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봄에는 매화가 아니겠나. 올해도 전남 광양 매화마을을 앞세워 서울 청계천 매화거리까지 꽃과 향을 전하는 중이다. 여기 캔버스 위도 만만치 않다. 어릿한 나뭇가지 사이로 연하지만 선명한 붉은 기운을 올렸다. 세세한 묘사를 하지 않더라도 저절로 도드라지는, 시각적 장치에 몰입시키는 ‘매화도’(2022).
하지만 작가 정지현(43)의 붓은 단순한 이미지 전달에만 있지 않은가 보다. 매화를 매화로만 볼 수 없단 뜻이다. 작가는 ‘해파리’ 같은 작품을 그린다. 풀어보자면 “자연과정을 해석하고 복합적인 유기물로 만들어낸다”는 건데. 끊임없이 변화를 겪는 실루엣이 특징이란다. 식물이나 꽃, 인체 등이 환영적 이미지로 나타나고, 곤충이나 싹, 융기들이 희미한 다른 형체로 변질되는.
실제로 작가가 표현한 대상은 보는 이가 처음부터 단정한 어떤 식물, 어떤 곤충과는 거리가 멀었던 거다. 이를 두고 작가는 “풍경의 파편이라도 우리의 기억·지식·감각·육체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결국 저토록 명쾌한 매화조차 우리 자신을 먼저 들여다봐야 제대로 보인다고 이른 거다.
31일까지 서울 성북구 성북로18길 오래된집서 여는 개인전 ‘표면풍경, 스며들다’(Surface-Scape, Permeating)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아크릴·먹·오일. 145×112㎝. 작가 소장. 캔파운데이션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