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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넘어선 기업]⑦소프트웨어로 일본시장 석권한 강소기업

박철근 기자I 2015.09.14 02:55:00

오재철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인터뷰
일본 CMS 시장 1위…MS·HP 대비 3~4배 거래처 확보
코넥스 상장 후 M&A 계획…'세계 100대 SW 회사' 달성 목표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우리 제품의 일본 총판을 담당하는 아시스토의 구매 결정권자도 아닌 제품 테스트 담당자와 안면을 익히기 위해 그 사람의 단골 술집 앞에서 1주일간 잠복(?)하기도 했습니다. 제품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테스트를 잘 받아야 일본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이하 아이온컴즈)는 일본 콘텐츠 관리 시스템(CMS) 소프트웨어(SW) 시장의 절대 강자다.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 어도비, 휴렛팩커드(HP) 등이 일본 150여개 기업에 제품을 공급하는 것에 비해 아이온컴즈는 미쓰비시 중공업, 일본 암웨이, 고베 제강 등 약 550개의 고객사에 아이온의 CMS를 납품하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 역삼동 본사에서 만난 오재철(45) 아이온컴즈 대표는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을 선보이고 끈기와 열정을 바탕으로 일본 시장공략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과거 한메소프트에서 해외사업을 담당하면서 우리의 SW를 해외에 수출하겠다는 생각을 줄곧 했다”며 “창업 후 지인이 일본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일본 시장 공략을 권유하면서 일본진출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어 “일본은 국내 SW 시장보다 약 10배가 큰 곳”이라며 “특히 일본 현지에서 성공하면 다른 국가로 진출하기가 수월했던 것도 일본 시장을 공략하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오재철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대표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품질의 우수성을 넘어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방인권 기자
아이온컴즈의 일본 시장 정복의 가장 큰 요인은 창업초기부터 바로 현지시장을 개척했다는 점이다.

오 대표는 “1998년 창업한 이후 2000년 일본 시장에 CMS라는 SW를 가장 먼저 일본에 소개해 비교적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사용성이 간편하고 제품의 버그나 해킹으로부터 안전하게 SW를 구동할 수 있는 품질이 일본 시장을 제패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그는 전했다.

아이온컴즈도 일본 시장을 제패하기까지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이온은 지난 2003년 일본 굴지의 A그룹 및 그룹 계열사에 제품을 공급했다. 하지만 제품 공급 7개월만에 제품에 대한 클레임이 걸렸고 계약이 취소될 위기에 놓였다.

오 대표는 2003년 9월 모든 일정을 뒤로 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꼬박 2개월 동안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매달렸다. 그 결과 우리 제품의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거래처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는 “A그룹에서 끈질기게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우리의 노력을 높이 사고 자신들의 시스템 문제점을 발견해줬다며 계약과는 별도로 컨설팅 비용 1000만엔(약 1억원)을 지급했다”며 “이후 아이온은 문제가 생기면 끝까지 책임진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본 매출이 3~4배 급격하게 증가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아이온은 지난 2011년 155억2000만원의 매출로 정점을 찍은 후 매출이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매출의 1~2%대에 그치고 있다.

오 대표는 “그동안 국내 특정 대기업에 대한 매출 비중이 45%를 차지하는 등 특정기업 의존도가 너무 높아 이대로는 안된다는 생각을 했다”며 “해당기업의 매출 비중을 인위적으로 줄이다보니 경영실적이 안좋아진 것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당시 해당기업 의존도가 높았던 다른 중소기업들은 현재 망한 곳이 많다”며 “실적 악화로 어려움은 겪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회사 체질을 개선한 효과를 거뒀다”고 전했다.

오재철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대표는 국내외 콘텐츠 관리 시스템 1위를 넘어 미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폴 등 해외시장에서 본격적인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했다. 사진= 방인권 기자
아이온컴즈는 2010년 들어서면서 일본을 넘어 다른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오 대표는 “일본 CMS 시장 1위라는 결과가 미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으로 진출을 수월하게 했다”며 “내년부터는 그동안 준비했던 성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중소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SW 개발에도 한창이다. 그는 “그동안 대기업 중심의 SW 개발에 매진했지만 중소기업들도 CMS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중소기업용 SW 제품 생산을 확대해 수익을 다각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오 대표는 일본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일본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사업을 해야 한다”며 “제품 또는 서비스의 적합성과 안정성 테스트 기간이 다른 국가에 비해 매우 길기 때문에 조바심을 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특히 후발 주자라면 품질이 월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 대표는 “비슷한 품질의 제품으로 가격을 낮춰서 승부하는 것은 일본 시장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며 “시장을 창출하는 제품을 만들던지 기존에 형성된 시장이라면 월등한 품질을 지녀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정책에 대해 오 대표는 “잔 뿌리가 많은 나무일수록 가뭄, 수해 등 자연재해에 강하다”며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정책은 큰 가지를 더 큰 가지로 만들기보다는 잔 뿌리가 많이 생기도록 해야 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 대표는 마지막으로 “이르면 연내 코넥스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며 “끊임 없는 기술개발과 웹기반의 SW 제작사들에 대한 적극적인 인수·합병(M&A)으로 ‘세계 100대 소프트웨어 기업’ 달성이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용어설명>

*콘텐츠 관리 시스템(Contents Management System, CMS): 기업 등에서 보유한 문서, 이미지, 동영상 등의 콘텐츠를 생성, 보관, 관리하는 시스템. 인터넷 콘텐츠 시장이 커지고 전자상거래가 활발해지면서 CMS 시장규모도 지속 증가하고 있다.

자료=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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