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먹는 코로나 치료제 도입, 백신 때와 같은 실패 안 된다

논설 위원I 2021.12.27 05:00:00
정부가 최소 54만2000명분의 경구용(알약)코로나 치료제를 확보해 계약을 앞두고 있다고 최근 밝혔다. 머크가 개발한 몰누피라비르 24만 2000명분과 화이자의 팍스로비드 7만명분 도입을 확정한 상태에서 화이자 물량을 30만명 분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도입 일정은 내년 1월 말로 협의 중이나 식약처가 연내 긴급허가를 내줄 경우 1월 중순께 들어올 수도 있다고 제약업계는 보고 있다.

미국 FDA(식품의약국)이 22일(현지시간)긴급 사용 승인한 먹는 치료제의 중요성은 설명이 더 필요없다. 처방전만 있으면 가정에서 복용할 수 있는데다 델타와 오미크론 변이에까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게임 체인저’ 평가를 받고 있다. FDA는 팍스로비드가 “코로나로 인한 입원·사망 위험을 88% 감소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몰누피라비르도 30% 정도 효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이들 치료제 확보를 위해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모두 1310만명분, 영국은 425만명분을 확보한 상태다.

문제는 제약사측의 공급 능력과 우리의 대응이다. 먹는 치료제를 이미 생산해 놓은 게 아니고 내년 초 만들어 배분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화이자의 경우 내년에는 당초 계획(8000만명분)보다 많은 1억 2000만명분을 생산할 예정이지만 6~8개월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미국도 1000만명분의 팍스로비드를 받으려면 내년 여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다. 먹는 치료제 조기 확보를 위한 각국의 경쟁이 한층 더 거세질 것임을 짐작케 하는 단서다.

우리는 정부가 백신 도입에 늑장 대처한 바람에 극심한 공포에 시달린 경험을 갖고 있다. 뒤늦게 도입 경쟁에 뛰어든 탓에 계약 물량의 상당분을 제때 들여오지 못하고 사회 혼란과 불안을 증폭시켰다.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가 44일만에 멈추고 위중증 환자가 1000명을 넘어설 만큼 위기가 계속되는 현 상황에서 이런 참사가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의료계에서는 부스터샷만으로는 일상회복이 힘들다며 먹는 치료제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서라도 충분한 물량을 조기도입해 국민 불안을 잠재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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