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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는 평균 최저임금 1엔(약 10원) 인상. 비율로는 0.1% 올랐다. 그야말로 마지못해 구색만 맞춘 찔끔 인상이다. 작년 일본의 전국 평균 최저임금은 902엔(약 9196원)이었다. 주 40시간을 일해도 연 200만엔(약 2039만원)을 넘지 못하는 수준의 최저임금에 일본 사회는 분노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최저임금 논의 시즌이 돌아왔다. 한국의 고용노동부에 해당하는 일본 후생노동성의 심의회는 지난달 22일부터 노사 의견을 수렴하기 시작했다. 사측은 기업 실적이 악화됐다며 또다시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논리, 핑계에 불과하다며 쓴소리를 퍼붓는 이가 있다. 골드만삭스 출신의 일본통 애널리스트인 데이비드 앳킨슨이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경제 브레인이기도 한 그는 <위험한 일본 경제의 미래>의 저자로도 유명하다. 그는 지난달 30일 토요게이자이와의 인터뷰에서 작심 경고를 쏟아냈다. 일본이 코로나19 핑계로 최저임금을 동결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일본은 여전히 선진국으로 분류되지만 최저임금은 그 수준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일본을 제외한 주요 선진국의 최저임금은 평균 11.4달러(약 1만2950원)다. 나라마다 상황이 다른데 절대값으로 어떻게 비교하냐,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OECD 조사는 나라마다 다른 화폐 가치를 조정해 구매력을 보여주는 지표를 쓴다. 환율과 물가 영향을 반영한 값이다.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일본 최저임금은 1178엔(약 1만2009원)이 되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작년처럼 0.1%가 아니라 30%를 올려야 하는 수준이다. 일본에서 코로나19 때문에 최저임금을 못 올린다는 논리가 통해 1엔 인상에 그칠 때, 미국은 5.1%를 올렸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라고 앳킨슨은 강조했다. 작년에는 일본 최저임금이 제자리걸음을 했지만 올해만큼은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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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절반을 떠받치는 개인소비가 늘지 않은 탓이다. 이는 일본에서 실질임금이 감소한 것과 관련이 있다. OECD에 따르면 1997년을 기준으로 실질임금을 100으로 둔다면 2020년 일본은 90.3으로 오히려 줄었다. 내수가 워낙 위축된 탓에 일본 기업들이 제품과 서비스 가격을 올리는 데 엄두를 내지 못하고, 인건비를 줄이는 방식으로 연명하는 게 일본 사회의 현주소다.
임금이 늘지 않으니 소비를 줄이고, 기업들은 또다시 인건비를 줄이는 악순환이 반복된 결과 일본은 35년째 물가상승률 2% 미만을 기록하고 있다. 앳킨슨은 “일본 최저임금 인상은 10월부터 실시하는데, 만약 올해 올리지 않는다면 내년 10월이 돼서야 인상한다”며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면서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할 올 하반기에 맞춰 개인 소비를 자극하려면 지금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