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무한경쟁을 부추기는 배달대행업체의 리뷰 시스템이 개편되지 않으면 제2의 ‘새우튀김 갑질’이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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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김치찜 속 목장갑?…업주 “그럴 리 없다”
지난달 3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목장갑 이슈와 사장님 답변’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김치찜을 주문한 A씨는 리뷰에서 “(음식 속 내용물이) 건두부인 것 같았는데 살펴보니 목장갑이었다”라며 “목장갑이 왜 여기에 들어있느냐. 처음에 맛있게 먹고 있었는데 다 토했다”고 주장했다.
A씨가 첨부해 올린 음식 사진에는 실제로 양념이 묻은 목장갑이 음식 속에 있었다. 해당 사진만으로는 목장갑이 음식 속에 들어간 경위를 파악하기는 힘들다.
해당 리뷰가 온라인 상에서 논란이 되자 본인을 음식점 사장이라고 소개한 B씨는 “4개월 전 일을 하던 도중 음식에 목장갑이 있다는 리뷰가 올라와서 정말 놀랐다”며 “내가 봐도 말도 안 되지만 정말 매장에서는 절대 장갑을 넣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B씨는 “실수로라도 그럴 일은 없다. CC(폐쇄회로)TV로 확인해도 문제가 없었다”며 “손님들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신고해 매장에 위생검열이 몇 번이나 들어왔지만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B씨는 해당 리뷰를 지워달라고 배달 앱 업체에 요구했지만 “손님 리뷰이기에 지워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매장 측 실수라면 손님께 다시 정중히 사과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용자들이 음식점을 평가하는 배달 플랫폼의 ‘별점·리뷰’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올랐다. 요식업계의 서비스 개선을 위해 만들어진 리뷰 시스템에서 최근 ‘블랙컨슈머’(악의적 소비자)들이 판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물론 점주들도 악용하는 사례가 나오자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치권, 배달 앱업체들은 대책 마련에 고심이다.
지난달엔 배달 플랫폼 ‘쿠팡이츠’와 관련해 일명 ‘새우튀김 환불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의 한 분식집에서 배달 앱으로 새우튀김을 주문한 소비자가 불만을 표하며 환불을 요구했다가 이를 응대하던 점주가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새우튀김 갑질 막자”…배달앱 ‘별점 테러 금지법’ 나오지만…
‘새우튀김 갑질 사태’로 블랙컨슈머의 갑질과 배달앱 리뷰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자 일각에서는 리뷰 시스템을 없애거나 평가자 실명을 밝히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달 22일 허석준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은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리뷰와 별점으로 음식점을 절대적으로 평가하는 쿠팡이츠의 제도는 블랙컨슈머를 방치할 뿐만 아니라 양산한다”고 비판했다.
쿠팡이츠 측은 갑질 이용자에게서 점주를 보호하기 위해 전담 조직을 만들고 전담 상담사를 배치하기로 했다. 또 악성 리뷰에 대해 점주가 직접 댓글을 달아 해명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하고 악성 리뷰가 노출 되지 않도록 신고 절차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배달앱의 ‘별점·리뷰’ 평가 시스템을 없애자는 주장이 나온다. 자영업자의 실적이 배달앱 리뷰에 따라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의당 6411민생특별위원회와 정의정책연구소가 지난 17일 발표한 ‘배달앱 이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리뷰·별점이 매출에 영향을 준다고 답한 비율은 74.3%에 달한다. 또 별점 테러나 악성 리뷰로 인한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63.3%로 나타났다.
국회에서도 리뷰 제도 개선을 위해 관련 법안을 제출했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지난 24일 허위 리뷰 작성을 빌미로 갑질을 한 소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은 배달앱 악성 리뷰 방지를 위해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했고 리뷰 작성을 이유로 대가를 지급하는 행위를 금지해 온라인상 공정한 거래 질서를 확립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금지 행위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불이익 의도가 인정되면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김종민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사무국장은 “악성리뷰에 대한 삭제나 블라인드 처리가 가능해야 한다. 별점 평가 제도 외에 재주문율이나 단골고객점유율 등을 별점에 가산하는 방식의 객관적 매장 평가 기준도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