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고밸류·유동성 타고…VC·PE 사업 쪼갠다

조해영 기자I 2021.09.08 00:10:00

벤처캐피탈·사모투자 부문 분리 움직임
VC 대형화…사업 분할로 전문성 강화

[이데일리 조해영 김연지 기자] 최근 풍부한 유동성과 기업 밸류에이션(가치) 고평가를 바탕으로 덩치를 불린 VC(벤처캐피탈) 부문을 PE(사모투자) 부문과 분리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VC와 PE 두 투자 부문을 떼서 ‘따로 또 같이’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VC와 PE 부문의 분할은 최근 갑작스레 나타난 현상은 아니다. 이미 수년 전 VC와 PE 부문의 분할을 추진했던 곳들은 분할 전후로 인력 보강 등을 통해 분야별 전문성을 강화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분할을 추진할 경우 앞서 투자했던 출자자들을 설득하는 일 등이 관건으로 꼽히지만, 분할 사례가 많아진 만큼 큰 걸림돌은 아니라는 평가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몸집 불린 VC…PE 부문과 분리 추진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운용사에서는 VC와 PE 부문의 분리를 추진하거나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PEF 운용사인 메디치인베스트먼트가 PE 부문과 VC 부문의 인적 분할을 추진하고 있고, 국내 1세대 VC인 아주IB투자도 PE와 VC 부문의 분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PE와 VC 양쪽 모두 투자하던 PEF 운용사나 VC가 두 부문의 분리를 추진하는 것이 최근 들어 처음으로 생겨난 경향은 아니다. 멀게는 지난 2006년에 이미 IMM인베스트먼트가 바이아웃 딜을 전문으로 하는 IMM프라이빗에쿼티(PE)를 만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IMM PE는 현재 국내 토종 PEF 운용사의 맏형으로 불리며 포트폴리오를 쌓아가고 있다.

이뿐 아니라 지난 2017년에는 스톤브릿지캐피탈의 VC 부문을 물적 분할한 스톤브릿지벤처스가 설립됐고, 지난 2018년에는 스틱인베스트먼트가 VC 부문을 분리해 스틱벤처스를 설립한 바 있다. 스톤브릿지벤처스는 지난해에는 다시 부동산·인프라 등에 전문으로 투자하는 스톤브릿지자산운용을 설립하기도 했다. LB인베스트먼트도 PE 부문을 지난 2017년에 LB 프라이빗에쿼티(PE)로 분리한 바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다시 이런 경향이 조금씩 나타나는 것은 유동성 장세와 기업 밸류에이션 고평가로 VC가 양적·질적으로 성장한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 신산업 분야의 유망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기업가치가 높아지면서 여기에 투자했던 VC들이 덩달아 몸집을 불리는 한편, 투자유치 과정에서 중소형 PEF 운용사와 VC가 비등해진 것이다.

◇각 부문 강화 기대감…LP 설득 과제

이들이 VC와 PE 부문 분리에 나서는 것은 분할을 통해 양 부문 모두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대형화된 VC가 PE와 견줄 만한 수준이 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기본적으로 투자기업이나 투자 결정 과정, 사후 관리 등에 있어서 VC와 PE가 구분되는 만큼 분리를 통해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취지다. 이 때문에 기존에 VC와 PE 부문을 분리했던 곳은 분리를 전후로 인력을 영입해 보강에 나서기도 한다.

이뿐 아니라 같은 운용사로 묶여 있는 VC와 PE 부문이 LP(기관투자자)의 출자 사업에 지원할 기회를 두고 중복 지원을 피하게 되는 문제도 두 부문의 분리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사업 부문 분리를 통해 한정된 출자 기회에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VC와 PE 부문의 분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출자했던 LP들을 설득하는 일은 과제다. LP 입장에선 VC와 PE가 분리되지 않은 기존의 GP(자금운용사)를 보고 투자를 결정했기 때문에 분리 방식 등에 따라 이를 민감한 문제로 받아들일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관련 사례가 많은 만큼 LP 입장에서도 VC와 PE의 분리를 큰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한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LP 입장에선 하우스를 보고 운용사를 선정하기 때문에 분리 이후 펀드 운용에 문제가 없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며 “다만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더라도 펀드 운용만 제대로 된다면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할 수 있어 요새는 LP들도 크게 반대하지는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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