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 리뷰
전미숙무용단 ‘거의 새로운 춤’
''항상 새로워야 한다'' 창작자 고뇌 풀어
''인공지능'' 통해 춤의 본질인 감정 고민
무용의 미래, 존재 가체에 의문 던지기도
| ‘거의 새로운 춤’의 한 장면(사진=대전예술의전당·모다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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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연 무용평론가] 전미숙무용단의 ‘거의 새로운 춤’(2022년 5월 26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은 무용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위한 보고서로 인식될 만큼 다양한 이야기가 담긴 작품이다. 이는 세대별 무용가들이 무용을 대하는 자세와 고민 그리고 창작에 대한 본질을 깊이 있게 펼쳐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이 작품은 심포지엄 혹은 렉처 퍼포먼스(Lecture-Performance) 형식을 취한다. 즉 무용수들은 강연을 하듯 자신들이 참여한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재연 속에서 무용수, 안무가로 겪는 고민을 관객과 공유하고자 한 것에 기인한다.
먼저 젊은 무용수들은 무용을 몸으로 익히는 과정 그리고 공연에 대한 기본적 태도인 준비, 퍼스트 스텝, 밸런스, 점프, 커튼콜, 퇴장 등 자신이 경험한 여러 상황을 언술하고 이를 행위로 구현한다. 이런 하나하나의 장면은 자신과 끊임없는 싸움 속에서 춤을 위한 토대가 만들어지고, 무용이 원초적이면서도 다양한 사유(思惟) 속에서 분출되는 찰나의 예술임을 치기어리지만 진지하게 표현하며 흥미를 끌었다.
| ‘거의 새로운 춤’의 한 장면(사진=대전예술의전당·모다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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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안무를 맡은 전미숙이 등장해 ‘항상 새로워야 한다’는 창작자의 고민에 대해 풀어놓는다. 어떤 예술 장르의 창작이건 새로워야 한다는 인식은 항상 고민하는 문제 중 하나다. 무용 특히 현대무용의 경우도 기존의 방법이나 주제의식과 다른 새로움이 진지하게 요구된다. 그렇지만 모더니즘에서 포스트 모더니즘으로 사상적 흐름이 전이되면서 이제는 기존의 질서를 해체하고 이를 조합해 또 다른 질서를 만드는 것이 하나의 이념으로 받아들여졌다. 결국 ‘새롭다’라는 것은 다원적인 시각과 융복합의 접목 속에서 시대정신을 창조하는 것임을 이 작품에서 명확하게 보이려 한 것이다.
이는 먼저 인공지능에 의한 안무법 ‘춤추는 인공지능 마디’를 통한 창작과 기술 공유의 현재적 모습을 보여주고, 데이터와 딥러닝의 학습으로 이루어진 움직임의 연속성을 구현하면서 실증하려 했다. 이러한 방법은 과학에 의한 치밀하고 효율적인 안무법의 가능성과 함께 춤의 본질인 감정의 표현이 인공지능에 지배되는 것은 아닌지 무용의 미래 그리고 존재 가치에 대한 의문을 진지하게 전해주며 관객에게도 고민과 잔상을 남겨줬다.
| ‘거의 새로운 춤’의 한 장면(사진=대전예술의전당·모다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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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다시 동시대 열정적이면서 도전과 실험 속에 살고 있는 안무가의 전형을 차진엽의 창작 정신 속에서 찾으면서 이 작품 전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응축하려 보여준다. 이는 수피춤(Sufi whirling)이나 물속에서 유영하는 듯한 모습을 무대에서 구현하면서 춤의 현존(現存)과 실존(實存)의 시대정신을 묘파하려 하는데, 특히 원초적 몸짓과 테크놀로지의 통섭 속에서 동시대 춤의 생존전략과 생명력을 깊이 있게 심어줬다.
이 작품의 제목은 ‘새로운 춤’이 아닌 ‘거의 새로운 춤’이다. 이렇게 명명한 것도 무용은 본질을 유지하면서도 시대와 조응하며 미시적으로 새로움을 추구하고 있음을 전하려 한 점에 기인할 듯하다. 또한 이 작품은 현존하는 무용인들의 진솔한 이야기면서 무용의 본질이 무엇이고, 미래에 어떠한 존재 가치로 남을 것인지 진지하지만 그리 어렵지 않게 풀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