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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車보험 손해율'…하반기 보험료 오르나

문승관 기자I 2018.06.17 06:00:00

1분기 온라인車보험 손해율 92% 넘어서…3년래 최고치
사고·보험수리 빈도수 등 따라…차등적 인상 가능성 검토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올해 1분기 온라인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치솟으며 90%를 넘어섰다. 지난 2016년 삼성화재 등 전 손해보험사가 온라인자동차보험 시장 진출 후 3년 만에 가장 나빠졌다. 자동차 정비수가 상승 등 보험금 지급 규모가 늘고 한파나 폭설 등 계절적인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온라인 자동차보험 가입이 늘면서 사고도 함께 증가한 것이 원인이 됐다. 할인 특약 확대 등 보험료 인하 경쟁이 불붙은 데다 차량 등록 대수 감소 등 자동차보험 시장 규모 자체가 감소하고 있어 손해율이 더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중소형 손보사를 중심으로 올 하반기 자동차보험료 인상 여부를 조심스레 검토하고 있다. 할인 경쟁 등으로 나빠진 손해율을 보험료 인상으로 만회한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팔수록 손해…손해율 92.2%

17일 삼성·현대·DB·KB손해보험 등 온라인 자동차보험을 취급하고 있는 11개 손해보험사의 지난 1분기 말(3월 말) 온라인 자동차 보험 손해율은 92.2%를 기록했다.

지난 2016년 전 손보사가 온라인 자동차보험 시장에 뛰어든 후 최고치다. 1분기 말 기준 온라인 자보 손해율은 2016년 89.3%에서 2017년 83.8%로 주춤했으나 올 들어 90%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대개 대면 채널로 가입하는 오프라인 자동차보험의 적정 손해율은 72~78%다. 이에 반해 온라인자동차보험은 대면 판매채널과 달리 사업비가 없어 적정 손해율을 83% 안팎으로 보고 있다.

손보업계에서는 올해 늦게까지 이어진 한파와 폭설을 손해율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계절적 영향이 컸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손보업계 안팎에서는 계절적 요인은 일부일 뿐 그간 보험료 인하 출혈 경쟁 등이 누적됐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손보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2016년 말 삼성화재를 시작으로 대부분의 손보사가 평균 자동차 보험료를 인하했는데 이후 보험료 인상이 없어 전체 손해율은 상승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도 보험료를 인하하거나 할인특약을 확대하고 있고 보험금지급규모도 커지는 상황에서 손해율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차 보험은 업체별로 차별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가격이 가장 중요하다. 올 들어 보험료 인하 경쟁은 삼성화재가 지난 4월 자동차보험료를 깜짝 인하하면서 불을 댕겼다. 삼성화재에 이어 한화손보도 10개월 만에 다시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내렸고 롯데손보는 전방충동방지장치를 장착한 차량에 대해 보험료를 인하했다. 흥국화재는 자동차보험의 담보별 보험료를 조정해 사실상 보험료를 낮췄다.

◇보험료 출혈 경쟁 영향

할인 특약 등을 확대하며 보험료 간접 인하도 이어지고 있다. 메리츠화재가 블랙박스 특약을, DB손보와 현대해상은 자녀 할인 특약과 무사고 특약을 통해 할인 폭을 확대했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우량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타사보다 밀리지 않도록 할인 특약이나 보험료 인하 전략을 내세울 수밖에 없다”며 “자동차보험 가입자는 실손보험 등 다른 보험 영업으로도 쉽게 이어질 수 있어 영업 차원에서라도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한 가격 할인을 쉽게 포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분기 78.2%까지 낮아졌던 전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올 들어 온라인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 등의 영향으로 82.6%로 상승했다.

자동차보험 시장도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손해율 상승을 거들었다. 차 보험 시장이 축소한 것은 약 5년 만이다. 전년 동기 대비로 보험료 수입이 줄어든 것은 2013년 1분기(-1.0%) 이후 처음이다. 자동차 등록 대수 증가율이 둔화하면서 매출 증가 폭도 함께 둔화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보험료를 지속적으로 내리면서 손해율이 더 오르는 효과가 발생했다.

손해율 악화가 더 이어진다면 다시금 보험료를 대폭 인상하거나 보험금 지급을 축소하고 서비스 질을 낮출 수밖에 없어 피해가 고스란히 가입자에게 돌아온다. 따라서 적절한 수준의 보험료와 손해율 관리는 시장 안정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조한선 금감원 보험감독국 특수보험팀장은 “장례비가 3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사망 위자료가 45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오르는 등 보험금 지급기준이 인상됐다”며 “2월 폭설·한파로 손해액이 7.3% 늘어난 반면 경과보험료는 1.6% 증가에 그쳐 손해율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손해율 악화에 따른 보험료 인상이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부분적으로 보험료를 할인하는 가격 정책은 이어지겠지만 사고나 보험수리 빈도수 등이 높은 가입자에게 보험료를 더 부과하는 방안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일괄적인 보험료 인상은 어렵겠지만 손해율 추이를 보면서 이르면 하반기에 가입자나 차량모델별 등으로 나눠 보험료를 차등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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