행에 앞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의 우려에 대한 답이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지난 2일 한전 PPA 전용 요금제 도입 시 비용 부담 증가가 우려된다며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에 개선요청 건의서를 전달했다.

PPA는 기업 등 전기 사용자가 한전을 거치지 않은 채 발전 사업자와 직접 전기공급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현재 국내 거의 모든 전기 사용자는 독점적 전기 판매사업 공기업인 한전을 통해 전기를 사오고 있다. 한전은 약 80%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등 발전 자회사를 통해, 나머지 20%는 다른 공기업이나 민간 발전사업자를 통해 전기를 사들인 후 역시 독점적으로 운영하는 송·배전망을 거쳐 전기 이용자에게 공급하는 중이다.

그러나 최근 적잖은 기업에 PPA를 통한 재생에너지 발전 전력 사용 필요성이 커지며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BMW, 애플, 현대차를 비롯한 굴지의 대기업이 2050년까지 사용 전력을 모두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RE100 캠페인에 참여하며 여기에 제품을 공급해야 하는 국내 기업도 재생에너지 발전 전력이 필요해졌다.

기업이 RE100 기준을 맞추려면 이를 통해 생산한 발전 전력을 살 수 있어야 하지만 국내에선 쉽지 않은 일이다. 국내 독점적 전기공급 사업자인 한전은 발전 형태가 아닌 용도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기 때문이다. 한전에서 산 전기로는 RE100 기준을 맞출 수 없다. 300여 RE100 참여 기업은 현재로선 직접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지어 운영하거나 녹색 프리미엄 요금제란 명목 아래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 같은 기업 PPA 수요 증가에 대비해 2021년 초 PPA 제도를 도입했다. 발전 사업자와 수요자가 송·배전망을 맞은 한전의 중개로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계약 실적은 미미한 상황이다. 국내에는 대량의 전기를 공급할 재생에너지 발전소 자체가 많지 않은데다, 기본적으로 가격이 비싸고 그 기준도 불분명했기 때문이다.

한전은 이에 지난해 PPA 전용 전기 표준요금 제도를 정하고 올 1월1일부터 이를 적용키로 했다. 송·배전망 확충에 필요한 비용을 부과하면서도 PPA를 활성하는 적절한 제도를 정착시키겠다는 취지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은 아직 공급 규모가 제한적이고 공급량도 일정치 않아 기업이 PPA를 맺어 이를 공급 받더라도, 그 부족분은 한전으로부터 공급받아야 하는데, 그 요금을 규정한 내용이다.

직접 전력구매계약(PPA) 거래 구조. (표=산업통상자원부)
대한상의는 그러나 이 요금제가 전기 사용자 입장에선 비용 부담이 크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촉구해 왔다. 한전은 송·배전망 구축을 위한 비용을 분담하고자 이 전용 요금제의 기본요금과 경부하요금을 올리되, 최대·중간부하 요금을 낮췄으나, 산업계 전기 수요자 입장에선 비용 부담이 너무 커 도저히 PPA를 통한 전기 공급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상의는 대기업을 기준으로 매년 산업용 전기요금보다 60억~100억원의 요금 부담이 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 요금제 초안은 고객사의 PPA 전기공급 비중이 1%에 불과하더라도 나머지 99%의 전기에 대해서 해당 요금제를 적용받는데, 이를 완화하는 등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게 대한상의의 주장이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미국·유럽은 자국 경쟁력을 높이고자 친환경산업 지원법을 마련하는데 이번 요금제는 재생에너지를 선도적으로 활용하려는 기업에 오히려 부담을 주고 있어 재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전은 PPA 전용 요금제의 기본요금 인상 등 요금 조정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PPA 계약을 맺더라도 실제 전기를 공급하려면 한전이 송·배전망 건설 등에 따른 비용 부담을 메워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한전은 “(송·배전망 건설·운영 등에 필요한) 고정비는 기본요금과 함께 일부를 (고객 기본료 부담 완화를 위해) 전력량 요금을 통해 회수하고 있는데, PPA 고객은 적정 고정비를 회수하지 못하므로 기본요금을 높이고 전력량요금을 낮추는 방식으로 설계한 상황”이라며 “재생에너지 발전 전력 사용량과 계절·시간대별로 요금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해당 요금이 기존 산업용 요금보다 50% 이상 비싸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전은 다만 4월 PPA 전용 전기요금제 시행 전까지 산업계 등 고객 요구를 고려해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한전 관계자는 “고객 이해 증진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시행일을 당초 예정된 1월1일에서 3월31일까지 유예했다”며 “이 기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만금해상풍력단지 조감도 (사진=새만금개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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