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폭탄에 견제구 날린 北…북미 ‘밀당’ 시작됐다

김미경 기자I 2021.03.19 00:00:00

18일 최선희 부상 이틀만에 미 겨냥
한미2+2회담 앞두고 미 압박 메시지
“적대정책 철회 없이 대화 없다”
단 대화 문 동시 열어놔, 기싸움 돌입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북한이 미국을 향해 또 다시 견제구를 날렸다. 대미외교를 총괄하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18일 방한 중인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외교·국방수장을 겨냥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북미 간의 대화는 없다”고 압박했다. 제재와 압박 중심의 대북정책 철회 없이 대화 테이블에 나설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경고 담화에 이어 최 부상이 이틀만에 등판한 건 한미 외교·국방장관(2+2)회담을 앞두고 우리 정부의 역할을 주문하는 동시에 미측 태도 변화를 압박한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 부상은 이날 새벽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의 대북접촉 시도를 인정하면서 “앞으로도 계속 미국의 접촉 시도를 무시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사진=연합뉴스).
특히 한미 2+2회담에서 북한을 자극하지 말라는 의중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동아시아 순방과 관련해 “일본을 행각한(찾은) 미 국무장관이 ‘여러 압박수단 혹은 완고한 수단 등이 모두 재검토 중’이라고 떠들며 우리를 심히 자극했다”며 “조미(한미)접촉을 시간벌이용, 여론몰이용으로 써먹는 얄팍한 눅거리(싸구려)수는 접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싱가포르나 하노이에서와 같은 기회를 다시는 주지 않을 것”이라며 강대강·선대선 원칙을 재확인했다.

다만 대화의 가능성은 열어놓은 것으로 읽힌다. 최 부상은 담화에서 “대화가 이뤄지려면 서로 동등하게 마주 앉을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마주 앉으려면 몹쓸 버릇부터 고치라”며 미 측 변화에 따라 대화할 의향이 있음을 시사했다.

대북 전문가들은 북미 양측이 이미 장외 협상국면에 돌입해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평가한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 “이번 담화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북미 간의 치열한 밀당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 인권문제를 정면으로 꺼낸 블링컨의 메시지가 유리하지 않다고 판단해 우리 정부에 미 대북정책이 강경기조로 나가지 않도록 역할을 해달라는 작정 메시지”라면서 “미측의 직접적 험담이나 행동 예고가 없는 만큼 대화의 문도 동시에 열어놓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팽팽한 북미 기싸움으로 우리 정부가 북미관계를 조율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예상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바이든 정부는 오히려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인권문제를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내부 결속과 중국의 뒷배를 자산 삼아 본격적인 대결 국면으로 들어설 수 있다”고 반발 가능성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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