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훈(27·사진) 어니스트펀드 대표가 2014년 미국 뉴욕의 한 벤처캐피털(VC)에서 일하며 P2P금융 창업을 결심하게 된 한 마디였다. 누구나 봤을 때 좋은 아이디어는 이미 존재하거나 너무 이상적이어서 현실 가능성이 없고, 누군가 반대하는 아이디어는 어떤 규제나 장벽이 있기 때문에 이를 넘어서면 창업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여행,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관련 사업에 도전해 이미 실패를 경험한 그였지만 VC대표의 이 한 마디에 다시 용기를 냈다. 당시 국내에선 낯설기만 하던 P2P금융에 도전하겠다는 말에 “좋긴 한데, 규제 많은 한국에서 가능하겠냐”는 주변 반응이 이어지자 그는 오히려 확신을 얻었다.
◇“금융업은 보이지 않는 무형재 판매…‘신뢰’가 제1원칙”
2015년 2월 출범해 이제 3년 차를 맞는 어니스트펀드는 8월 말 기준 누적투자금 401억 2850억원을 기록하며 대표적인 국내 P2P대출업체 중 하나로 성장했다. 신한은행, KB인베스트먼트, 한화인베스트먼트, 신한캐피탈 등 기존 금융사들로부터 총 92억원의 지분 투자도 유치했다. 서 대표는 “카카오출신 등 탄탄한 기술력을 갖춘 개발자들과 금융 분야 경력이 쌓인 전문가들이 법률적 안정성을 갖춘 시스템을 마련한 덕분”이었다고 설명했다. 올해에도 미래에셋자산운용·삼성생명 출신 부동산 전문가와 KT 출신 마케팅 전문가 등 다방면의 베테랑들이 계속해 합류하고 있는 상태다.
그동안 개인신용대출과 법인신용대출, 부동산 담보대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상품 등을 취급해온 어니스트펀드는 향후 담보대출 상품의 비중을 전체 상품의 70% 정도로 늘릴 계획이다. 하반기에는 중소기업 대상 동산 담보대출 상품을 새롭게 출시하고 부동산 대출 시스템의 자동화도 추진한다. 서 대표는 “현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업체의 수익 극대화보단 투자자의 수익 극대화에 목표를 맞추고 있다. 해외부동산 대출 상품 등 다양한 대체투자 상품들을 취급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어니스트펀드라는 이름만큼이나 그가 강조하는 것은 ‘정직’의 가치다. 서 대표는 “금융사에서 팔고 있는 상품은 무형재이기 때문에 고객이 물건을 사자마자 걱정을 시작하는 상품”이라며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땐 단기적 수익률의 매력은 떨어지더라도 감당 가능한 리스크만 철저히 따져 뛰어든다. 안심해도 된다는 믿음을 드리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니스트펀드는 한국P2P금융협회 8월 공시 기준 대출규모 업계 12위로 평균이율은 연 11%를 기록하고 있다. 연체율은 0.94%, 부실률은 1.02%다.
◇“당국 규제로 성장 위축 우려 …외양간 고치기 전에 소 불러와야”
서 대표는 지난 5월 본격 적용된 P2P대출 가이드라인 등 금융당국의 규제 방향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서 대표는 “해외에서도 P2P대출을 둘러싸고 사건사고들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다. 모니터링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소를 잃기 전 외양간을 고쳐놓겠다는 당국의 입장과는 달리 소가 살 수 없는 외양간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개인투자자의 1000만원 투자한도 제한이나 업체의 자기자본금 투자 제한 등이 투자자의 보호를 넘어 P2P시장의 성장 자체를 막아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 대표는 “건실하게 성장하고 있는 업체에겐 당근을 주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업체에는 채찍을 줄 수 있는 관리 감독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지금은 두 가지 모두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P2P업계의 자정 노력도 강조했다. 그는 “현재 P2P금융 시장의 과제는 전문성과 윤리성을 키우는 것”이라며 “시장이 크게 성장하며 사업성만 바라보고 뛰어드는 업체들도 있어 향후 1년 내 부실업체로 폐업할 곳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니스트펀드의 최종 목표를 물으니 “투자의 대중화를 선도하는 업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서 대표는 “대체 투자 플랫폼에서의 가능성을 믿고 있다. 누구나 정말 매력적인 상품에 쉽고 편하게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대체투자의 대중화를 선도하고 싶다”며 “투자자들은 중소기업이나 실제 자금의 흐름이 필요한 곳에 도움을 주는 임팩트 투자를 하게 되고 대출자에게도 은행과 비은행 양분된 시장이 아니라 편리하게 자금 조달받을 수 있는 대안 금융사로의 역할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