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중국 PE들은 지난 한해 글로벌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에 101억2000만 달러(약 12조 7208억 원)의 투자를 집행했다. 투자금의 대부분은 중화권 기업들에 집행됐고, 네덜란드 기반 기업에 대한 투자는 그 뒤를 이었다.
지난해 중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딜(deal)은 베이징젠강 컨소시엄의 칭화유니그룹 인수가 꼽힌다. 중국 반도체 굴기의 상징이었던 칭화유니그룹은 과도한 부채경영 등으로 자금난에 봉착하며 파산 절차에 돌입했던 기업이다. 이후 중국 베이징젠강자산운용이 베이징즈루자산관리와 함께 투자 컨소시엄을 구성해 칭화유니그룹을 94억5000만 달러(약 12조 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했고, 회사는 지난해 1월 베이징 중급인민법원으로부터 구조조정 계획을 승인받고 인수·합병(M&A) 절차를 매듭지었다. 해당 인수는 중국 민간 사모펀드뿐 아니라 중국 일부 지방정부와 국유기업들이 인수자금을 함께 댄 것으로 전해진다.
반도체 국산화에 대한 중국의 의지는 최근의 투자 사례에서도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예컨대 중국 후아타이증권 산하의 투자사 HTPE는 최근 17억4500만 위안(약 3236억 9750만 원) 규모의 ‘장쑤선과반도체신재료’ 투자 라운드에 참여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HTPE 측은 장쑤선과반도체신재료가 탄탄한 고객 및 업력을 앞세워 중국 반도체 산업을 발전시키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봤다.
◇ 갈수록 거세지는 美 제재 “쉽지 않을 것”
중국이 반도체 국산화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로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기술 수출 통제가 꼽힌다. 미국은 지난 10월 자국 기술로 생산된 모든 반도제 칩의 중국 수출을 제한한다는 내용의 수출 통제를 발표했다. 미국으로부터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압박을 받아온 네덜란드와 일본도 결국 이러한 제재에 동참하기로 한 상황이다. 국산화를 선언한 중국이 날이 갈수록 이빨을 드러내며 매섭게 반격하고 나서는 배경이다.
하지만 중국의 반도체 소부장 국산화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에 대한 반도체 기술 수출 제재가 전방위적으로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자금 흐름 정상화가 관건인 칭화유니그룹만 해도 애플의 최대 협력업체인 대만 폭스콘이 투자를 철회하면서 휘청이고 있다. 앞서 폭스콘은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칭화유니그룹에 1조 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한다고 밝혔지만, 대만 정부 제재로 이를 철회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은 세계 최강의 제조 역량을 가지고 있지만, 핵심 기술은 중국의 아킬레스건”이라며 “중국의 국가 경쟁력은 미국의 규제가 어디까지 이어지느냐에 따라 달렸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