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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기 빠진 제조 中企들… 위기 속 ‘업종 확대’ 안간힘

김정유 기자I 2018.08.01 02:00:00

원액기 제조업체 휴롬, 최근 주스 완제품 유통사업 진출
PC제조 주연테크는 VR PC까페 사업 등 외연 확장
전기그릴 만든 자이글은 외식사업 ''기웃''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주력사업 성공 이후 긴 정체기에 빠졌던 국내 중소기업들이 최근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오랜기간 위축된 경영환경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 ‘업종 확대’라는 승부수를 던진 것. 제조에만 특화해 있던 업체가 유통업에 뛰어들고 프랜차이즈 사업에 나서는 등 기존 사업과 연계한 업종 확대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모습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초 ‘휴롬주스’를 론칭한 원액기 제조업체 휴롬은 최근 온라인 판매처 3곳을 추가 확보했다. 론칭 초기에만 해도 휴롬 공식몰, 랭킹닭컴, 락식 등 3곳에 불과했던 휴롬주스의 판로는 2주만에 6곳으로 늘었다. 휴롬은 건강, 다이어트와 관련된 온라인 시장에 집중하며 유통처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다음달에는 이유식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베베쿡까지 판로를 늘릴 계획이다. 성인용 건강주스를 위주로 했던 휴롬은 베베쿡 입점을 시작으로 어린이용 주스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원액기를 제조하는 휴롬이 이 같이 직접 주스 완제품으로 유통업에 뛰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2년 ‘휴롬카페’라는 이름으로 자체 매장에서 주스를 판매한 적은 있었지만 제조기업의 한계상 유통업 진출까지는 하지 못했다. 이번 주스 완제품 유통사업 진출은 휴롬의 도전적인 시도로 평가된다. 휴롬은 자체 휴롬카페 사업을 정리하는 대신 완제품 유통업에 주력키로 했다. 실제 과거 10여곳 이상이던 휴롬카페는 현재 1곳에 불과할 정도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휴롬 관계자는 “해외 휴롬카페 사업은 유지하되, 국내는 사실상 정리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대신 국내에선 휴롬주스 유통사업에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같이 제조업체인 휴롬이 유통업까지 진출한 것은 수익성 악화 등 회사의 정체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해서다. 휴롬은 지난해 영업손실 211억원으로 적자전환했고 매출액도 1000억원을 밑도는 929억원까지 떨어졌다. 2014년 휴롬의 매출이 3019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추락이다. 원액기 1개 제품으로만 실적을 견인하기엔 힘이 부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휴롬은 업종 확대라는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사내에 바이오 식품연구소를 운영해 주스 완제품에 대한 전문성을 키웠고 인천에 외주 생산공장도 구축해 제품 공급 준비까지 마쳤다. 유통업에 처음 진출한 만큼 신규 판로 개척 측면에선 다소 힘이 부치긴 하지만 ‘건강주스’라는 트렌드를 잘 이끌면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개인용 컴퓨터(PC) 제조업체인 주연테크(044380)도 오랜기간 ‘암흑기’를 거치고 최근 업종 확대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주연테크는 1990년대부터 PC 제조라는 ‘한 우물’만 팠던 회사였지만 대기업 공세와 중국 저가제품들로 인해 점차 설 자리를 잃었다. 2011년 이후 실적도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추락했다. 이 과정에서 주연테크는 3번이나 주인이 바뀌는 등 부침을 겪었지만 2016년 화평홀딩스가 최대주주로 들어오면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해엔 10년 만에 TV광고를 재개했고 가상현실(VR)게임 개발은 물론, VR PC까페 등 프랜차이즈까지 사업을 확대했다.

주연테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홍대 본점을 시작으로 잠실새내점, 신촌점, 건대점 등 자체 VR PC까페 프랜차이즈 ‘브리즈’ 오픈을 이어가고 있다”며 “직영점과 프랜차이즈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PC제조라는 주력사업에서 PC와 연계된 신규 업종으로 영역을 확대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목표다. 2016년 흑자전환에 성공했던 주연테크는 지난해 잇단 투자 단행으로 인해 다시 적자전환한 상태. 하지만 주연테크는 이 같은 새로운 도전을 한동안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전기그릴로 창업 7년 만에 ‘1000억 벤처’로 도약했던 자이글(234920)도 마찬가지다. 연기가 나지 않고 옷에 냄새가 배지 않는 전기그릴로 일약 ‘스타기업’으로 올라선 자이글은 후속제품 부재로 위기를 맞았다. 2015년 1000억원을 넘어섰던 매출도 지난해 825억원으로 급감했고 영업이익 역시 반토막이 났다. 이에 자이글은 지난해부터 자사 전기그릴을 활용한 외식사업을 시작했다. 자이글 그릴을 활용한 구이전문점, 맥주전문점을 한 곳에 집약한 대형 레스토랑 ‘자이글 그릴앤펍’이다. 또한 자체 온라인몰 ‘자이글몰’을 통해선 식재료도 유통해 시너지를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통 제조 중소기업들은 업종 변환의 유연성이 떨어지지만 경영상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선 어쩔 수 없이 변화를 꾀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업종 확대는 주력사업과의 연계성은 물론 수익 창출 모델이 확실해야하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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