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익수다·레고켐 ‘삼각 로맨스’...한국 ADC 운명 달렸다

송영두 기자I 2022.01.15 17:35:27

ADC(항체약물접합체), 글로벌 주목하는 신약 기술
글로벌 시장 규모 2025년 약 20조원 달해
레고켐바이오, ADC 기술수출 11건에 5조 규모
그 중 英익수다에만 4번, 약 2조원 규모 수출
셀트리온, ADC 신사업 위해 익수다에 지분투자
최대주주 올라, 레고켐과 ADC 시너지 효과 기대

[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혁신 신약기술 ADC(항체약물접합체)를 둘러싼 국내외 기업들의 삼각관계가 흥미롭다. 셀트리온과 영국 익수다 테라퓨틱스, 레고켐바이오가 구축한 연합 전선이 한국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14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국내 ADC 분야 최고 기업으로 레고켐바이오가 꼽힌다. 이 회사는 ADC 플랫폼 기술을 확보하고 ADC 혁신신약을 개발 중이다. ADC 관련 기술수출만 총 11건에 누적 규모는 5조원에 달한다. 주요 기술수출 계약은 2015년 중국 포순제약(208억원)을 시작으로 2019년 일본 다케다(4548억원), 2020년 영국 익수다 테라퓨틱스(4963억원), 중국 시스톤(4099억원), 미국 픽시스(3255억원), 2021년에는 익수다(1조5440억원) 등과 체결했다.

ADC는 항체의약품과 세포독성 약물(톡신)을 링커로 연결해주는 기술이다. 강력한 세포 독성 효과를 이용해 전신 독성을 줄일 수 있다. 항체 암 항원 인식능력을 활용해 암 조직에 선택적으로 약물을 전달해 항암 효과를 나타내는 장점이 있다. 최소 투여량으로 최대 효과를 거둘수 있다. ADC는 희귀의약품 등록 또는 혁신신약지정, 패스트트랙으로 대부분 지정돼 상대적으로 빠른 개발이 가능하다. 시장 규모는 50억 달러(약 5조5830억원) 수준에서 오는 2025년까지 180억 달러(약 2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글로벌 ADC 시장은 이뮤노젠(ImmunoGen)과 시젠(Seagen) 등 미국 2개 회사가 1세대 ADC 원천기술을 확보해 시장을 독점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레고켐바이오는 화이자 등과 함께 2세대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플랫폼 기술을 확보해 글로벌 빅파마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2세대 기술은 1세대 단점인 단일물질제조 및 링커 안정성에서 우위를 보인다. 암세포의 특이적 약효를 개선한 톡신이 사용된다. 실제로 영국 ADC 전문기업인 익수다는 레고켐에 4차례에 걸쳐 약 2조3000억원을 투자해 ADC 플랫폼 기술과 신약후보물질을 확보했다.

셀트리온 2공장 전경.(사진=셀트리온)


◇셀트리온, 익수다 통해 ADC 꽃 피운다

바이오시밀러를 기반으로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성장한 셀트리온은 바이오복제약 회사라는 꼬리표를 떼고 혁신신약개발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ADC를 성장 동력으로 선택했다. 미래에셋그룹과 익수다 테라퓨틱스에 총 4700만 달러(한화 약 530억원)를 투입, 익수다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셀트리온은 앞서 미래에셋그룹과 1500억원 규모 미래에셋셀트리온신성장투자조합 1호를 조성해 신사업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경영투자 목적으로 익수다 지분 17.79%를 보유하고 있다.

익수다는 ADC 개발을 위해 ADC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기업이다. 엘러간 등 다국적제약사에서 약 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데이비드 심슨 대표, 이뮤노젠 부사장 출신 밥 러츠 박사 등 임상 개발 및 ADC에 정통한 개발자들이 몰려 있다. ADC 개발 능력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 및 케미컬의약품 외 제품에서 수익 및 가치 창출이 가능한 사업모델을 찾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항체 기반으로 자체적인 고부가 가치 창출이 가능하고, 셀트리온의 기존 항체 치료제와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항체약물접합체(ADC)에 특화된 익수다가 가장 적합한 업체라고 판단해 지분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임상 본격 진입...韓 글로벌 ADC 플레이어 도약 기대

업계는 현재 익수다 핵심 ADC 파이프라인이 대부분 레고켐에서 가져간 물질인 걸 고려하면, 익수다 ADC 신약물질 임상 성공은 곧 한국 ADC 기술 성공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2020년 레고켐이 기술수출한 혈액암 치료제 ‘IKS03’와 HER2 유방암 치료제 IKS014가 익수다 핵심 파이프라인이다. 익수다 측은 올해 상반기와 3분기 이들 치료제가 각각 글로벌 임상 1상에 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레고켐바이오 관계자는 “올해 익수다 측이 두 개 물질에 대해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임상 1상에 진입하게 되면 레고켐바이오는 그에 따른 마일스톤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셀트리온 측도 글로벌 임상 진입에 기대하고 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익수다 핵심 파이프라인은 레고켐으로부터 이전받은 물질이다. 셀트리온의 ADC 신약 사업은 모두 익수다를 통해서 이뤄질 예정인 만큼 글로벌 임상에 기대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레고켐이 국내에서 ADC 강자로 높이 평가받는 만큼 익수다에 기술이전 한 물질이 성공할 경우 셀트리온 및 익수다와 상당한 시너지를 낼 것이다. 특히 한국의 ADC 신약기술이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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