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법 제37조 제1항 제3호에서는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 △그 밖의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출퇴근 재해로 봅니다. 이를 근로자가 증명해 낸다면 업무상재해 중 하나로 인정하고 있는데요. 통상 출퇴근 중에 발생하는 교통사고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같은 조 제2항에서는 ‘근로자의 고의·자해 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돼 발생한 재해는 업무상재해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출퇴근 중 음주 또는 졸음운전으로 중앙선 침범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출퇴근 재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책임도 ‘근로자’에게, 범죄행위 등이 아니라는 점도 ‘근로자’가 증명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스스로 범죄행위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해야하기 때문에 상식적인 측면에서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법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소송상 각 당사자는 자기에게 유리한 사실에 대해 증명책임을 져야 하는데요. 산재 측면에서 바라봤을 경우 출퇴근재해에 해당 여부는 근로자에게, 범죄행위 여부는 근로복지공단에게 유리하므로 각각 증명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비판적 시각이 모여 최근 근로복지공단이 업무수행 중 사고로 망인이 됐지만 유족급여 부지급 처분을 한 사건에서 대법원(2022. 8. 25. 선고 2022두45234)은 피고(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이 위법하다는 근거로서 범죄행위의 여부는 피고(근로복지공단)에게 증명책임이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제시했습니다.
이러한 대법원의 입장은 트레일러 운전기사의 업무수행 중 사고로서 재해발생 형태가 비슷한 출퇴근 재해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은데요. 따라서 기존의 근로자에게 범죄행위 여부에 대해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이 아닌 근로복지공단에게 그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이 사회·법적인 측면에서도 합리적이라고 판단됩니다.
한편 고의 또는 중과실, 경과실에 의한 범죄행위를 구분해 증명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시각은 범죄행위 여부와 출퇴근재해 해당 여부 역시 근로복지공단에게 증명책임이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는 점에서 대법원의 해석에 의한 증명책임의 전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입법내지 근로복지공단의 관련 규정의 체계화가 이뤄져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됩니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이데일리의 의견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