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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수 당국이 대증 요법으로 일을 키운 측면이 있었다. 강물에서 심한 악취가 나자 과도하게 약품을 투여해 없애고자 했다. 그럼에도 악취는 사라지지 않았다. 외려 수돗물의 악취에 약품 성분까지 섞여서 역겨운 냄새가 진동한 것이다. 악취 원인은 ‘겨울은 물이 마르는 갈수기라서 자정력이 약해진 탓’이라고 했다.
거슬러가 보니 공장 폐수가 낙동강으로 유출된 것이 배경으로 꼽혔다. 인체에 유해한 암모니아 성분이 여과되지 않은 게 원인이었다. 대구 성서공단에서 발생한 기름 유출(3일)이 발단이었고, 잇달아서 영주공단 삼양금속 폐유 유출(6일)과 김천공단 삼화유량 기름 유출(11일)이 적발됐다. 그러나 밝혀진 게 이 정도이지 어디에서 어느 업체가, 얼마큼 유해 물질을 강으로 버렸는지는 알 수 없었다.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인 조사가 진행됐다. 김영삼 대통령까지 나서 낙동강 악취 원인을 파헤치라고 지시했다. 환경처(지금의 환경부)는 1월13일 조사 결과 벤젠 화합물과 톨루엔 물질이 낙동강 물에서 검출됐다고 확인했다. 부산과 대구, 경남 마산, 경북 달성 등 정수장에서 떠온 물을 분석한 결과였으니 사실상 낙동강 전역에서 이 물질이 검출된 것이다. 환경부는 검출된 벤젠과 톨루엔 양이 인체에 유해한 수준은 아니라고 했지만 “당분간은 낙동강 수돗물을 끓여 마시라”고 당부했다.
앞서 암모니아 성분이 검출된 데 이어 발암물질까지 나온 것이라 파장이 컸다. 벤젠은 두통과 매스꺼움을 유발하고 심하면 백혈병을 일으키는 유독 물질이다. 톨루엔도 흡입하면 현기증과 두통을 유발한다. 미국은 벤젠과 톨루엔을 1급 유해물질로 분류하고 엄격하게 관리한다. 두 물질 모두 방부·방충 효과가 있어서 합성수지, 합성고무, 농약, 의약품 제조 과정에서 두루 쓰인다. 낙동강 유역에 형성된 산업단지가 주력하는 산업과 겹쳤다. 아울러 휘발성이 강한 두 물질은 강물에 섞이더라도 검출되지 않는 게 보통이다. 그럼에도 시료에서 검출됐다는 점은 유출된 양이 상당하다는 걸로 볼 수 있었다.
1991년 페놀 유출사건을 겪은 낙동강. 이번에도 달라진 게 없었다. 성난 국민은 수도요금 납부 거부 운동을 폈다. 이회창 국무총리는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를 계기로 환경처는 환경부로 승격했고, 물관리 주무 부처가 환경부로 일원화됐다. 이후 물관리 사업이 집중됐지만 낙동강 물이 식수로 적합한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현재도 낙동강은 4대강 가운데 오염이 가장 심각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